[신동호의 칼럼] 소방관을 ‘재정 빨대’로 부르고, 사과마저 조건부로 사과를 해
신동호 기자입력 : 2026. 10. 20(화)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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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TN 신동호 논설위원
[CTN칼럼]신동호 논설위원=공직자의 언어는 권력의 품격이고, 사과는 책임의 출발점이다. 추미애 경기도지사의 두 차례 대응은 그 기본을 되묻게 한다.

추미애 경기도지사의 ‘소방 재정 빨대’ 발언은 단순한 말실수가 아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소방을 바라보는 공직자의 인식과 표현이 얼마나 신중해야 하는지 보여준다. 논란 뒤 사과 과정에서도 진정성을 의심받는 표현이 나오며 문제를 키웠다.

첫 번째 문제는 소방을 바라보는 언어다.

추 지사는 지난 13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소방 관련 예산 부담을 설명하며 “소방이 가장 큰 골치 아픈 재정 빨대 같다”고 말했다. 소방 인건비가 연간 약 1조1천억 원인 데 비해 정부 지원은 800억 원 수준에 불과하다는 재정 문제를 설명하려는 취지였다고 해명했다.

국가직으로 전환된 소방공무원의 인건비를 중앙정부가 더 부담해야 한다는 주장은 논의할 수 있다. 그러나 ‘재정 부담’과 ‘재정 빨대’는 전혀 다르다. 후자는 소방이 공공재정을 빨아먹는 조직이라는 인상을 준다.

소방공무원은 예산을 축내는 존재가 아니라 화재와 재난 현장에서 목숨을 걸고 국민을 구하는 사람들이다. 예산이 부족하다면 제도를 고치고, 재정 분담이 불합리하다면 수치와 근거로 중앙정부를 설득하면 된다. 도지사의 발언에는 무게가 따르며, 국정감사장에서 나온 말이라고 책임이 가벼워지지도 않는다.

더욱이 논란 직후 부천 공장 화재 진압 과정에서 김진석 소방위가 순직하고 여러 소방관이 다쳤다. 소방관의 헌신과 위험이 현실로 드러난 상황에서 이 발언은 재정 문제를 넘어 소방의 존재 가치와 공직자의 책임을 되묻게 했다.

두 번째 문제는 사과의 태도다.

추 지사는 17일 순직한 김 소방위의 빈소를 찾아 “제 의도와 다르게 전달됐다면 깊은 유감의 말씀을 드리고, 또 사과를 바라시니까 정말 마음을 다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소방관을 폄훼할 의도는 없었다며 표현상의 실수도 인정했다.

그러나 “사과를 바라시니까”라는 표현은 상대의 요구 때문에 마지못해 사과한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 공직자의 사과는 의도를 해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부적절한 발언과 그로 인한 상처를 분명히 인정해야 한다. 특히 빈소는 정치적 논쟁이 아니라 순직자의 희생을 기리고 유가족을 위로해야 할 자리다. 유족에게 필요한 것은 해명이 아니라 고인의 희생에 걸맞은 예우와 실질적인 지원, 재발 방지 대책이다.

추 지사에게 필요한 것은 완벽한 언변이 아니라 잘못을 인정하고 바로잡는 책임감이다. 소방 예산의 구조적 문제를 구체적인 수치와 대책으로 설명하고, 경기도 소방공무원의 인력·장비·안전 여건을 개선할 조치를 밝혀야 한다. 사과의 진정성은 말이 아니라 후속 조치로 증명된다.

소방관은 재정의 빨대가 아니다. 국민이 위험에 빠졌을 때 가장 먼저 달려가는 생명의 방패다. 그들의 헌신을 폄하한 표현은 신중했어야 하며, 사과는 더 낮고 분명했어야 한다.

국민은 정치인의 실수를 언제까지나 붙들고 늘어지지 않는다. 그러나 잘못을 인정하면서도 책임을 상대의 요구 탓으로 돌리는 듯한 태도는 쉽게 잊지 않는다. 도지사의 자리는 변명으로 지키는 자리가 아니다. 책임으로 증명하는 자리다.
신동호 기자 jscar100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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