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호의 칼럼] 중국인 건강보험, 선의만으로는 안 된다… 국민의 돈에는 국적보다 엄격한 원칙이 필요하다
신동호 기자입력 : 2026. 10. 14(수)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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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TN 신동호 논설위원
[CTN칼럼]신동호 논설위원=한국의 건강보험은 국민이 아프고 힘들 때 서로를 지탱하기 위해 만든 사회적 안전망이다. 국민은 소득에 따라 보험료를 내고, 국가는 그 재원을 바탕으로 의료서비스를 제공한다. 그렇다면 외국인에게도 건강보험 혜택을 제공하는 제도는 어떤 원칙 위에서 운영돼야 하는가.
답은 분명하다. 국내에서 정당하게 일하고 보험료를 납부하는 외국인은 보호하되, 보험료 부담과 혜택 사이의 형평성을 훼손하는 제도적 허점은 철저히 바로잡아야 한다.
문제의 핵심은 중국인이라는 국적 자체가 아니다. 국민의 보험료로 운영되는 공적 제도가 누구에게나 공정하게 적용되는지, 보험료를 제대로 걷고 부정수급을 막고 있는지, 국민이 그 결과를 납득할 수 있도록 투명하게 공개하는지가 핵심이다.

1. 숫자가 말하는 진실: 중국인 건강보험은 정말 적자인가
먼저 불편하더라도 통계부터 정확히 봐야 한다. 중국인 건강보험을 비판하려면 적자 수치를 과장할 것이 아니라, 어떤 가입자 집단에서 적자가 발생했고 어떤 집단에서 흑자가 발생했는지 따져야 한다.
중국인 가입자 건강보험 재정수지 · 연간
2018년 -1,509억 원
2023년 -27억 원
2024년 전체 +55억 원
2024년 지역가입자 -1,332억 원

출처: 보건복지부, 2025년 10월 17일 설명자료. 금액은 보험료 수입과 보험급여 지출의 차이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중국인 가입자의 재정수지는 2018년 1,509억 원 적자에서 2023년 27억 원 적자로 개선됐고, 2024년에는 55억 원 흑자로 전환됐다. 중국인을 포함한 전체 외국인의 2024년 재정수지는 9,439억 원 흑자였다.

그런데 같은 2024년 중국인 지역가입자만 보면 1,332억 원 적자다. 반면 중국인 직장가입자는 1,387억 원 흑자였다. 직장가입자의 흑자가 지역가입자의 적자를 상쇄하면서 전체적으로 55억 원 흑자가 된 것이다.

이 숫자에서 도출할 수 있는 비판은 분명하다. 전체 흑자라는 한 줄만으로 모든 가입 유형의 형평성 문제가 해결됐다고 말할 수는 없다. 지역가입자의 보험료 부과 기준과 의료 이용 양상 직장가입자와의 차이를 따로 검증해야 한다.
다만 반대쪽 사실도 인정해야 한다. 2024년 전체 중국인 가입자가 건강보험 재정에 순손실을 끼쳤다는 주장은 확인된 연간 통계와 맞지 않는다. 지역가입자의 적자를 중국인 전체의 적자라고 표현해서도 안 된다.

2. 핵심 쟁점은 ‘무임승차’가 아니라 보험료와 혜택의 형평성이다
외국인이 한국 건강보험을 이용하는 것 자체가 특혜는 아니다. 국내 사업장에서 일하며 직장보험료를 내거나 법에 따라 지역가입자로 보험료를 납부한다면 의료급여가 아닌 건강보험 급여를 이용할 자격이 생긴다.
현행 제도에는 외국인에 대한 가입 요건도 마련돼 있다.
외국인 지역가입자는 원칙적으로 국내에 6개월 이상 체류하면 건강보험 의무가입 대상이 된다.
외국인 피부양자도 2024년 4월부터 원칙적으로 국내에서 6개월 이상 거주해야 건강보험 적용을 받을 수 있도록 기준이 강화됐다.
지역가입자는 소득·재산 파악의 어려움을 고려해 일정한 보험료 하한 기준을 적용받는다. 다만 유학생 등 일부 체류자격에는 경감 규정이 있고, 영주권자와 결혼이민자 등은 별도 기준이 적용될 수 있다.

이처럼 제도 개선은 이미 이뤄졌다. 그렇다면 이제 물어야 할 것은 제도가 실제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는가 하는 점이다.
소득과 재산이 충분한데도 이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보험료를 적게 부담하는 사례가 있는가. 보험료 체납자가 급여를 부당하게 이용하는 사례가 있는가. 국내에서 보험료를 납부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가족 사이에 불합리한 혜택 차이가 발생하는가.
이것은 국적을 이유로 단정할 문제가 아니라, 가입·부과·급여 자료를 대조해 밝혀야 할 행정의 책임이다.

3. 국민에게 요구하는 의무, 외국인에게도 같은 수준으로 적용하라
건강보험은 국민이 내는 보험료로 운영되는 사회보험이다. 국민에게는 보험료 납부 의무를 요구하면서 외국인 가입자의 소득·재산 확인이나 체납 관리에 허점이 있다면, 정부는 이를 방치해서는 안 된다.
특히 다음 세 가지는 철저히 점검해야 한다.

첫째, 보험료 산정의 실효성이다. 국내 소득뿐 아니라 관련 법령에 따라 확인할 수 있는 재산과 소득 정보를 활용해 부담 능력에 맞는 보험료가 부과되는지 검증해야 한다.

둘째, 피부양자 제도의 악용 방지다. 가족관계를 이용해 보험료 부담 없이 고액 진료만 받고 출국하는 사례가 실제로 얼마나 발생하는지, 적발 건수와 환수액을 국적별·유형별로 공개해야 한다. 다만 부정수급이 실제로 확인되지 않은 사람까지 의심하거나, 고액 진료를 받았다는 이유만으로 부정수급이라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

셋째, 체납 관리와 급여 제한의 엄정한 집행이다. 정당한 사유가 없는 체납에는 법에 따른 조치를 취하고, 출국이나 자격 상실로 징수가 어려워지는 경우에도 합법적인 징수 수단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이러한 요구는 중국인만을 겨냥한 특혜 박탈이 아니다. 미국인, 중국인, 베트남인 등 모든 외국인에게 동일한 원칙을 적용하자는 것이다.

4. 재정 흑자라는 이유로 모든 비판을 막아서도 안 된다
정부는 중국인 건강보험 재정이 2024년 흑자로 돌아섰다는 점을 강조한다. 실제로 확인된 수치다. 그러나 재정수지가 흑자라는 사실과 제도의 모든 세부 규정이 공정하다는 판단은 서로 다른 문제다.
반대로 중국인 가입자가 건강보험 재정을 대규모로 축내고 있다는 주장도 전체 가입자 통계와 구분해야 한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중국인 지역가입자는 2024년 적자였지만 직장가입자는 그보다 큰 흑자를 기록했다. 전체 중국인 가입자의 연간 재정수지는 흑자였다.

그러므로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논란을 덮는 것도, 특정 국적을 희생양으로 삼는 것도 아니다. 가입 유형별 보험료 수입과 급여비 지출 고액 진료 현황 체납액 부정수급 등을 적발하여 환수액을 일관된 기준으로 공개하는 것이다.
통계 공개가 불충분하면 의혹이 커지고, 의혹을 근거로 국적 전체를 비난하면 사실이 왜곡된다. 정부는 이 두 가지 문제를 모두 해결할 책임이 있다.

5. 결론: 국민의 건강보험은 공정해야 한다.
건강보험은 외국인을 배척하기 위한 제도가 아니다. 국내에 합법적으로 체류하며 정당하게 보험료를 납부하는 외국인도 의료보장의 보호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그 원칙이 보험료 부담의 불공정이나 부정수급을 묵인하는 근거가 될 수는 없다.
정부는 중국인 건강보험의 재정수지가 개선됐다는 사실만 내세우지 말고, 지역가입자와 직장가입자의 차이, 보험료 부과의 적정성, 체납 관리와 부정수급 방지 실적을 국민 앞에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문제가 확인되면 국적과 관계없이 엄정하게 조치해야 한다.
국민이 요구하는 것은 외국인에 대한 무조건적인 배제가 아니다. 자신이 낸 보험료가 공정하게 관리되고 있다는 믿음이다. 그 믿음이 무너지면 건강보험 제도 자체에 대한 신뢰도 무너진다.
국민에게는 의무를 강조하면서 행정의 허점에는 관대한 정부라면 비판받아 마땅하다. 국적을 앞세운 선동도 경계해야 하지만,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는 국민의 목소리까지 차단해서도 안 된다.
건강보험의 원칙은 간단하다. 낸 만큼만 돌려받으라는 뜻이 아니라, 부담 능력과 법적 자격에 맞게 부담하고 누구에게나 동일한 규칙을 적용하라는 것이다. 국민의 돈으로 운영되는 제도라면 그 원칙은 더욱 엄격해야 한다.
신동호 기자 jscar100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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