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의회 "국장님 여쭙니다"가 시정질문인가… '의원의 언어'보다 제주 콧바람 우선
"연수보다 중요한 것은 의정 기본기와 책임의식"
"부탁하는 시민 대표, 아니다"
"선택적 긴축 논란…시민 눈높이와 멀어진 의정활동"
정민준 기자입력 : 2026. 08. 06(목) 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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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측부터)제주도 연수를 떠나는 인미동,하경옥,이나영,최대성,김영미,민향기 대전시의원 ⓒ사진 제공/대전시청 기자협회 공동제공
[심층취재/CTN]정민준 기자ㅣ대전시가 기록적인 폭염으로 재난안전대책본부 비상 1단계를 가동하고 취약계층 보호와 시민 안전 확보에 행정력을 집중하는 가운데, 일부 대전시의회 초선 의원들의 제주도 합동연수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제주도 연수 논란은 '제주도 연수를 갔느냐'가 아니다. 시민 혈세를 투입한 연수의 실효성과 지방의원으로서의 기본 역할, 그리고 의정 역량의 본질을 둘러싼 문제라는 지적이다.

대전시청기자협회 공동취재 결과, 대전시의회 일부 초선의원인 인미동(유성구2), 하경옥(유성구3), 김영미(서구2), 이나영(동구3), 최대성(동구2), 민향기(비례대표) 의원 등 6명이 오는 10일부터 12일까지 시민 혈세를 투입한 제주도 2박 3일 직무연수에 참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의원 1인당 교육비 85만 원과 항공료 20만 원 등 약 105만 원의 시민 세금이 투입된다.

그러나 확보된 일정표를 보면 실제 교육시간은 3일 동안 약 8시간에 불과하지도 않다는 것이다. 나머지는 숙소 입실, 식사, 만찬, 비교견학 등 부대 일정이 대부분이다.

지역사회에서는 "하루 평균 2~3시간 교육을 위해 굳이 제주까지 갈 이유가 있었느냐", "대전에서도 충분히 가능한 교육이었다"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무엇보다 교육 내용 역시 예산·결산 심사, 행정사무감사, 조례 제·개정 등 지방의원의 기본 직무교육 수준으로 알려졌다. 일부 의원들은 기초의회 시절 이미 같은 교육을 이수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전해져 교육의 차별성과 필요성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 "국장님 여쭙니다"…시민 대표인가, 집행부 직원인가

이번 논란의 핵심은 연수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출입 언론사 B기자에 따르면 대전 5개 자치구의회를 거쳐 광역의회에 입성한 일부 시의원들의 시정질문 속기록에는 "국장님 여쭙니다", "시장님 여쭙니다", "이렇게 당부드립니다" 등의 표현이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것으로 확인됐다는 것이다.

이는 한 현직 A의원이 "속기록을 직접 확인해 보라"며 안타까움을 토로한 내용으로 알려졌다.

지방의회에서 시정질문은 시민으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은 의원이 집행기관을 상대로 정책과 행정을 검증하고 책임을 묻는 공식적인 견제 행위다.

그럼에도 '여쭙니다'라는 표현은 상급자에게 허락을 구하거나 공손하게 질문하는 의미를 담고 있으며, '당부드립니다' 역시 감독기관이 아닌 협조 요청의 성격이 강한 표현이다.

의회가 집행부를 감시하는 헌법적 기능을 수행하는 자리에서 이러한 표현이 반복된다면 시민을 대신한 견제 기능은 스스로 약화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지방의회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시민을 대표하는 의원이라면

"질의하겠습니다."

"답변하십시오."

"근거를 제시해 주십시오."

"행정의 책임을 어떻게 질 것입니까."

와 같은 책임을 묻는 언어가 시정질문의 기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 제주 연수보다 필요한 것은 의정 철학과 기본기

지역 정가에서는 이번 제주연수가 더욱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필수교육이었다면 전문강사를 대전으로 초청해 22명의 전체 시의원이 함께 교육받는 것이 예산 절감과 교육 효과 측면에서 훨씬 합리적이라는 것이다.

더욱이 폭염과 민생경제 침체로 시민들이 고통을 겪고 있는 시점이다.

대전시는 폭염 대응에 행정력을 총동원하고 있고 시민들은 생활물가와 경기침체로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의원들이 제주 연수에 나서는 모습은 시민 눈높이와는 거리가 멀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지방의회의 연수는 관광이 아니라 시민에게 더 나은 의정을 제공하기 위한 수단이어야 한다.

그러나 교육보다 이동과 부대 일정의 비중이 크고, 교육 내용도 기존 과정과 큰 차별성이 없다면 시민들이 이를 납득하기는 어렵다.

더 심각한 것은 연수 이전에 의회의 존재 이유와 시정질문의 기본 언어부터 다시 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대전 둔산동 시민 김(64·남·프리랜서)모 씨은 "설마 대전시 전체 예산이 얼마인지 그것도 모르면서 제주도까지 연수를 가는 것은 아니겠죠"라며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시민들과 본 기자는 더 이상 시민의 혈세를 맡은 시의원들에게 실망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대전시 전체 예산과 복지예산이 얼마인지 알고 계십니까"라는 가장 기본적인 질문마저 차마 하지 못했다. 그 답을 듣는 순간, 또 한 번 실망하게 될까 두려웠기 때문이다
정민준 기자 jil367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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