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칠갑타워, 관광객 편의와 지역 일자리 창출을 다시 생각해야 한다
로봇은 커피를 뽑지만, 관광객의 불편까지 해결하지는 못한다
오연근 기자입력 : 2026. 08. 17(월)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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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TN 오연근 중부취재본부장
[CTN 칼럼]오연근 중부취재본부장= 충남 청양군의 대표적인 관광시설 가운데 하나인 칠갑타워를 찾았다.

그런데 현장에 들어서면서부터 고개를 갸웃하게 만드는 대목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관광객이 가장 먼저 필요로 하는 것은 무엇일까.

볼거리도 중요하고, 먹거리도 중요하고, 특색 있는 체험도 중요하다.

그러나 관광객에게 가장 기본적인 편의시설을 꼽으라면 단연 화장실이다.

그런데 칠갑타워에서는 이 기본적인 편의가 관광객에게 너무나 먼 곳에 놓여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관광객 입장에서 화장실을 찾아 한참을 이동해야 한다면, 그것 자체가 관광 만족도를 떨어뜨리는 요소가 된다.

대한민국은 세계적으로도 공중화장실과 관광객 편의시설을 잘 갖춘 나라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런데 관광객이 많이 찾는 관광시설에서 화장실 이용에 불편을 느끼게 한다면 과연 관광객 중심의 행정이라고 할 수 있을까.
더욱이 방문객들이 불편을 호소하자 곳곳에 현수막을 내걸어 상황을 설명하는 방식이 과연 최선의 해결책인지도 묻지 않을 수 없다.

불편을 설명하는 행정보다 불편을 없애는 행정이 먼저다.

칠갑타워 2층에는 로봇이 음료를 제조하는 이른바 로봇카페가 운영되고 있다.

로봇이 주문받은 음료를 만들고 건네주는 모습은 분명 볼거리다.

하지만 관광시설에 로봇카페를 설치했다는 사실만으로 그것이 관광객에게 더 나은 서비스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특히 지금 우리 사회가 직면한 중요한 과제 가운데 하나가 지역 일자리 창출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청양군처럼 인구 감소와 지역소멸 문제를 고민해야 하는 농촌지역에서는 관광시설 하나하나가 단순한 시설이 아니라 지역 주민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

그런데 카페라는 공간에 사람 대신 로봇을 배치한다면 질문이 생긴다.

'굳이 이곳에 로봇을 설치해야 했는가?'

'이 공간에서 지역 주민에게 일자리를 제공할 수는 없었는가?'

'청양의 어르신들에게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주는 방식은 검토했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이 필요하다.

노인 일자리와 관광을 연결할 수는 없었나.

인근 지역에서는 시니어클럽 등을 중심으로 어르신들이 바리스타 교육을 받고 자격을 취득한 뒤 실제 카페 현장에서 일하는 사례가 있다.

이러한 모델은 단순히 커피 한 잔을 판매하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

어르신에게는 소득과 사회참여의 기회를 제공하고, 관광객에게는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따뜻한 서비스를 제공하며, 지역에는 소비가 순환되는 구조를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청양군도 충분히 고민해볼 수 있지 않았을까.

칠갑타워의 카페를 청양지역 어르신들의 시니어 바리스타 일자리와 연계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청양군이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바리스타 교육을 지원하고, 일정한 교육과정을 수료한 주민들이 카페 운영에 참여하도록 한다면 어떨까.

로봇은 보조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

음료 제조나 주문 시스템 가운데 일부는 자동화하고, 사람은 고객 응대와 매장 관리, 관광 안내 등을 담당하는 방식도 가능하다.

그렇다면 기술과 사람이 공존하면서도 지역 일자리를 만들어낼 수 있다.

로봇을 없애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로봇을 활용하더라도 그 기술이 지역 주민의 일자리를 빼앗는 방식이 아니라 사람의 일자리를 보완하고 관광서비스를 향상시키는 방향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관광객이 관광지를 찾는 이유는 건물을 보기 위해서만이 아니다.

그곳에서 무엇을 보고, 무엇을 먹고, 누구를 만나고, 어떤 경험을 하느냐가 여행의 기억을 결정한다.

무인 시스템과 로봇이 편리할 수는 있다.

그러나 관광지에서 사람의 표정과 말 한마디, 지역 주민의 친절한 설명까지 기계로 대체한다면 과연 그곳만의 매력이 남을까.

특히 청양처럼 지역의 자연과 사람, 농촌의 정서 자체가 관광자원이 될 수 있는 곳이라면 더욱 그렇다.

청양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사람 냄새 나는 관광'을 만들어야 한다.

커피 한 잔을 팔더라도 청양 어르신이 직접 건네는 커피라면 그것 자체가 관광 콘텐츠가 될 수 있다.

'청양 시니어 바리스타가 내려주는 칠갑산 커피.'
이런 이야기가 오히려 로봇이 내려주는 커피보다 청양을 기억하게 만드는 힘이 있을 수도 있다.

또 하나 짚어야 할 부분은 시설 이용과 관련한 접근성 문제다.

많은 예산을 투입해 관광시설을 조성해놓고도 자연환경이나 시설 상황 등의 이유로 일부 구간의 이용이 제한된다면 관광객 입장에서는 허탈할 수밖에 없다.

관광객이 기대하고 찾아왔는데 현장에서는 '지금은 이용할 수 없다', '물이 빠져 갈 수 없다'는 안내를 받는다면 시설에 대한 만족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물론 자연재해나 안전 문제는 무엇보다 우선해서 고려해야 한다.

하지만 그렇다면 더욱 중요한 것이 있다.

사전에 정확하게 알리고, 대체 관광 동선을 마련하고, 이용객의 불편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단순히 입장료를 할인하는 것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관광객이 '왜 못 가는지'보다 '그렇다면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안내하는 행정이 필요하다.

칠갑타워가 실패한 관광시설이라고 단정하고 싶은 것이 아니다.

오히려 반대다.

청양의 관광자원을 알리고 지역경제를 살릴 수 있는 중요한 공간이기 때문에 지금이라도 문제점을 제대로 짚고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청양군에 몇 가지를 제안한다.

첫째, 관광객 편의시설을 전면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특히 화장실의 위치, 접근성, 안내표지, 청결 상태 등을 관광객의 동선에서 다시 살펴야 한다.

둘째, 로봇카페 운영의 경제성과 공공성을 재검토해야 한다.
단순히 '최신 기술'이라는 이유만으로 운영할 것이 아니라 인건비, 유지관리비, 이용률, 관광객 만족도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야 한다.

셋째, 지역 어르신들의 일자리와 연계한 카페 운영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시니어 바리스타 교육과 고용을 통해 관광과 복지를 연결하는 모델을 만들 수 있다.

넷째, 로봇과 사람의 협업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로봇이 모든 일을 하는 카페가 아니라 로봇은 기술을 담당하고 사람은 서비스와 소통을 담당하는 방식이다.

다섯째, 관광객의 목소리를 정기적으로 수렴해야 한다.
시설을 만든 행정기관의 입장이 아니라 실제 이용객의 입장에서 불편사항을 조사하고 개선해야 한다.

청양군의 인구가 약 3만 명 규모로 줄어든 현실에서 지역 일자리를 만드는 일은 관광정책과 따로 떼어놓고 생각할 문제가 아니다.
관광객이 청양에 와서 돈을 쓰고, 그 돈이 지역 주민의 일자리와 소득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지역관광이고 지역경제 활성화다.

관광객에게 커피 한 잔을 팔면서도 청양 어르신에게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은 일인가.

관광객에게 화장실 하나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해주면서도 '다시 오고 싶은 청양'이라는 이미지를 만들 수 있다면 그것 또한 훌륭한 관광행정이다.

로봇이 커피를 뽑는 것이 잘못이라는 말이 아니다.

문제는 무엇을 위해 로봇을 선택했느냐는 것이다.

최신 기술을 보여주기 위한 것인지, 관광객 편의를 높이기 위한 것인지, 아니면 지역 일자리를 줄이는 결과를 감수하면서까지 자동화를 해야 하는 것인지 냉철하게 따져봐야 한다.

칠갑타워가 진정한 관광명소로 거듭나려면 이제는 '무엇을 만들 것인가'보다 '관광객이 무엇을 경험하고, 지역 주민에게 무엇이 돌아가는가'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그래도 청양을 찾아주시라.
청양에 오셔서 맛있는 것도 드시고, 좋은 것도 보시고, 지역 상권에 돈도 쓰고 가시라.

그래야 청양의 지역경제가 살고, 지역 어르신들에게도 작은 일자리 하나가 더 생길 수 있다.

다만 칠갑타워를 방문하는 관광객들에게 당부하고 싶다.

화장실 위치부터 미리 확인하라.

특히 로봇카페가 운영되는 2층에는 화장실이 없으니 방문객들은 이 점을 미리 참고하기 바란다.

관광행정은 거창한 시설을 만드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관광객이 불편하지 않게 하고, 지역 주민에게 일자리를 돌려주며, 다시 찾고 싶은 공간을 만드는 것.
그것이 진짜 관광행정이다.
오연근 기자 oh125@hanmail.net
공주취재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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