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CTN]정민준 기자ㅣ대전문화재단이 ‘대전0시축제’의 붐업 조성을 위해 8월 2일부터 옛 충남도청사에 개장한 ‘패밀리테마파크’가 개막과 동시에 뜨거운 관심을 모았지만, 정작 그 속을 들여다보면 실망을 감추기 어렵다는 평가가 잇따르고 있다.

겉보기에는 ‘온 가족이 함께 즐기는 문화예술 공간’이라는 타이틀을 내걸었지만, 실제 운영 콘텐츠는 유아·아동 중심의 단편적 놀이시설과 협찬 기업 중심의 상업성 전시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특히, 대표 콘텐츠로 홍보 중인 ‘감필라고 해변’, ‘꿈씨오락실’ 등은 전통적 전시회나 예술적 맥락보다는 SNS용 사진 촬영 공간에 가깝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더욱 문제가 되는 부분은 완구기업 영실업과 협업한 ‘캐릭터랜드’다. 콩순이·또봇·시크릿쥬쥬 캐릭터를 활용한 포토존과 영상존이 중심을 이루며, 일각에서는 “세금으로 기업 마케팅을 대행해주는 꼴”이라며 날선 비판도 제기된다. 실제 시민들 사이에서는 “문화재단이 공공기관인지, 특정 기업의 홍보업체인지 헷갈린다”는 반응도 나왔다.

체험 프로그램의 반복성과 부실함도 문제다. 매년 반복되는 전통놀이와 공예 체험을 비롯해, 외부 기관 이름만 빌린 수준의 과학 체험 부스는 콘텐츠의 깊이를 기대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지역 문화나 대전 고유의 도시 서사와 연결된 창작 콘텐츠는 찾아보기 힘들다. 지역성이 배제된 기성 캐릭터와 외부 콘텐츠만이 자리를 채우며, 문화 축제의 정체성과 철학이 실종됐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공연 콘텐츠 역시 다르지 않다. 지역 창작 뮤지컬이라 소개된 일부 프로그램은 실상 전국 순회 중인 기성작품의 재활용 수준이며, 홍보용 캐릭터극을 포함한 일부 콘텐츠는 단순 흥미 위주의 구성으로 도시 브랜드 제고와는 거리가 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전시 공직자라고 밝힌 한 관계자는 “패밀리테마파크라는 이름 아래 콘텐츠를 무리하게 확대하다 보니 축제의 본래 취지였던 시민참여와 로컬예술 중심의 방향성이 흔들리고 있다”며 “도시 브랜드 강화나 시민 문화 자산 창출보다는 숫자 늘리기에만 집착한 전시행정의 전형적 사례”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재단은 지난해 40만 명이라는 방문객 수치를 앞세워 흥행을 강조하고 있으나, 정작 그 안에 담긴 문화예술적 가치와 도시 정체성, 그리고 시민의 자긍심은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이 현장의 목소리다.

대전시 둔산동에 거주하는 시민 A(여 ·31)씨는 “아이들 데리고 가기에는 그저 평범한 놀이터 수준”이라며 “이게 축제인지, 기업 이벤트인지 모르겠다. 대전만의 스토리나 문화적 색채는 하나도 느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문화축제는 단순한 여흥 공간이 아니다. 지역의 정체성과 시민의 문화욕구를 반영한 콘텐츠를 통해 공공성과 예술성을 동시에 담보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꿈돌이 가든 ⓒ사진제공/대전문화재단

정민준 기자 jil3679@hanmail.net 정민준 기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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