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채윤의 실천하라, 정주영처럼/CTN] 젊은이들은 밤중에 태어나서 이튿날 아침 해돋이를 처음 보는 갓난애들 같기 때문에,
어제란 으레 없었던 것처럼 생각하기 쉽다.
- 서머셋 모옴
두려움 없이 앞으로
조지 패턴 장군은 미국군대에서 기갑전의 길을 최초로 열어준 인물이다. 그는 그 후 군 생활에서 2차 대전 중 가장 뛰어난 야전사령관으로도 이름이 높다. 패턴은 군대 내에서 늘 특유한 행동으로 가장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그는 오만하고 거칠며 허영심 많고 별난 성격의 소유자였다.
그래서 그의 이런 특별한 군대생활을 다룬 영화조차 인기였고 아카데미상 최우수작품상과 최우수 남우주연상, 최우수 감독상까지 받기도 했다.
그럼에도 패턴은 야전군 지휘관으로서 2차대전 중 전쟁만은 똑똑히 치러서 큰 전투에서 한 번도 지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부하들의 존경을 한 몸에 모으고 미국 내 민간인들로부터도 커다란 인기를 누렸다. 그것은 그가 최초의 기갑전을 개발해서 두려움 없이 전투를 벌이는 유일한 장군이었기 때문이다.
정주영은 자동차에 대해서 아무 것도 모르면서 두려움 없이 아도 서비스라는 자동차 수리공장을 시작했고 성공의 길을 걷는 큰 발걸음을 내딛기 시작했다. 그 후 사업을 하는 동안 정주영은 최초의 해외 건설 진출, 최초의 자동차 생산 등 산업 전 분야에 걸쳐서 두려움 없이 처음 하는 사업들을 성공으로 만들어 나간다.
오늘날 국내 개인 인터넷 쇼핑 사업체 중 한 달 매출이 전혀 없는 곳이 88%에 달한다. 한 달 매출이 1,000만 원을 넘는 곳은 2%에 불과한데 그 틈새시장에 대학생 사업가들이 있다. 한 달 평균 1,000만 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한 대학생 CEO들은 이구동성으로 "두려움 없이 뛰어들어야 얻는 게 있다"고 말한다.
두려움 없이 뛰어들어서 수많은 사업을 성공 시킨 사람으로 정주영은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사람이었다. 흔히 사람들은 이병철은 뛰기 전에 생각하는 사람이었고 정주영은 뛰면서 생각하는 사람이었다고 평하고 있다.
정주영은 말년에 정치에 뛰어들면서 만에 하나 실패했을 경우에 '현대'가 감수해야 할 불이익을 두려워하는 가족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옛날에 짚신 한 켤레 신고 맨몸으로 고향을 떠난 사람인데, 우리가 망한다고 해도 구두는 신고 살 수 있을 것이다. 나라 꼴이 이 모양인데 그냥 앉아서 정치 욕이나 하며 내 안전만 도모하는 것이 소위 사회 지도층이라는 사람들이 할 일이냐? 시궁창을 시궁창인 채로 내버려두면 언제까지나 시궁창일 수밖에 없다. 누군가 소매를 걷어붙이고 나서서 청소할 사람이 필요하고, 그걸 내가 해보겠다는 것이다. 우거짓국 먹고 살 각오를 해둬라. 죽으면 맨몸으로 가는 게 인생인데 망한다고 해도 아까울 것 없다."

물론 정주영의 정치입문은 실패로 끝났지만 정치가 달라져야 하고 지도자가 경제를 잘 알고 지혜롭게 국가 경영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가르침을 준 족적을 남긴 행동이었다.
1970년대 초 조선 사업에 뛰어들었을 때 그것이 성공할 것으로 생각한 사람은 거의 없었지만 그는 훌륭하게 성공시켰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성공이 아닌 실패만을 점쳤던 올림픽 유치도 성공시켰다. 정주영의 평생은 불가능에의 도전, 그것을 가능으로 뒤집은 기록의 점철이라고 할 수 있다.

현대건설의 시작
현대자동차공업사로 성업을 누리고 있을 무렵 정주영은 건설업에도 손을 뻗기 시작했다. 측근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시작한 사업이었다.
25세 나이에 ‘아도 서비스’를 차려서 특유의 사업수완을 발휘한 정주영에게는 분명 남다른 사업가 기질이 있었다. 자신은 물론 동생들을 ‘징용’아라는 절대절명의 위기로부터 구해낸 기지, 비록 위험이나 손해가 따르는 일이라 할지라도 자신이 옳다고 여기면 미련없이 실행에 옮기는 결단력, 그리고 더 큰 이익이 보장되는 사업을 선택하는 선견지명이 그랬다.
자칫하면 잘 되고 있는 현대자동차공업사에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올지도 모른다’라는 주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정주영은 끝까지 현대토건을 세우는데 뜻을 굽히지 않았다. 결국 정주영은 ‘현대자동차공업사’ 설립 1년 만인 1947년 5월 25일, 회사 내에 ‘현대토건사(現代土建社)’라는 또 다른 간판을 내걸었다.
설립 초기의 기능공은 10여 명에 불과했고 기술자라야 기껏 공업학교 교사 출신 한 명뿐이었다. 후일 ‘현대건설(現代建設)’ 의 모체가 된 이 회사는 처음에는 현대자동차공업사 한 귀퉁이를 빌려 쓰는 더부살이로 시작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자동차 공업사보다 수입이 월등히 나은 효자노릇을 하기 시작했다. 정주영의 예상대로, 잔돈푼이나 들어오는 자동차공업사와는 비교도 안 될 만큼 수익이 컸던 것이다.
현대토건사는 설립 1년 후에 광화문으로 사무실을 확대 이전한다.
정주영은 일 년 동안의 경험을 통해서 토건업은 해볼 만한 사업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공사를 따 내기가 좀 어려워서 그렇지 일단 시작하면 수지는 맞았다. 그는 현대토건이 공사를 따는데 힘드는 것은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였다.
정주영은 토건업도 자동차 수리업과 같이 차근차근 신용을 쌓아올리면 일거리는 저절로 생길 것이라고 믿었다. 그래서 그는 1948년에도 1949년에도 1947년도의 계약고를 유지하면서 착실하게 기반을 굳혀 나갔다.
1950년 1월, ‘현대토건사’를 통해 사업의 기반을 더욱 굳힌 정주영은 토건업에 박차를 가할 생각으로 현대토건사와 현대자동차공업사를 합병해서 ‘현대건설주식회사(現代建設柱式會社)’를 설립하고 사장으로 취임했다. 훗날 현대건설은 현대그룹을 일으키는 모체가 된다.

20세기 최대의 공사를 따내다
정주영의 처음 하는 일에 두려움을 갖지 않는 도전정신과 개척정신은 그 뒤에도 끊임없이 이어져 20세기 최대의 공사로 불리는 사우디 주베일 항만 공사를 비롯해서 소양강댐공사, 세계 최대의 조선소인 현대조선소 건설, 국내 최초 브랜드의 자동차 ‘포니’ 생산, 서산간척지 공사 등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되었다.
다음은 주베일 항만 공사(Jubail Harber Port)를 수주할 때의 일이다.
1978년 사우디아라비아는 20세기 세계 최대의 건설계획을 발표했다.
해안벽, 방파제, 도로, 접안시설, 정박시설, 부두시설과 외항 유조선 정박시설인 ‘주베일산업항 건설’은 산업항의 꽃으로 불리는 해양 탱커 터미널로, 해안에서 10km 떨어진 바다 위에서 30만 톤급 유조선 4척을 한꺼번에 정박하게 하여 원유를 실을 수 있는 바다 위의 시설이다. 이 탱커 터미널의 밑 부분을 이루는 철 구조물은 가로 18m, 세로 20m, 높이 63m로 10층 빌딩 크기로 무게도 3-4백 톤이나 되며, 하나의 값도 당시 5억 원에 이르렀다.
세계의 유명 건설업체들이 저마다의 장점을 내세우면서 어마어마한 수익이 보장된 공사를 따내기 위해 달려든 상황에서 현대는 뒤늦게 이 사업에 뛰어들었다.
미국, 네덜란드, 영국, 독일의 10개 기업들이 단가를 적어냈다. 일본에서도 주저했던 신청을 정주영은 두려움 없이 견적을 뽑아 신청을 했다.
결국 유명한 건설업체가 아닌 현대가 뽑혔다. 세계적인 9개 대형건설회사와 경쟁하여 총 공사비 15억 달러 이상 드는 공사를 정주영은 9억 4,460억 달러를 적어내서 사우디 주베일 산업항 공사를 수주했다. 당시 이 금액은 그 해 우리나라 총예산의 절반에 해당되는 큰 금액이었다. 정주영은 가장 싼 가격에 공사를 수주했지만 기상천외한 아이디어로 세상 사람들을 놀라게 하면서 그 공사를 흑자로 만들어냈다.
어떤 기회가 있을 때 안 될 거라는 부정적 사고로는 승리를 거머쥘 수 없다. 정주영처럼 '할 수 있다', '하고 보자'는 두려움을 모르는 사고방식이 결국 승리를 거머쥐는 것이다. 정주영은 모든 사업에서 기회가 있으면 도전을 하고 결국은 불가능한 것처럼 보인 사업에서 기회를 잡고 성공으로 이끌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