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회]뿌리 깊은 가문
리채윤 도서출판 작가교실 대표
가금현 기자입력 : 2021. 08. 17(화) 11:25
리채윤 도서출판 작가교실 대표
[리채윤의 신사임당의 자녀교육법/CTN]신사임당은 친가와 외가 모두 내로라하는 명문가였다.
한편 남편 이원수도 만만치 않은 가문의 후예였다. 한양 도령 이원수는 높은 태백산맥의 대관령 아흔아홉 고개를 말을 타고 넘어가서 강릉의 규수 신사임당에게 장가를 들었다.
신사임당의 집안 내력을 보면, 뼈대 깊은 양반 가문이다.
그 집안의 시조는 고려 개국공신이자 태조 왕건(王建)을 대신하여 전사한 신숭겸(申崇謙)이다. 평산 신씨 가문은 그로부터 내려오면서 후손들이 번성했다. 신명화는 신숭겸의 18대손으로 진사에만 그치고 벼슬을 하지 못했지만, 그 선대는 당당한 벼슬아치 집안이었다.
고조할아버지는 문희공 신개(申檗 : 1374~1446년)는 세종 때 예문관 대제학, 대사헌, 도총제 등 여러 관직을 지냈고, 나중에 우의정을 거쳐 좌의정까지 오른 인물이다. 할아버지 신자승(中自繩)도 문과에 급제한 뒤 벼슬이 예종 때 성균관 대사성(大司成)에 올랐다.
영월군수를 지낸 아버지 신숙권(申叔權)은 태종의 막내딸인 정선공주(貞善公主, 1404-1424)의 외손자였다.
태종은 원경왕후 민씨와 그의 처남들 도움으로 왕위에 올랐으나 처가의 세력이 커지는 걸 막고자 처남들을 처단하면서 4남 4녀 중 막내딸인 정선공주를 일부러 권문세가가 아닌 신씨 가문으로 시집보냈다. 영월군수로 재임할 당시 신숙권은 매죽루(梅竹樓)라는 누각을 창건하기도 했다.
오늘날에도 현존하는 이 누각은 단종(端宗)이 그곳에 올라 자신의 비운을 탄식하며 '두견시(杜鵑詩)'를 읊었다 하여 그 후부터 자규루(子規擄)라 개칭하게 됐다.
또한 임진왜란 때 충주 탄금대에서 왜적과 싸우다가 전사한 3도 순변사 신립(申砬)은 신사임당의 9촌 조카였다.
그런가 하면 사임당의 외가도 명망 높은 가문이었다. 어머니 이씨 부인은 외할머니는 강릉 최씨로 중종 때 사헌부대사헌과 형조참판을 지낸 강릉의 문벌 최응현의 딸이다.
최씨 가문은 세종에서 중종 조까지 8대에 걸쳐 벼슬을 했는데, 최응현의 부친 최치운은 세종이 친히 그의 죽음을 애도하는 제문을 지어내릴 정도였다. 그가 오죽헌을 지은 당사자라는 설이 유력하다. 이렇듯 사임당은 친가와 외가 모두 내로라하는 명문가였다.
한편 신사임당의 남편 이원수도 만만치 않은 가문의 후예였다. 조선왕조에 들어와 덕수 이씨 가문은 대대로 벼슬을 한 명문 가문이었다.
『덕수이씨보』를 보면 시조 이돈수(李敦守)는 고려 말 고종 때 중랑장(中郎將； 정5품)을 지낸 무관이고, 그 아들 이양준(李陽俊)도 보승장군(保勝將후； 정7품)의 무관직을 지냈다.
덕수 이씨는 조선 왕조에 들어와서도 계속 벼슬을 이어 갔다.
이원수의 4대조인 이명신(李明晨, 1368-1435)은 심종(沈悰)의 사위였는데 심종은 태조의 차녀인 경선 공주(慶善公主)를 아내로 얻어 태조의 부마가 된 인물이었으므로 이명신은 태조의 사위의 사위가 된 셈이다. 세종은 이명신을 우대해서 과거에 급제하지 않은 그에게 지중추부사(知中樞府事； 정2풍)와 동지돈녕부사(同知敦寧府事； 종2풍)의 높은 벼슬을 주었다. 그것은 이명신의 장인 심종이 세종의 장인인 심온(深穩)의 친형이었던 때문인 듯하다.
이원수의 할아버지 이의석(李懿錫)은 좌참찬을 지냈고, 부제학을 지낸 최만리(崔萬理)의 사위였다. 아버지이천(李薦, 1483~1506)은 스물넷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이원수의 가계는 이순신 장군과도 이어진다. 이원수는 이순신과 같은 덕수 이씨로 18촌 동행간이고, 아들 율곡은 이순신과 19촌 숙질(叔姪) 사이다.
한편 당숙인 이기(李芑)와 이행(李荇) 형제는 모두 이원수가 살아 있던 당대에 영의정과 좌의정 등 고관을 역임했다. 이원수는 영의정 이기를 찾아다니다가 아내에게 호된 꾸지람을 듣고 발길을 끊었는데 그것이 훗날 커다란 복이 되어 돌아오기도 했다.
하지만 이원수는 아버지가 일찍 세상을 뜨는 바람에 홀어머니 슬하에서 자라난 탓에 돌보는 이도 배움이 별로 없었다. 신명화가 이렇다 할 배움도 없는 이원수를 사윗감으로 점찍었을 때 주변 사람들이 모두 이상하게 여겼다.
하지만 신명화의 관심사는 다른데 있었다.
그가 재주 많은 둘째 딸의 신랑감을 고를 때 제일 먼저 염두에 둔 것은 가문이나 재력이 아니라 딸의 재주를 이해하고 키워 줄 수 있는 사람이었다.
신명화에게 이원수를 소개한 사람은 당숙이자 훗날 좌의정까지 지낸 이행이었다. 신명화와 이행은 한때 동문수학한 학우였는데 이행이 강릉 지방에서 실시된 향시를 주관하는 향시관으로 강릉에 내려갔을 때 다시 만나 회포를 풀었다. 그 자리에서 이행은 조카인 이원수를 신사임당의 배필로 천거했고 신명화는 그것을 받아들였던 것 같다.
명문 가문이지만 호락호락하게 다룰 수 있는 사윗감으로서 자기가 생각하고 있던 조건에 딱 들어맞았기 때문이었다. 그리하여 한양 도령 이원수는 높은 태백산맥의 대관령 아흔아홉 고개를 말을 타고 넘어가서 강릉의 규수 신사임당에게 장가를 들었다. 때는 조선 제11대 임금 중종 17년, 1522년 8월 20일이다.
가금현 기자
한편 남편 이원수도 만만치 않은 가문의 후예였다. 한양 도령 이원수는 높은 태백산맥의 대관령 아흔아홉 고개를 말을 타고 넘어가서 강릉의 규수 신사임당에게 장가를 들었다.
신사임당의 집안 내력을 보면, 뼈대 깊은 양반 가문이다.
그 집안의 시조는 고려 개국공신이자 태조 왕건(王建)을 대신하여 전사한 신숭겸(申崇謙)이다. 평산 신씨 가문은 그로부터 내려오면서 후손들이 번성했다. 신명화는 신숭겸의 18대손으로 진사에만 그치고 벼슬을 하지 못했지만, 그 선대는 당당한 벼슬아치 집안이었다.
고조할아버지는 문희공 신개(申檗 : 1374~1446년)는 세종 때 예문관 대제학, 대사헌, 도총제 등 여러 관직을 지냈고, 나중에 우의정을 거쳐 좌의정까지 오른 인물이다. 할아버지 신자승(中自繩)도 문과에 급제한 뒤 벼슬이 예종 때 성균관 대사성(大司成)에 올랐다.
영월군수를 지낸 아버지 신숙권(申叔權)은 태종의 막내딸인 정선공주(貞善公主, 1404-1424)의 외손자였다.
태종은 원경왕후 민씨와 그의 처남들 도움으로 왕위에 올랐으나 처가의 세력이 커지는 걸 막고자 처남들을 처단하면서 4남 4녀 중 막내딸인 정선공주를 일부러 권문세가가 아닌 신씨 가문으로 시집보냈다. 영월군수로 재임할 당시 신숙권은 매죽루(梅竹樓)라는 누각을 창건하기도 했다.
오늘날에도 현존하는 이 누각은 단종(端宗)이 그곳에 올라 자신의 비운을 탄식하며 '두견시(杜鵑詩)'를 읊었다 하여 그 후부터 자규루(子規擄)라 개칭하게 됐다.
또한 임진왜란 때 충주 탄금대에서 왜적과 싸우다가 전사한 3도 순변사 신립(申砬)은 신사임당의 9촌 조카였다.
그런가 하면 사임당의 외가도 명망 높은 가문이었다. 어머니 이씨 부인은 외할머니는 강릉 최씨로 중종 때 사헌부대사헌과 형조참판을 지낸 강릉의 문벌 최응현의 딸이다.
최씨 가문은 세종에서 중종 조까지 8대에 걸쳐 벼슬을 했는데, 최응현의 부친 최치운은 세종이 친히 그의 죽음을 애도하는 제문을 지어내릴 정도였다. 그가 오죽헌을 지은 당사자라는 설이 유력하다. 이렇듯 사임당은 친가와 외가 모두 내로라하는 명문가였다.
한편 신사임당의 남편 이원수도 만만치 않은 가문의 후예였다. 조선왕조에 들어와 덕수 이씨 가문은 대대로 벼슬을 한 명문 가문이었다.
『덕수이씨보』를 보면 시조 이돈수(李敦守)는 고려 말 고종 때 중랑장(中郎將； 정5품)을 지낸 무관이고, 그 아들 이양준(李陽俊)도 보승장군(保勝將후； 정7품)의 무관직을 지냈다.
덕수 이씨는 조선 왕조에 들어와서도 계속 벼슬을 이어 갔다.
이원수의 4대조인 이명신(李明晨, 1368-1435)은 심종(沈悰)의 사위였는데 심종은 태조의 차녀인 경선 공주(慶善公主)를 아내로 얻어 태조의 부마가 된 인물이었으므로 이명신은 태조의 사위의 사위가 된 셈이다. 세종은 이명신을 우대해서 과거에 급제하지 않은 그에게 지중추부사(知中樞府事； 정2풍)와 동지돈녕부사(同知敦寧府事； 종2풍)의 높은 벼슬을 주었다. 그것은 이명신의 장인 심종이 세종의 장인인 심온(深穩)의 친형이었던 때문인 듯하다.
이원수의 할아버지 이의석(李懿錫)은 좌참찬을 지냈고, 부제학을 지낸 최만리(崔萬理)의 사위였다. 아버지이천(李薦, 1483~1506)은 스물넷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이원수의 가계는 이순신 장군과도 이어진다. 이원수는 이순신과 같은 덕수 이씨로 18촌 동행간이고, 아들 율곡은 이순신과 19촌 숙질(叔姪) 사이다.
한편 당숙인 이기(李芑)와 이행(李荇) 형제는 모두 이원수가 살아 있던 당대에 영의정과 좌의정 등 고관을 역임했다. 이원수는 영의정 이기를 찾아다니다가 아내에게 호된 꾸지람을 듣고 발길을 끊었는데 그것이 훗날 커다란 복이 되어 돌아오기도 했다.
하지만 이원수는 아버지가 일찍 세상을 뜨는 바람에 홀어머니 슬하에서 자라난 탓에 돌보는 이도 배움이 별로 없었다. 신명화가 이렇다 할 배움도 없는 이원수를 사윗감으로 점찍었을 때 주변 사람들이 모두 이상하게 여겼다.
하지만 신명화의 관심사는 다른데 있었다.
그가 재주 많은 둘째 딸의 신랑감을 고를 때 제일 먼저 염두에 둔 것은 가문이나 재력이 아니라 딸의 재주를 이해하고 키워 줄 수 있는 사람이었다.
신명화에게 이원수를 소개한 사람은 당숙이자 훗날 좌의정까지 지낸 이행이었다. 신명화와 이행은 한때 동문수학한 학우였는데 이행이 강릉 지방에서 실시된 향시를 주관하는 향시관으로 강릉에 내려갔을 때 다시 만나 회포를 풀었다. 그 자리에서 이행은 조카인 이원수를 신사임당의 배필로 천거했고 신명화는 그것을 받아들였던 것 같다.
명문 가문이지만 호락호락하게 다룰 수 있는 사윗감으로서 자기가 생각하고 있던 조건에 딱 들어맞았기 때문이었다. 그리하여 한양 도령 이원수는 높은 태백산맥의 대관령 아흔아홉 고개를 말을 타고 넘어가서 강릉의 규수 신사임당에게 장가를 들었다. 때는 조선 제11대 임금 중종 17년, 1522년 8월 20일이다.
가금현 기자ggh7000@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