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명절을 앞두고 대전서구 둔산동 지역 곳곳에 추석명절인사를 하는 현수막들이 붙어 있다 ⓒ정민준 기자

[핫 이슈/CTN]정민준 기자ㅣ추석 명절 속 대전 시내가 선거 홍보용 현수막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내년 6월 지방선거를 불과 8개월 앞두고 정치인들이 일제히 ‘명절 민심’을 겨냥해 거리마다 얼굴을 내건 것이다.

전봇대, 가로수, 교차로, 육교, 도로변마다 각양각색의 현수막이 줄지어 걸리면서 ‘명절 인사’는 구실일 뿐, 사실상 선거운동의 전초전이 되고 있다.

특히 행정기관이 밀집한 대전 둔산동 일대는 그야말로 현수막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시청과 교육청, 우체국을 중심으로 교차로마다 20여 개가 넘는 현수막이 걸렸고, 그중 상당수는 내년 지방선거 출마가 유력한 인사들의 이름과 직함이 선명했다.

이장우 대전시장, 박범계 국회의원, 양홍규 국민의힘 당협위원장,조원휘 대전시의회의장 등 여야 정치인들의 얼굴이 나란히 등장했고, ‘풍요로운 한가위 되세요’ ‘건강하고 행복한 명절 되시길’ 같은 문구 속에서도 사실상 ‘인지도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졌다.

추석명절을 앞두고 대전서구 둔산동 지역 곳곳에 추석명절인사를 하는 현수막들이 붙어 있다 ⓒ정민준 기자

추석명절을 앞두고 대전서구 둔산동 지역 곳곳에 추석명절인사를 하는 현수막들이 붙어 있다 ⓒ정민준 기자

추석명절을 앞두고 대전서구 둔산동 지역 곳곳에 추석명절인사를 하는 현수막들이 붙어 있다 ⓒ정민준 기자

명절 인사는 구실일 뿐이다. 대다수 정치인들은 ‘명절은 곧 홍보 기회’로 간주한다. 풍요와 안녕을 기원하는 덕담 속에 이름과 직함을 자연스럽게 노출시킬수 있다. 선거법상 사전선거운동 논란을 비껴가기 때문이다. 법망을 피한 ‘합법적 얼굴 알리기’ 전략이다. 문제는 이런 현수막이 시각 공해를 일으키며 시민들에게 피로감을 주고 있다는 점이다.

대전 서구 이모(46)씨는 “한 블록만 돌아도 정치인 이름이 10개 이상 보인다. 명절 분위기가 아니라 선거장 같다”고 꼬집었다.

대전시의 현수막 관리 실태도 도마 위에 올랐다. 중구와 유성구는 구청 차원에서 게시 자제를 요청하거나 불법 현수막을 즉시 철거했지만, 서구는 사실상 ‘방치 수준’이었다.

특히 서구 둔산·탄방 일대에서는 명절 직전 하루 사이 100여 장이 넘는 현수막이 설치됐다. ‘독재의 시작, 민주당의 사법파괴’ ‘검찰은 역사 속으로’ 등 노골적인 정치문구가 담긴 현수막도 등장해 시민들의 불쾌감을 샀다.

이 같은 난립에도 단속은 쉽지 않다. 현행법상 정당 현수막은 ‘정당활동의 자유’로 분류돼 사전 허가나 신고 없이도 게시할 수 있다. 2024년 개정된 규정에 따라 게시 기간(15일 이내), 수량(읍·면·동별 2개) 등 일부 제한이 신설됐지만, 현실에서는 지켜지지 않고 있다. 교차로와 횡단보도 10m 이내 금지 조항 또한 사실상 무용지물이다. 단속 인력은 턱없이 부족하고, 철거하더라도 곧 게릴라식 새 현수막이 걸린다.

추석명절을 앞두고 대전서구 둔산동 지역 곳곳에 추석명절인사를 하는 현수막들이 붙어 있다 ⓒ정민준 기자

추석명절을 앞두고 대전서구 둔산동 지역 곳곳에 추석명절인사를 하는 현수막들이 붙어 있다 ⓒ정민준 기자

추석명절을 앞두고 대전서구 둔산동 지역 곳곳에 추석명절인사를 하는 현수막들이 붙어 있다 ⓒ정민준 기자

이번 현수막 경쟁은 정당 구도도 고스란히 드러냈다. 붉은색은 국민의힘, 파란색은 민주당. 서구 일대만 보더라도 민주당이 10개 중 7~8개를 차지하며 우세를 보였다. ‘정당 색깔’로 도배된 거리는 마치 명절 인사가 아니라 조기 선거전의 홍보 현장처럼 보여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정치권의 현수막 경쟁은 명절 민심을 얻기 위한 ‘전통적인 방식’이라지만, 실제론 자금력 경쟁이기도 하다. 수백 장의 현수막 제작·설치에는 적지 않은 비용이 들어간다. 결과적으로 자금 여력이 부족한 후보는 시작부터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명절을 쇠러 나온 시민 정 모(45)씨는 "이번 추석 명절은 ‘보름달보다 더 많은 현수막(정치인 얼굴) 로 기억됐다"며 "명절의 의미를 정략적으로 이용한 현수막 전쟁은 시민 불편만 키운 채 공허한 인사로 끝났다. 정치권은 ‘민심을 듣는 명절’이 아니라 ‘표심을 노린 명절’을 만들었다."고 맹 비난했다.

대전시가 행정 명분 뒤에 숨어 현수막 난립을 방치하는 한, 대전은 더 이상 ‘행복도시’가 아니라 ‘현수막 도시’로 남을 것이다. 정치인의 이름이 아닌 시민의 얼굴이 보이는 명절, 그 상식의 회복이 지금 대전에서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추석명절을 앞두고 대전서구 둔산동 지역 곳곳에 추석명절인사를 하는 현수막들이 붙어 있다 ⓒ정민준 기자

추석명절을 앞두고 대전서구 둔산동 지역 곳곳에 추석명절인사를 하는 현수막들이 붙어 있다 ⓒ정민준 기자

추석명절을 앞두고 대전서구 둔산동 지역 곳곳에 추석명절인사를 하는 현수막들이 붙어 있다 ⓒ정민준 기자

정민준 기자 jil3679@hanmail.net 정민준 기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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