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중근 의사 외손녀 황은주 여사 별세...향년 93세

홍유선 기자입력 : 2021. 12. 14(화)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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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중근의사숭모회 제공

[사회/CTN]홍유선 기자 = 독립운동가 안중근(1879~1910) 의사의 삼대 후손 중 유일한 생존자인 외손녀 황은주(93세) 여사가 지난 13일 서울 보훈요양병원에서 향년 93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故 황여사께서는 2015년부터 국내로 돌아와 경기 수원 국립보훈원에서 거주해 왔으며, 올봄부터는 고령으로 인한 뇌경색으로 서울 보훈요양병원에 입원해 오다 별세하셨다. 미국에 있는 아들 이명철씨가 16일 아침 한국에 도착할 예정으로, 빈소는 중앙보훈병원 장례식장 3층 5호실에 마련됐다.

2019년 8월 13일 광복절을 이틀 앞두고 안중근 의사의 외손녀 등 독립유공자 후손들을 청와대로 초청했을 당시, 안중근 의사 외손녀인 황은주 여사는 안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처단한 후 후손들이 한곳에 정착하지 못하고 외국을 떠돌았던 안타까운 가족사를 전했다. 故 황여사는 "중국 상하이에서 나고 자랐는데, 마지막 가는 날 내 땅, 내 나라에서 묻히기 위해 한국으로 왔다"고 영구 귀국한 사연을 공개하기도 했다.

2019년도 당시 한 인터뷰를 통해, 자녀와 미국에서 거주하고 있던 황 여사는 고령임에도 비교적 양호한 건강 상태를 알렸으며, 독립유공자 후손이라는 것에 대한 강한 자부심을 잃지 않고 있었던 황 여사는 "일본은 안 의사의 딸과 사위라는 이유만으로 우리 부모님을 일본인 마을로 이주시켜 감시했고, 이 때문에 나는 부모님과 생이별해 외할머니 손에 자라야 했다"며 "외할아버지는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돌아가셨지만, 외할머니의 보살핌 속에 자라면서 늘 외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듣고 자랐고 외할아버지의 정신과 사상도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었다"고 말했었다.

황 여사는 본인의 어린 시절을 '고난의 연속'이었다고 회상하며 그녀는 "일본은 부모님을 강제로 일본인 거주지역에 감금시킨 것뿐 아니라 본가에도 수시로 일본 순사를 기습적으로 파견하는 등 감시와 압박을 지속적으로 이어갔다"며 "가장 슬픈 기억은 1945년 8월 15일에 우리나라가 독립했는데, 같은 해 12월 3일 아버지가 우리 동포에게 암살을 당하면서 '대한 독립'을 누리지 못하고 떠나신 것"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외할아버지인 안중근 의사도 빛을 되찾은 조국을 바라보면서 미소를 짓고 계실 것"이라며 "앞으로도 200주년, 300주년 3·1 운동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이어지길 소망한다"고 전했으며, 고국으로 돌아온 뒤 매년 안중근 의사 순국 추모식과 의거 기념식에 참여하는 모습을 보이며 마지막까지 '내 땅, 내 나라'와 함께해 주셨다.

안중근 일대기 드라마를 준비중인 제작사 비욘드이엔티 측은 "고인께서 살아 생전에 드라마가 만들어지는 것을 보고 가셨어야 했는데.. 내년으로 제작이 예정되어 있어 너무 안타깝고 송구스럽다"며 좋은 작품으로 세상에 나올 수 있도록 마음을 다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황은주 여사의 발인은 17일 수원에서 진행되며, 장지는 용인 가톨릭 천주교용인공원묘원이다. 조문은 유족이 미국에서 귀국하는 대로 진행될 예정이다. 유족으로는 장남 이명호씨를 비롯해 명수, 명철, 딸 혜경씨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