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조기집행, 누구를 위해 종을 울리나?

이재필 기자입력 : 2015. 05. 19(화)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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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필 부장

현 정부는 이명박 정부시절부터 경기를 조기에 부양하다는 명분으로 예산 조기집행이라는 정책을 시행해 오고 있다.

정부의 세출예산 집행기준에 보면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대내외 경기변동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서민생활 안정을 지원하기 위해 연도별 재정 조기집행 계획에 따라 예산의 조기집행을 추진한다"라고 되어있다.

물론 조기집행이 긍정적인 측면도 일부 있는 것이 사실이다.

1년 예산을 조기에 집행함으로 서민경제의 조기 활성화와 주민생활안정을 앞당기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근시안적인 장점보다 원시안적인 단점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조기집행으로 생기는 문제점 몇 가지를 더듬어보면 첫째, 상반기에 집중적으로 사업을 시행함으로 시행업체의 공기단축으로 부실공사우려, 자재품귀현상, 전문노동력 수급불균형, 선급금 등을 무리하게 집행함으로 정상적인 사업시행에 일부 문제점이 발생한다.

둘째, 중앙정부에서는 조기집행 자치단체별 순위를 공지하고 하위부서는 행정적 패널티를 적용함으로 사실상 효용가치 없는 공무원끼리의 리그에 혈안(이걸 왜하나?)되는 촌극이 벌어지고 있으며, 특히 이 업무의 전권의 완장을 부단체장에게 주어 상위순위에 진입하고자 연초부터 공무원들을 조기집행 업무에 독려하고 있다.

셋째, 조기집행을 담당하는 중앙부터 일선에 이르기까지 실효성 없는 업무(아마도 조기집행 관련회의 수백회 실시)에 투입된 조직 및 인력의 비효율적 운영 등으로 이와 같이 몇 가지만 살펴보아도 조기집행의 실효성을 되짚어 보아야 한다.

조기집행으로 사업을 시행하는 기업들도 득보다는 실이 많음을 호소하고 있고, 실무를 담당하는 공무원 대부분도 회의적인데 이런 정책을 왜 계속 시행하는지 의문스러울 뿐이다.

이제는 누구를 위해 조기집행을 하는가를 심각하게 고민해 보아야 할 시기이다.

정부의 새로운 정책이 적당한 시기에 실시되는 것은 당연한 것 이지만 가시적인 성과가 이루고 나면 정부 책임자는 일몰정책으로 과감하게 폐지하는 용기 있는 결단도 필요하다.

새로운 시대상황에 맞게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신속하게 내실 있는 정책을 시행하는 것이 주민을 위해 종을 울리는 것이 아닐는지, 이제는 조기집행을 폐지할 시기가 되었지 않나 정책시행자에게 물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