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CTN]정민준 기자ㅣ단 7분 만에 두 명의 목숨이 사라졌다. 경북 청도군 경부선 남성현역 인근 선로에서 무궁화호 열차가 점검 중이던 작업자 7명을 덮친 것은 단순한 ‘불운’이 아니었다. 반복되는 경고에도 안전투자를 외면해 온 코레일의 구조적 무책임이 낳은 인재(人災)였다.

사고 당시 작업자들은 폭우 이후 유실된 비탈면을 점검하기 위해 선로에 투입됐으며, 열차 감지 애플리케이션의 경보까지 울렸다. 하지만 “열차가 보이지 않았다”며 경보를 오작동으로 판단했고, 기관사는 급제동을 했지만 곡선 구간과 수풀에 가려 작업자들을 제때 발견하지 못했다. 이 단순해 보이는 ‘불운의 연쇄’는 코레일의 허술한 안전관리 실태를 그대로 드러낸다.

경고 체계가 작동했는데도 무용지물이었다는 점은 더 충격적이다. 외주업체 소속 노동자에게 경보 앱을 지급하고도 실제 작동 여부를 사전에 점검하지 않았다. 일상 점검조차 부실했던 셈이다. 무엇보다 사고 구간이 곡선이었다는 사실은 코레일이 이미 알고 있던 구조적 위험이다. 그럼에도 해당 구간에 인력을 투입하면서 단 한 차례의 ‘사전 경보 확인’조차 하지 않았다.

더 큰 문제는 코레일이 과거부터 같은 사고를 반복해왔음에도 아무런 개선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철도 관련 산재는 2020년 65건에서 지난해 78건으로 꾸준히 증가했고, 지난 5년간 코레일에서만 10명의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다. 서울 구로역 전차선 보수작업 중 노동자 2명이 사망한 지 1년도 지나지 않아 또 참사가 벌어졌다. 이쯤 되면 ‘우발적 사고’라는 변명은 통하지 않는다.

현장에 쏟아부어야 할 안전인력조차 코레일은 줄였다. 2022년 1만6,343명이던 안전인력은 지난해 1만6,175명으로 오히려 감소했다. 안전예산은 늘렸지만 정작 집행률은 떨어졌다. 허울뿐인 ‘안전투자’였음이 확인된 셈이다. 사고 예방을 위해 배정된 예산을 제때 쓰지 않으면서도 외주화는 지속적으로 확대해 왔다.

정부는 “산업재해를 원천적으로 막겠다”며 강력 제재를 예고했지만, 공기업인 코레일만큼은 사실상 ‘치외법권’에 놓여 있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민간기업에 대해서는 압수수색까지 진행했지만, 코레일은 반복된 사망사고에도 통상적 조사 수준에 머물렀다. 그 결과가 이번 청도 참사다.

위험을 외주에 떠넘기고 안전예산 집행을 방기한 원청의 구조적 책임이 핵심이다. 노란봉투법을 계기로 사용자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에 힘이 실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100% 정부 소유 공기업인 코레일은 더 이상 ‘면책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일회성 대응으로 넘어가선 안 된다”는 고용노동부 장관의 발언은 코레일을 향한 마지막 경고다. 이미 수차례 기회를 놓친 코레일이 이번에도 ‘재발 방지 대책’이라는 형식적 보고서로 일관한다면, 더 이상 국민의 생명을 지킬 자격조차 없다는 지적이다.

정민준 기자 jil3679@hanmail.net 정민준 기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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