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ctn]정민준 기자 = 이해찬 국회의원(세종시·무소속)이 자택 인근에 뿌려진 퇴비 분뇨로 인해 '황제 갑질' 행사를 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사실이 아니라며 해명에 나섰다.

사건은 지난달 12일 이해찬 의원이 거주하고 있는 세종시 전동면 미곡리 마을의 밭을 경작하는 A씨(천안 거주)가 자기소유토지 300평에 약 15톤 분량의 돼지 분(糞)(퇴비)을 살포하면서 시작됐다.

이로써 일반적인 퇴비 냄새가 아닌 아주 심한 악취가 발생하여 인근 주민들이 피신하고 폭염에 문을 꼭꼭 닫고 생활해야 하는 엄청난 불편을 겪었다. 참다못한 주민들이 이해찬 의원에게 문제 해결을 부탁하였고 의원실은 세종시청에 민원 해결을 요청했다.

하지만 발생 초기,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한 담당 부서 직원에 의해 민원처리가 늦어져 주민들의 피해가 커지자 재차 적극적인 대처를 촉구 했다는 것.

이해찬 의원의 두 번째 민원으로 결국 300여평의 밭에 살포됐던 15톤 분량의 퇴비를 전부 걷어내고 악취 근원을 해결 했다.

하지만 더욱이 이해찬 의원은 "이 지역은 상수도가 설치되지 않아 마을 전 주민이 관정을 파 지하수를 음용하고 있다. 더구나 분뇨가 살포된 밭이 마을의 가장 상부에 위치해 비가 오면 분뇨가 마을 상수원으로 흘러들아갈 상황에 있었기 때문에 긴급하게 분뇨를 수거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표현해 또 다시 비판을 받았다.

그 과정에서 행정부시장까지 현장을 찾아 세종시가 '상왕'을 모시듯 과민대응을 하지 않았느냐는 언론 보도가 계속 이어져 2일 "권한을 남용해 농민에게 피해를 준 것처럼 보도된 것은 사실과 다르다"며 이와같이 해명자료를 냈다.

한편, 세종시 새누리당은 지난달 31일 성명을 통해 "일반인이 민원을 제기하면 과연 행정부시장까지 나서서 처리해 주겠냐"며 '황제민원'에 대한 세종시의 '과잉대응'을 싸잡아 비난 했다.


■이해찬의원 세종시 전동면 미곡리 주민 스케치 후기(세종시 기자협의회 간사 홍근진)
세종시 기자협의회(간사 홍근진) 는 전국적인 이슈로 떠오른 문제 관련 '진실은 무엇인가'라는 물음과 ‘현장에 답이 있다’고 2일 새벽 세종시 전동면 미곡리 이해찬 의원 마을을 방문 취재한 것으로 전해 졌다.

사건이 발생 된 밭의 위치와 이해찬 의원 사택의 위치가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 확인하고 시간이 지나긴 했지만 새벽에 공기가 안정화 되면 혹시 다른 냄새가 나지 않을까 하는 것를 확인코자 했다는 것 이다.(정리/세종시기자협의회)

(홍근진 세종시기자협의회 간사 )무작정 나선 6시 50분경 운주산 밑에 자리 잡은 전동면 미곡리에 도착하자 마을 입구에서 제밀 먼저 눈에 띄는 건 공사현수막이었다.

이 동네는 아직 간이상수도 시설이 돼 있지 않아 지난달부터 오는 11월까지 25톤 물 탱크를 산 위에 설치해 마을의 생활용수로 이용하게 하기 위한 공사를 시행하겠다는 내용이다.

좁은 마을 길을 따라 5분쯤 차로 올라가자 이해찬 의원의 사택이 눈에 띄었다. 지난해 이곳에 집을 지어 정착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큰 길에서 멀리 쳐다 보기는 했어도 직접 방문은 처음이었다.

차를 몰고 이 의원 집 앞에 도착해 차 안에서 주변을 살피고 있는데 마침 바로 이 의원 윗 집에 사는 N씨(69)가 앞 마당에 나와 새벽 공기를 마시다 기자와 눈이 마주쳐 그 집으로 향했다.

기자의 신분을 밝히고 세간에 시끄러운 이 의원의 '갑질논란'을 기자의 사명감으로 정확히 현장에서 파악하기 위해 이 새벽에 느닺없이 찾아 왔노라고 말했더니 흔쾌히 취재에 응해줬다.

새벽에 취재를 하겠다고 불쑥 찾아 갔는데도 싫은 기색없이 이 의원 집이 내려다 보이는 앞 마당 파라솔로 안내하고 부인에게 차(茶)를 청하자 부인이 커피와 바나나, 견과류 등을 내어 왔다.

두 부부는 대전에서 교육계에 종사하다가 은퇴하고 이곳에서 노후를 지내기 위해 지난해 이 의원과 비슷한 시기에 집을 짓고 이사 했으며 두자녀는 서울에서 따로 생활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기자협의회 기자는 '악취민원', '슈퍼갑질' 이야기를 시작하려는데 이 의원의 부인이 텃 밭에서 무엇인가를 가지고 집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보여 이웃으로서의 이 의원에 대해 먼저 물었다.

N씨는 "전혀 권위적이지 않은 분"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번 일도 저희가 도저히 참을 수 없어서 먼저 말을 꺼냈어요"라며 자연스럽게 악취가 나던 당시 상황으로 화제가 옮겨졌다.

지난달 10일부터 동네에는 참지 못할 악취가 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산 너머 있는 동네 이장의 우사(牛舍)에서 나는 냄새인 줄 알고 전화로 확인하느라 하루를 보냈다고 한다.

결국 동네 이장 집에 가서 악취가 나는지를 확인하고 오다가 J씨의 집 바로 뒤에 있는 P씨 소유 300여평의 밭에 뿌려진 15톤 가량의 돼지분뇨 퇴비가 원인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N씨는 밤에 잠을 자기 힘들 정도로 악취가 심해 대전에서 하룻밤을 자고 왔고 뒷집 J씨는 이틀밤을 천안에서 자고 왔지만 도저히 참을 수 없어 이 의원에게 도움을 청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당시 날씨는 전국적인 폭염 속에 최고의 기온을 기록하던 때인데 문도 열지 못하고 빨래를 밖에 널지 못할 정도로 냄새가 심해 해외출장을 앞두고 있던 이 의원에게 찾아가 하소연 했다는 것이다.

대화를 마치고 현장을 답사하면서 기자는 깜짝 놀랐다. 보도된 기사처럼 일반적인 농촌의 밭에 뿌려진 일반적인 퇴비 냄새로 일어난 일이라는 생각이 완전히 잘못됐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돼지분뇨 퇴비가 뿌려진 밭은 이 마을에서 제일 높은 곳에 자리잡고 있었다. 그 밑으로 J씨, N씨, 이 의원의 집이 직선거리로 불과 100M 이내에 있으며 그 아래로 30여호(戶)의 동네가 형성돼 있었다.

18일 밤. 이 의원이 공무원들을 불러 갑질을 했다는 내용에 대해 N씨는 자신의 집에서 이 의원 집이 내려다 보이기 때문에 듣기 위해 들은 건 아니지만 당시 상황을 정확히 봐서 알고 있다고 말했다.

12일에 보좌관을 통해 제기한 민원이 해외출장에서 돌아온 이 날까지 아무런 조치가 없자 이 의원이 "공무원 생활한지 얼마나 됐는데 국회의원이 제기한 민원도 이렇게 처리하면 시민들 민원은 어떻게 처리하냐"고 나무랐다는 것이다.

[사진/이해찬 의원실 제공]

그러면서 N씨는 "현장에 와 보지도 않고 한 쪽의 일방적인 이야기만 쓰거나 다른 기자가 쓴 기사를 확대 재생산해 보도하는 언론들이 많은데 직접 와서 취재하는 기자가 있어 고맙다"는 인사도 했다.

기자는 이 말에 대해 "일부 언론의 잘못된 보도로 인해 역사가 바뀐 경우가 여러번 있다"는 말로 사건을 대하는 지역언론과 이를 인용해 보도하는 중앙언론의 관행적인 태도에 아쉽다는 의견을 대신했다.

2시간 넘게 현장에서 취재를 마치고 돌아온 기자는 분뇨퇴비를 뿌린 당사자 P씨의 입장을 듣고 싶어 전화를 했으나 P씨는 기자라고 했더니 "통화할 시간이 없다"며 끊어 더 이상 통화하지 못했다.

이날 오후 이해찬 국회의원실에서는 "이 의원이 자택 주변에서 발생한 분뇨퇴비 냄새로 민원을 제기, 권한을 남용해 농민에게 피해를 준 것처럼 보도된 것은 사실과 다르며 유감"이라고 해명자료를 냈다.

"퇴비 시료에 대한 분석 결과 중금속인 아연함유량이 1845mg/kg가 나와 '가축분뇨의 관리 및 이용에 관한 시행령'의 기준치인 1200mg/kg을 초과해 퇴비기준에 부적합한 결과가 나왔다"고도 밝혔다.

또 "밭에 살포된 돼지분뇨 퇴비를 수거해 반출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전 주민이 관정을 파 지하수를 음용하고 있는데 퇴비가 살포된 밭이 마을의 가장 상부에 위치해 있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또 노후를 시골에서 편안하게 지내기 위해 농촌을 찾아 집을 짓고 전원 생활을 즐기는 입장에서는 시골에서 일어나는 일을 어느 정도는 이해하고 원주민들과 화합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그러나 보편 타당한 시각으로 볼 때 그것이 '버럭'이라는 별명을 가진 이해찬 의원이기 때문에 주민들의 민원을 해결하기 위한 행동 일지라도 다른 시각으로 보여지고 지탄을 받는다면 그것 또한 잘못된 일임에 틀림없다.

정치적인 이유든 이 의원을 깍아 내리기 위한 음해성 제보에 의한 기사가 됐든 이제 막 새롭게 건설되고 있는 세종시의 이미지 제고나 정상적인 발전을 위해 결코 도움이 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기자는 이날 오후 한차례 더 현장을 방문해 ‘마을에 사는 농민이 예전에 짓던 농사가 유해동물 피해를 입어 대신 아로니아를 심으려 퇴비를 밭에 뿌렸다’고 보도된 것은 정확한 사실이 아님을 재차 확인했다.

분뇨퇴비를 뿌린 P씨는 천안에 주소를 두고 토목 관련 일을 하고 있는 사람으로 그동안 그 밭에 농사를 짓지 않았으며 작년에 컨테이너를 가져다 놓고 농사 준비를 시작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을 수 있었다.

퇴비가 뿌려졌던 밭 바로 밑에 사는 J씨는 집 주변에 길 고양이들이 냄새 때문에 모두 사라졌다는 이야기를 전했고 직선거리로 1km 가량 떨어져 있는 능선 넘어 집에서도 인분을 뿌린 듯한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는 이야기를 통해 당시 악취의 정도를 가늠할 수 있었다.

당사자인 P씨도 당시에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한 듯 동네에서 민원이 발생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장에게 이 문제를 어떻게 처리하면 좋겠냐고 상의한 끝에 스스로 장비를 동원해 돼지분뇨 퇴비를 수거했다고 전해진다.

이번 사태는 이 의원의 '황제갑질' 논란 뿐 아니라 세종시가 건설되면서 '농업군'에서 '특별시'로 바뀌는 과정에 정서적인 문화 충격이 발생하고 있고 주민들 간에 갈등으로 나타나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보여준 일로 기억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