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정 아닌 범죄, 스토킹

가금현 기자입력 : 2016. 02. 11(목)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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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김효천 순경 = 서산경찰서 근흥파출소] 옛말에 '십벌지목(十伐之木)'이란 사자성어가 있습니다. 열 번 찍어 안 넘어 가는 나무 없다는 사자성어로 여자는 끊임없는 애정공세에 결국 넘어 온다는 뜻으로 많이 쓰입니다. 그리고 어렸을 땐 오랜 구애 끝에 성공한 연애담이 미담처럼 내려오곤 했습니다. 하지만 상대방이 거절하는데도 계속 구애할 경우 2013년 개정된 경범죄 처벌법에 따라 이러한 행동들은 스토킹으로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스토킹은 8만원 범칙금의 경범죄로 '상대방의 명시적 의사에 반하여 지속적으로 접근을 시도하여 면회 또는 교제를 요구하거나 지켜보기, 따라다니기, 잠복하여 기다리기 등의 행위를 반복하여 하는 사람'이라고 나와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3회 이상의 면회, 교제를 요구 또는 2회 이상의 요구라도 불안감을 조성한다면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단순히 지켜보거나 따라 다니기만 한 경우에도 신고를 한차례 당했던 경우라면 처벌 가능합니다. 그리고 정도가 심하다면 주거침입죄, 협박죄,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등으로도 처벌 가능합니다.

스토킹의 처벌에 관해 외국과 비교하면 미국은 주별로 강력한 스토킹방지법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14개 주는 초범부터, 35개 주는 재범부터 중범죄로 취급합니다. 악의적, 반복적으로 피해자를 따라다니거나, 피해자 또는 그 가족의 안전을 협박해서 괴롭힐 경우, 징역 1년과 천불 이하 벌금을 병과하고 있습니다. 영국은 '방해행위보호법'을 제정하여 미국과는 달리 가해자의 고의를 요하지 않습니다.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피해를 주려는 생각 없었더라도 어찌되었던 범죄가 성립되기 때문에 경찰은 행위자를 현장에서 영장없이 체포하고 있습니다. 스토킹을 경범죄로 처벌하는 한국과 외국을 비교할 때 나라마다 사회의 문화, 치안 등이 다르기 때문에 법이 적합한지 단순 비교할 수는 없지만 그 사실을 감안하더라도 8만원의 범칙금은 강화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4대악 근절 추진실적 및 2016년 추진계획'에 따르면 정부는 스토킹 피해자를 상대로 보호 조치를 강화하고 경범죄처벌법에 범칙금이 8만 원 밖에 부과되지 않는 현행법을 강화해 징역 2년 이하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선고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합니다. 그동안 애정이란 이름으로 스토킹을 사생활의 영역 그리고 경범죄로 여겨왔습니다. 하지만 스토킹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는 상황에서 스토킹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스토킹이 중범죄로 인식되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