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CTN]정민준 기자ㅣ세종시의 교통정책이 시민들의 체감과 괴리된 것으로 드러났다. ‘시민 체감형 교통개선 대책’을 수립하겠다며 진행된 설문조사 결과에서 대중교통의 핵심 수단인 일반버스에 대한 시민 만족도가 겨우 39%에 그친 반면, 행복청은 여전히 ‘대중교통 활성화’의 성과만을 강조하고 있어, 본질적인 문제에 대한 자성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과 세종시는 지난 6월 5일부터 15일까지 세종시티앱 등을 통해 교통정책 관련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시민 888명, 정부세종청사 직원 400명, 세종시 공무원 162명 등 총 1,450명이 참여했지만, 오히려 이 조사 결과는 세종시 교통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조사 결과 시민들이 가장 만족하는 교통수단은 보행(65%)과 공용자전거 어울링(58%), BRT(55%)였다. 상대적으로 도보와 자전거처럼 자가 이동 수단에 대한 만족도가 높은 반면, 시의 공공교통 인프라 핵심인 일반버스는 39%, 전동킥보드는 고작 17%의 저조한 만족도를 보였다. 이는 노선 다양성 부족과 배차 간격 등 실질적인 불편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시민들은 여전히 버스 노선과 시간표를 신뢰하지 못하고 있다. 실제 교통개선 ‘우선 과제’로는 ▲버스 노선 다양화(30%), ▲버스 배차 간격 단축(27%)이 가장 많이 언급됐다. 이는 곧 세종시민들이 겪는 출퇴근의 불편함이 핵심 대중교통 체계에 있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응답자의 78%는 출퇴근 소요시간을 40분 이내라고 응답했지만, 시간대는 ▲오전 8시8시 40분(출근), ▲오후 6시6시 40분(퇴근)에 집중되는 극심한 첨두시간 혼잡을 나타냈다. 그러나 이와 관련된 실효성 있는 ‘혼잡 완화’ 대책은 조사결과 어디서도 언급되지 않았다.

게다가 만족도가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난 보행과 자전거 부문은 사실상 시민들의 자구적 대안 선택에 가까워, 버스 시스템의 대안으로 기능하는 수준은 아니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행복청은 “이번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하반기까지 관계기관 합동 ‘세종시 교통개선 대책’을 수립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시민사회 일각에서는 이번 조사 역시 결과를 위한 조사, 보여주기용 조사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무엇보다 지난 수년간 반복된 교통 민원과 낮은 만족도에도 실질적인 변화가 없었던 점, 그리고 전동킥보드, 일반버스 문제는 매번 지적되지만 뚜렷한 대안이 나오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번 대책 또한 또 하나의 보고서에 그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세종시는 ‘도시의 미래 교통모델’을 지향한다지만, 현실은 여전히 기초적인 대중교통 문제조차 해결하지 못한 도시에 머물러 있다. 버스 기다리며 하염없이 도로에 서 있는 시민, 늘 제시간에 오지 않는 배차, 정보가 부족한 노선체계는 ‘스마트도시 세종’이라는 이름이 무색한 장면이다.

행정기관의 단순 수치로 포장된 만족도보다, 버스를 기다리는 시민 한 사람의 고단한 하루를 헤아리는 것이 진짜 행정이다.

정민준 기자 jil3679@hanmail.net 정민준 기자 입니다.

• CTN 신문사 블로그
• CTN 네이버 블로그
• CTN 방송
• CTN 페이스북
• CTN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