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CTN]정민준 기자ㅣ세종시의회가 2년 연속으로 ‘빛축제’ 예산 4억 원 전액을 삭감한 데 대해, 최민호 세종시장이 “더불어민주당의 시정 발목잡기가 도를 넘었다”며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시정을 정치적 도구로 삼아 반복적인 방해 행태를 일삼는 의회 다수당에 대해 "정말 지긋지긋하다"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최 시장은 24일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한두 번도 아니고, 이렇게까지 막무가내로 시정을 방해하면서 어떻게 일하란 말이냐”며 “여소야대라는 현실 속에서도 협치를 위해 최대한 양보하고 노력해왔지만, 이제는 인내에도 한계가 있다”고 작심 발언을 이어갔다.

이번 예산 삭감은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다. 당시에도 시는 시민 주도의 빛축제를 어렵게 치러냈으며, 올해 역시 지역 경제 활성화와 도시 브랜드 강화를 목표로 준비해왔던 사업이 의회의 반대로 좌초됐다. 최 시장은 “의회가 시민 세금을 핑계로 삭감했지만, 정작 그 판단 근거는 정치적 셈법에 불과하다”며 “경제성 운운하는데, 전문 행정 인력의 판단보다 일부 시의원의 정치적 판단이 우선되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시 공무원들 사이에서 ‘지긋지긋하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온다”며 “공무원들이 언제부터 의회의 하수인이 되었느냐. 다수당의 횡포가 도를 넘고 있다”고 강하게 질타했다.

추경 예산안 심사와 관련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시는 자료 제출과 설명 요구에 주말까지 총동원됐고, 심사는 23일 새벽 3시까지 이어졌지만 결국 예산은 전액 삭감됐다. 최 시장은 “이 정도면 지방정부를 무력화시키는 정치적 폭거”라며 “정상적인 행정이 불가능할 지경”이라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최근 시의회가 어진동 데이터센터 관련 긴급 현안질의에서 시장의 답변 기회를 원천적으로 차단한 일도 도마에 올랐다. 그는 “시장에게 입도 열지 못하게 한 것이야말로 ‘입틀막’ 아닌가”라며 “시민 앞에 당당히 설명할 기회조차 봉쇄하면서 무슨 시민 대변이냐”고 반박했다.

또한, 행정수도 완성 세미나에 다녀온 공무원들의 출장비까지 문제 삼은 시의회 태도에 대해서도 “국가 정책 논의를 위한 세미나 참석조차 트집 잡는 것은 억지에 불과하다”며 “지방의회가 본연의 역할을 망각하고, 특정 정치세력의 공천권자 눈치나 보는 기구로 전락한 게 아닌지 우려된다”고 비판했다.

이날 최 시장은 해양수산부의 부산 이전과 관련해서도 정부 정책에 대한 정당한 비판을 제기했다. 그는 “이건 세종시장으로서가 아니라 국정의 효율성을 말하는 것”이라며 “해수부는 정책부서이고, 장관급 부처와 협의를 통해 정책을 수립해야 하는 기관이다. 일방적인 이전은 국정의 효율을 저해할 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끝으로 최 시장은 “시장은 39만 세종시민의 대표이며, 의장은 선출직 의원 중 일부가 뽑은 사람일 뿐”이라며 “시정을 위해 공무원과 시장이 헌신하고 있는데, 이를 정치적으로 왜곡하고 거꾸로 가로막는 것은 시민에 대한 모독”이라고 말했다.

세종시와 시의회 간 갈등은 점점 격화되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공세가 더욱 노골화될 경우, 빛축제 삭감과 같은 사례는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시민 중심의 행정을 외치는 최 시장과, 이를 정쟁의 도구로 삼는 민주당 시의회 간의 충돌은 향후 세종시의 정치 지형을 뒤흔드는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정민준 기자 jil3679@hanmail.net 정민준 기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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