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가연 시인 '즙'
가금현 기자입력 : 2021. 12. 07(화) 13:35
김가연 시인

김가연

당신은 나의 첫 문장이며 마지막 문장입니다
또한 탄생 이전의 말이며 세상 이후의 말입니다

당신은 속살의 음률이며 초록을 깨우는 바람이어서
나는 당신의 소리로 듣고 당신의 빛깔로 봅니다

그러나
나는 처음부터 당신의 말을 알지 못하므로
당신의 말하지 못합니다

당신의 거대한 협곡을 떠도는 파장이고
나는 그 너머를 유영하는 떨림입니다

올림과 쉼표로 남은 소리의 질료들이
당신의 계절로 와서 꽃이 됩니다

이제
나의 언어를 삭제합니다

말의 찌꺼기를 버리기로 합니다

※김가연 시인은 2009년 계간 '열린시학' 신인상으로 등단한 이후 ▲시간의 배후 ▲푸른 별에서의 하루 ▲디카시집 해미읍성, 600년 역사를 걸어 나오다 ▲육백 년의 약속 등 여러 시집에서 작품을 선보인 김 시인은 의외로 잉크도 채 마르지 않은 신작인 '즙'이란 작품을 애송시로 꼽았다.
가금현 기자

ggh70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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