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공서 주취소란-경찰도 국가에 세금을 내는 국민의 한 사람입니다

가금현 기자입력 : 2016. 03. 07(월)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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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박수길 순경 = 서산경찰서 서부지구대] 관공서 주취소란자에 대해 아십니까?

술에 취해 관공서에 들어와서 욕설을 하거나 폭력을 행사하는 등 행패소란을 부리는 자들을 말합니다. 제가 일하고 있는 지구대 또한 관공서이기 때문에 지구대 내에서 술에 취해 행패소란을 부리는 자들은 경범죄 처벌법에 의거 관공서 주취소란죄의 대상이 됩니다.

지구대 내에서 행패소란을 부리는 자들에 대해 저를 포함하여 대부분의 경찰관들은 범죄 혐의가 없는 사람들은 달래서 집으로 귀가시키려고 노력하고 범죄 혐의가 있어 지구대에 온 사람에 대해서도 관공서 주취소란죄로 추가적으로 처벌받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달래고 또 달래고 또 달래서 최대한 주취자들을 안정시키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으며 그래도 폭언과 폭력을 행사하는 사람들에 한해서 관공서 주취소란죄에 의율하여 처벌을 하고 있습니다.

지구대에서 일하면서 저 또한 많은 욕설을 들었고, 폭행을 당할 뻔 하였습니다. 그 때 들은 말중에 "내가 내는 세금으로 밥먹고 사는 주제에 일을 이따위로 하느냐? 세금 받아서 일하면서 똑바로 해라"라는 말을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마다 저 또한 국가에 세금을 내는 사람이라고 당당하게 말하고 싶었지만 주취자의 화를 돋굴까봐 참아 넘기곤 하였습니다.

하지만 한가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경찰들 또한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대한민국 경찰이고, 누군가의 남편이자 아버지이고, 누군가의 아들이며 딸들입니다. 그리고 남들과 마찬가지로 국가에 세금을 내는 평범한 국민의 한 사람입니다.

물론 욕을 먹는 것은 참아 넘길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밖에서 애타게 경찰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신속하게 출동해서 도움을 주어야 하고, 범죄 혐의가 있는 사람들은 지구대 안에서 서류를 작성하여 경찰서로 인계하여야 하고, 방문민원인과 112신고 상담을 하는 등 바쁜 업무처리를 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관공서 주취소란자 때문에 시간을 낭비하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2013년 5월 이후 법이 개정되면서 관공서 주취소란에 대해 6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의 형으로 처벌됨은 물론 현행범 체포까지 가능하게 되었다는 점에서 예전보다 처벌이 무겁게 되었지만 아직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관공서 주취소란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적당히 마실 줄 아는 술문화가 정착되어야 함은 물론이고, 타인을 배려할 줄 아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필요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