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그리스 대통령이 우리나라를 방문하였다.

이번 방문은 1961년 한국과 그리스 수교이후 52년 만에 대통령으로서는 최초 방한으로 그 의미가 더욱 크다.

두 정상의 회담 자리에서 그리스의 대통령은 "새로운 일자리 창출과 경제 발전이 한국·그리스 양국의 공동 목표"라면서 지금이 바로 협력할 때"라고 밝혔고, 이에 박 대통령도 정전 60주년을 맞아 방한한 파풀리아스 대통령에게 "그리스는 6.25 전쟁 당시 1만여 명에 이르는 군대를 파병해 전쟁이 끝날 때 까지 우리와 함께 싸운 혈맹이라는 것을 상기시키며, 한국 국민은 결코 잊지 않을 것"이라 화답했다.

회담을 마친 그날 저녁 청와대 영빈관에서 우리나라를 국빈 방문한 대통령 및 수행원들과의 만찬이 끝날 즈음 박 대통령은 그리스 한국전참전용사협회 스틸리아노스 드라코스 회장과 아크리보스 촐라키스 부회장을 위해서 건배를 제의했다.

이에 80세가 넘은 노병들은 답사를 통해 “한국이 너무나 자랑스럽다. 대한민국은 나의 나라이며, 그리스의 젊은이들이 피를 바친 결과라는데 자부심을 느낀다‘며 눈물을 흘렸다.

그리스는 6·25 남침 전쟁이 일어나자 유엔군의 일원으로 한국에 공군과 육군을 보냈다. 7대의 수송기로 구성된 공군과 약1,000명의 보병 대대로 총 1만581명을 파병하였다.

휴전 직전인 1953년 6월17~18일 그리스군 부대는 미군과 함께 철원 부근의 '철의 삼각지대' 고지를 중공군의 공세로부터 방어하였다. 여러 차례 육탄전도 펼쳤다. 이 전투에서 그리스군은 전사자 114명을 냈다. 그리스 원정군은 한국전쟁에서 모두 전사자 186명, 부상자 610명을 기록하였다. 유엔참전국 중에서는 그 인명피해가 적지 않은 규모이다.

그리스는 어떤 나라인가? 그리스는 고대문명 문명의 원류이며 민주주의의 역사가 시작된 곳으로 로마 문명 발전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또한 올림픽이라는 근대체육 발전에 기여한 국가이다. 예전에 우리나라가 어려웠던 시절 그들은 우리와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잘사는 나라였다.

한국이 처음 조선사업을 시작했을 때에도 세계에서 최초로 선박을 발주해 주었고 우리나라에 경제적 도움을 많이 주며 이후로도 긴밀한 협력을 해 온 아주 소중한 나라이다.

이처럼 과거에 우리에게 도움을 베푼 국가인 그리스가 지금 많은 어려움에 처해 있다. 이번 파풀리아스 대통령 방한 때도 최근 경제위기로 인해 전용기를 팔아 민항기를 타고 한국을 방문했고. 수행원들은 일반석을 타고 왔다고 하니, 그 심각성의 수위를 짐작할 만 하다.

글로벌화 된 지금의 현실은 어느 한 국가가 어려워지면 나비효과처럼 전 세계의 경제가 큰 영향을 받는 시대이다. 그런 이유로 여러 국가들이 문제해결에 동참하고 있고 그리스도 자구책으로 역사적ㆍ지리적 이점을 살려 관광산업을 육성하는 등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려고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리나라는 이제 도움을 받는 나라에서 도움을 주는 나라로 발전했다. 2013년을 기준으로 유엔 정규 예산의 1.994%인 5100만여 달러를 분담하고 세계 15개국에 1,159명의 한국군 장병들이 파병되어 세계평화유지활동을 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의 산업화와 민주화 경험, 새마을 운동 등을 어려운 나라들에 전수하고 있다.

이제는 우리가 도와야 할 때이다. 우리가 어렵고 힘들때 그들이 우리를 도왔던 것 처럼 앞으로 우리도 그 빚을 갚기 위해 그들을 돕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숙명과도 같은 일일 것이다. '한국을 위해 싸운 것에 대해 후회가 없다', '60년 전으로 다시 돌아가도 참전의 결심은 바뀌지 않을 것이다'라는 그리스의 참전용사들. 60년 전 이름도 알려지지 않은 작은 나라를 위해, 그들이 우리에게 보여주었던 그 우정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