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시아 일대가 중국의 일방적 방공구역 설정으로 인해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마치 구한말 제국주의 열강의 틈바구니 속에서 쇠락의 길을 경험했던 비운의 시기를 떠오르게 한다.

국제사회의 현실적인 힘의 논리 속에서 정부차원의 돌파구를 찾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지만 흔들림 없이 오늘의 발전된 대한민국을 지키고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서는 우리 국민 스스로도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의 희생정신을 마음속에 새기고 본받아야 할 자세를 견지해 보았으면 한다.

국립대전현충원에 근무하면서 묘역에 잠들어 계신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의 묘비 하나하나와 시신을 찾지 못해 위패실에 이름만 남기신 분들을 보살피고 관리하는 업무를 하면서 정말 많을 것을 느끼고 배우게 된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환경과 비교하면 너무도 열악하고 희망이란 단어를 떠올릴 수 없을 만큼 참담했던 시기에서도 나라와 겨레를 위해 헌신하신 공적들을 접할 때마다 마음이 숙연해진다.

11만 여 위의 안장자 한분 한분이 지난 100년간 국난을 극복하고 성취의 역사를 일구어 내신 진정한 공로자라는 생각을 가지게 한다.

애국지사 2묘역에는 김구 선생의 어머니 곽낙원 여사와 큰 아들 되시는 김인 선생이 잠들어 계신다.

두 분은 이역만리 중국 땅에서 임시정부의 일원으로 국권회복을 위해 힘쓰셨고 김구선생을 비롯한 삼대의 처절한 가족 독립운동사는 지금도 많은 이들의 귀감이 되고 있다.

특히, 김인 선생은 당시 폐렴에 걸려 페니실린으로 치료받을 수 있는 상황이었으나 동료와 함께 투병하는 상황에서 내 아들에게만 특혜를 줄 수 없다는 백범 김구선생의 확고한 의지로 약 한 번 제대로 써보지 못하고 1945년 3월 28세를 일기로 사망하셨다. 지도층의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너무도 선명하게 각인시켜 주는 대목이다.

또한 이남규 선생은 자식과 손자까지 3대의 가족 독립운동가 집안으로 이남규 선생의 종복이셨던 김응길 선생까지 총 4분이 애국지사 4묘역에 함께 안장되어 계신다.

독립운동을 하면 3대가 망한다는 말이 있지만 이남규 선생 일가의 숭고한 희생정신은 나라가 있고서야 가족이 있다는 확고한 독립의지를 보여준 사례이다.

국립대전현충원에는 대한민국 창군 이후 6.25전쟁과 조국수호를 위해 수많은 전투에서 산화한 호국영령들이 잠들어 계신다.

대한민국 군번 1번 이형근 대장과 참 군인 정신을 대표하는 장태완 장군, 연평해전의 용사들, 천안함 46용사와 한주호 준위, 연평도 포격 전사자 등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과 희생이 단절 없이 진행형으로 계속 되어 왔다.

그리고 우리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문화․체육 분야의 수준을 높이 떨치셨던 윤석중 선생과 손기정 선생이 잠들어 계신다.
애국은 총칼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일상의 삶 속에서도 이루어져야 한다는 메시지가 후세에 전해질 수 있도록 선양활동이 지속되어야 할 것이다.

국가는 가정과 사회가 어우러진 포괄적 집합체로서 국가를 지탱하는 가장 근본적인 힘은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 나라를 위해 희생하신 분들에 대한 감사와 예우의 마음이다.

35년간의 일제강점기를 극복하고 6·25전쟁의 국난에서 한강의 기적을 이루어내기 까지 순국선열과 호국영령들이 가지셨던 나라사랑하는 마음과 그 분들을 존경하고 본받고자 했던 우리 국민들의 정신이 산업화와 민주화를 일구어 오늘의 대한민국을 있게 한 힘의 근원이자 우리가 현재와 미래에도 굳건히 가져야 할 마음가짐이다.

일년 365일을 내내 사자(死者)를 위해 엄숙한 마음을 가질 수는 없겠지만 조국을 되찾고 지키며 발전시켜 주신 분들의 숭고한 희생정신을 잊지 않고 기억하는 것이 오늘을 사는 후손으로서 최소한의 도리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우리의 아이들에게도 선대의 고귀한 발자취와 그 뜻을 이어받아야 함을 알려주는 모범을 보여주어야 한다. 고사리 손에 꽃 송이를 들고 현충원을 찾는 어린 아이들이 있는 한 우리나라의 미래는 밝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