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의 더위가 혹독하였듯 겨울 추위도 만만치 않을 기세로 다가오고 있다.

국립대전현충원 입구의 태극기들은 녹음이 자취를 감춘 자리에서 매서운 겨울바람을 맞으며 오늘도 휘날리고 있다.

바람이 거세어질수록 더 꿋꿋하게 펄럭이는 태극기를 보노라면 그 강인한 기상에 추위로 움츠렸던 몸과 마음까지 활짝 펴지는 것 같다.

지난 여름 유엔군 참전·정전 60주년을 맞이하며 국립대전현충원에서는 유엔참전국 유학생과 국군 참전용사를 초청하여 유엔참전국 21개국 국기 게양식을 거행한 바 있다.
지금으로부터 60여년 전 북한의 남침으로 대한민국의 운명이 백척간두에 있을 때 우리의 자유와 평화를 지켜준 유엔참전국이 있었음을 우리 국민들에게 알리고 그들의 희생과 헌신을 기억하고 감사하는 마음을 심어주기 위한 행사였다.

행사에 참석했던 한 참전국 유학생은 "여기에 와 보니 새삼 우리나라가 자랑스럽고 우리의 할아버지들이 피를 흘리며 지켜낸 대한민국이 오늘날 이렇게 눈부신 발전을 하였다는 사실에 깊은 자부심을 갖게 되었다"고 감회를 밝혔다.

그리고 우리 국민들이 과거 6·25전쟁이 일어났을 때 지구상 어디에 있는 나라인지도 모르는 대한민국의 자유수호를 위해 유엔군의 이름으로 병력과 의료진 그리고 물자를 지원해 준 유엔참전국과 참전용사를 60여 년이 지난 오늘날까지도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에 오히려 고마워 했다.

우리 국민들 뿐만아니라 유엔참전국이 함께 참전용사를 기억하는 행사는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지난 11월 11일 오전 11시에는 부산 남구 대연동 유엔기념공원과 한국전 참전 5개국에서 부산을 향해 묵념을 하는 유엔군전사자 추모식이 국가보훈처 주관으로 거행되었다.

올해로 7회째인 이날 추모식은 영연방 4개국(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대사관 관계자, 참전용사, 학생, 군인 등이 참석하여 유엔군전몰장병 추모비 앞에서 한국전쟁 참전용사를 위한 묵념을 하면서 그분들의 국경을 초월한 고귀한 희생정신을 기렸다.

부산 유엔기념 공원은 세계 유일의 유엔군 묘지로서, 세계평화와 자유를 위해 생명을 바친 유엔군 전몰장병들이 잠들어 있다.
이곳은 한국전쟁이 일어난 이듬해인 1951년 전사자 매장을 위하여 유엔군 사령부가 조성하여 개성, 인천, 대전, 대구, 밀양, 마산 등지에 가매장되어 있던 유엔군 전몰장병들의 유해를 안장하기 시작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으며 이제는 명예로운 글로벌 보훈의 산실로 자리 잡고 있다.

어릴 적 산타할아버지를 만나기 위해 졸린 눈을 부비며 기다린 적이 있다.
매번 만나지 못했지만 머리맡에 놓인 선물을 보고 그가 다녀갔음을 알 수 있었다.
어찌 그리 내 맘을 잘 아는지 꼭 갖고 싶었던 선물을 몰래 주고 가신 산타할아버지를 난 수퍼맨보다 더 큰 능력을 가진 존재로 믿었었다.
대한민국이 없어질 지도 모르는 절체절명의 위기상황이었던 6.25전쟁 때 우리나라를 구해 준 유엔참전국 용사들은 우리 국민에게 산타클로스와 같은 존재였다.

오늘날의 대한민국은 순국선열과 호국영령 그리고 유엔참전국 용사들이 피를 흘리며 지켜낸 나라이고, 그분들의 희생과 헌신을 밑거름으로 우리 국민들은 오늘의 자유와 번영을 누리고 있는 것이다.

성탄절과 연말이 다가오면 그동안 잊고 지냈던 가족이나 고향과 같은 단어가 더 생각나는 것이 인지상정인 것 같다.

내 가족, 내 나라가 아닌 세계인에게 사랑과 평화의 메시지를 남기고 부산 유엔 기념공원에 잠들어 있는 유엔군 전사자를 추모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이것은 60여년 전 이름도 모르는 먼 나라의 국민과 대의를 위해 목숨을 바치고 이국 땅에 잠들어 있는 유엔참전국 전사자의 희생정신을 기억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며 아울러 과거에 은혜를 입은 나라의 국민으로서 해야 할 마땅한 도리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