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을 머금고 있는 풀꽃, 가을빛을 머금은 햇살이 뜨락으로 내려와 산수유와 어울어진 산나리꽃이 반긴다.

푸르른 공기를 맘껏 마셔보고, 그렇게 맛보는 공기의 색깔은 참으로 찬란하고 달콤하다.

축복으로 다가오는 이 가을에 내게 주어진 모든 것들을 찾아보고, 느끼니 사랑스럽다.

사계절 모두 저마다의 몫을 다하고 있고, 그 계절이 주는 맛을 충분히 음미하고 흠뻑 빠져 즐기려고만 하지 말고 왜 저렇게 아름답냐고 풀지 못한 호기심만 무한대로 커 가는데, 밤하늘의 별들만큼은 알고 있을까?
푸른 모습으로 우리를 정겹게 맞이하는 청아한 공기는 산소를 공급하는데 그 가치를 따지기 전, 행복과 건강을 구가하게끔 만드는, 자유와 여유와 삶의 의욕과 스트레스를 해소시키는 천연식물향을 전해주는 최대한의 기쁨을 나누어 주는 자연이 있어 그렇다.

우리지역의 가로수 중에는 메타스꿰이어, 소나무, 감나무, 은행나무 등 다양한 종류가 있지만, 이맘 때 쯤이면 감이 탐스러이 매달려 노랗게 변해간다.

꽃이 피고, 열매를 맺기까지 모진 비바람과 태풍을 이겨내고 예쁘게 익어가는 감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감동과 환희와 대견함을 말해준다.

수줍던 시간들이 하늘을 닮고, 땅을 벗삼아 홍시가 되고, 잘 생긴 모습으로 세상을 만나니 반갑지 아니한가?

소슬한 바람이 목줄기를 간질이던 수많은 날 들 속에서 소나무만이 항상 푸름을 간직하지만, 다른 나무들은 잎들이 모두 노랗게 변한다.
성숙의 단계를 지나 또 하나의 탄생을 의미하는 순간이기도 하다.

잠시 길 옆에서 숨 고르기를 하며, 은행나무의 누런 잎사귀에게 악수를 청해본다.

꽃과 잎과 줄기와 몸뚱이는 자연 앞에서 어김없이 순응하고 드러내놓고 이야기 한다.

굳이 절박하지도 않고 형편을 논하지도 않는다.
시간의 뒤안길을 천천히 되새겨 보고, 새 생명을 얻으려 고른 숨소리를 토해내며 영근 세상을 꿈꾸고 있을 것이다.

이제 할 일을 다 하고 바람에 하늘거리는 갈색 잎새는 차후 내 생의 모습과도 같은 자연스러운 귀결이 아닐까?

또한 곱게 익어 떨어지는 잎사귀는 행복한 웃음을 머금고 흙으로 돌아가 재탄생을 약속한다.

세월은 빠르지도 늦지도 않게 흐른다.
추억이 될 만한 날들과 아무것도 기억에 남는 날이 공존하여 그리 큰 차이가 나는 것 같지 않다.

쉼 없이 반복되는 일상이지만, 빈 날만 있는 것도 아니고, 맘을 먹으면 충분히 찾을 수 있는 나만의 잠깐이라는 여유, 그래서 그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않으려 노력하고, 때론 욕심도 부려본다.

중년의 가을, 깊어가는 가을의 문턱에서 푸르게 맑아지는 하늘을 보며 행복한 추억의 시간을 만들기 위해 조그만 일탈도 꿈꾸고 싶다.
이제 새벽공기가 제법 서늘하다.

상쾌하고 풍요로운 가을의 아침햇살이, 서서히 열리듯 깊은 호흡으로 하루를 맞이하기 위해, 다른 달콤함을 맞이하기 위해, 오늘도 녹색의 공간을 찾아 헤맨다.

내가 기르는 “새깃유홍초”라는 꽃처럼 빨간 꽃을 한없이 토하고, 발산하는 모습, 수없이 뻗어가는 넝쿨들이 애처롭기만 하다.

그 뒤로 “등꽃”이라는 꽃은, 꽃이 핀 후 복주머니를 달고 있다. 그 속에 까만 씨앗이 있어 보는 이로 하여금 심금을 울리며 신기할 따름이다.

여름의 더위에 지치고, 목말라 하고, 힘들어 하는 모습이 안타까웠지만, 하늘을 향해, 허공을 향해 흔들리며 애원하던 새댁 같은 모습이, 오르고자 하는 그리움에 손을 뻗치고, 고운 꽃을 피우고자 하는 염원을 담기 위해, 나름대로 온 정성을 기울여 새롭게 탄생한 모습이 정말 대견스럽고, 고운 자태가 가슴을 쿵쾅거리게 하고, 코끝을 찡하게 만들었다.

이제, 그 줄기를 뻗어 아름답게 결실을 맺어 또 다른 생명을 잉태하였으니 정말 축하하며, 먼 훗날 다시 만나면 뭉클했던 내 마음을 꼭 전해주고 싶다.

임종복 기자 imjbpr@naver.com 임종복 기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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