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 와주세요, 빨리!!”
사고를 당한 피해자들에게는 1분이 1시간처럼 길게 느껴지기 때문에 신고와 동시에 “빨리빨리”를 외친다.
출동하는 소방서의 입장에서도 내 가족, 내 이웃이 우리에게 의지해 우리를 믿고 기다리는데 어찌 빨리 가고 싶지 않겠는가. 빨리 빨리를 외치는 신고자, 신속한 출동이 점점 더 힘들어지는 소방차.
차량 보유가 늘어나면서 소방차의 출동 여건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화재·구조·구급 등 소방의 수요는 급증하고 있음에도 증가된 차량으로 인한 정체현상으로 출동시간은 더욱 지연되고 있으니 이는 우리 이웃의 생명도 점점 더 위태로워지면서 위협받고 있는 상황으로 변해가고 있다.

늘어가는 차량, 어려워지는 소방출동여건에도 소방통로 확보의 중요성에 대한 주민인식은 아직 제자리 수준인 것 같다.
화재나 구조·구급과 같은 사건사고 발생 시 얼마나 많은 소방력이 출동하느냐 보다는 얼마나 빠른 현장 도착으로 사건을 신속히 조치하느냐에 따라 물적·인적 피해는 크게 달라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현재 소방차들은 출동 도중, 아니면 차도 한가운데서 발이 묶인 채 사이렌만 울리며 속을 태우기가 부지기수다. 앞차가 길을 터주기만을 기다려 보지만 많은 운전자들은 나 몰라라 하고 수수방관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힘겹게 도심을 빠져나와 화재 등 재난현장 인근에 이르면 이면도로에 무질서하게 주·정차해 놓은 차량이 또 다시 구급차와 소방차의 앞길을 가로막아 일각을 다투는 현장에서 신속한 출동의 가장 큰 장애물이 되고 있다.
화재의 경우 실내온도가 일정 수준에 오르면 불이 폭발적으로 연소해 순식간에 전체로 확산되는데 그 발생 시간은 평균적으로 5분 정도로 그 시간 내에 초기진압이 이루어져야 효과적이고, 구급활동도 마찬가지로 심장마비환자의 경우 2분 이내에 응급처치(심폐소생술)를 할 경우 약 90% 이상의 소생률을 보이지만 5분이 지나면 25% 이하로 내려가 5분 이내에 적절한 응급처치를 받아야 소생률을 높일 수 있다. 그만큼 신속한 출동과 현장대응이 중요하다.

소방차를 위해 길을 비켜주는 것은 조금의 불편은 따르겠지만 그리 어렵지도 힘들지도 않다. 긴급차의 싸이렌 소리를 들으면 서행하고 도로의 우측 가장자리로 피해 진로를 양보하거나 우측으로 피할 공간이 없을 경우는 좌측으로 양보하면 되고, 도로가 협소한 곳에서는 소방차량의 통행에 지장이 없게 주정차를 하면된다. 또한 소방용수시설 주변에는 주정차를 하지 말고, 아파트 단지에서는 소방차 전용공간을 확보해 만일의 사태에 소방차가 충분히 활동할 수 있도록 하면 된다.

화재나 각종 재해로부터 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소방차량 길터주기'는 우리 가족과 이웃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한 작은 배려이자 운전자가 할 수 있는 가장 쉬운 이웃사랑의 실천방법임을 명심하여 성숙한 시민의식으로 소방통로를 열어줘야 할 것이다.

'설마 내집이, 내직장이, 내가족이 다치진 않겠지'라는 안전불감증이 우려되는 현실 속에서 소방대원들은 현장에 빨리 도착하기 위해 양보해 주지 않는 차량들과 도로에 불법 주·정차 차량들을 피해서 위험을 감수하며 오늘도 곡예운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