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기사님 고맙습니다

이 정 자(여성문학 보령예지회 회원)

퇴근시간이 되었나 보다.
창문 너머로 들려오는 소리가 실로폰 소리처럼 경쾌하다.
제법 더워진 날씨 속에서 일과를 끝낸 유적발굴팀원들의 하루가 마무리되고 있는 값진 소리이다. 얼마 있더니 퇴근을 시키는 목장갑 회사차도 지나간다. 여기저기서 돌아가는 모습이 저녁시간임을 알린다.
“이젠 나도 일어나야지”
오늘은 집으로 가기 전에 볼 일을 보아야 했으니 여유롭게 일어난다.
어두워져 가는 초여름날 저녁 8시 30분이나 되어서야 끝났으니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위해 정류장으로 서두르니 내가 버스를 부르기라도 한 양 바로 앞에서 멈춘다.
세상에나 기분도 좋게스리 버스자가용(?)을 타고 보니, 승객은 학생 한 명뿐이었고 우리와 함께 전부 4명이었다. 우릴 태우더니 출발하기 시작한다.
안착을 확인하셨는지 기사님 왈
“미안하지만 기름 좀 넣고 가겠습니다” 내일을 준비하려나보다.
“녜, 알겠습니다. 어차피 기다렸다가 집에 가야 돼요”
서두르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이다. 환승해야하는 시간이 넉넉하기 때문이었다.
“어디 가는데요?”
“월전쪽요. ......혹시 4동사무소에 45분까지 갈 수 있어요?”
도로가 한산한 시간이고, 이 밤에 누가 승하차를 하려 싶어서 혹시나 해보는 거였다.
좀 있더니
“서둘러 보겠습니다”
와~~ 환승할 수 있으면 좋겠다. 지나는 차량도 없겠다. 손드는 승객도 없겠다.. 게다가 논스톱으로 가고 있다. 낮에도 십여 분 정도 걸리는 거리이니 기대를 해보고 싶었던 거다.
부지런히 달린다. 앞서고 있는 경운기 한 대를 앞지른 것 외에는 그냥 달렸다.
기름을 넣기 위해 본사 쪽으로 회전할 때는 맘이 놓이기 시작한다. 시간을 더 벌 수가 있기 때문이었다. 그래봐야 몇 초 정도이지만 말이다.
드디어 도착을 했다. 우린 여기에서 환승을 하면 되었고, 시계를 보니 제 시간에 맞춰 샛노란 전조등이 깜빡이며 오고 있다.
혹시나... 음 아니구나... 불발이다.
뒤이어 다시 한 대가 깜빡이며 다가온다. 이건 분명하다.
“와~ 정말 맞다!!” 간발의 차로 환승을 하였다. 사람들이 제법 있었다.
자리에 앉으면서 창문을 열어서는 맞은편에서 주유를 하고 있는 기사님에게 고맙다는 외침을 하였더니 “빵~” 클락션으로 응수를 한다.
며칠 전 우리 시의 큰 잔치인 도민체전이 성황리에 마쳤다.
분명 이러한 기사님 같은 정신이 하나가 되어서였을 것이고, 이 기사님 역시 큰 일조를 했을 것임에 분명하다. 체전이 열리는 동안 대중교통을 이용하자고 하지 않았던가.
승객과 기사가 하나 되어 뭉치던 그 시간들을 이 기사님은 그렇게 뒤에서 협조를 하였을 것이다. 얼굴도 잘 보지 못한 이 기사님의 프로같은 직업의식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당신의 배려로 1시간이 넘는 시간을 벌기도 했지만, 그래도 이 세상은 후둣하다는 것을 보여준 버스기사님에게 외쳐본다.
“영원히 행복하시길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