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의 노래, 세상을 잇다...제11회 세계한글작가대회

문학과 사람을 잇는 다리 역할

가금현 기자입력 : 2025. 10. 17(금)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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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회 세계한글작가대회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사진=한국디지털문인협회 제공

[CTN문학관]가금현 기자= 깊어가는 10월, 서울 연세대학교 백양누리 그랜드볼룸이 낯익은 언어의 울림으로 가득 찼다.

'한글문학, 전환기에 서다'를 주제로 열린 제11회 세계한글작가대회가 세계 15개국에서 모인 천여 명의 문인과 청중의 열기 속에 막을 내렸다.

행사장에는 한국문학을 사랑하는 해외 한글 작가, 번역가, 유학생, 그리고 평생 글을 벗 삼아온 원로 문인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그들이 손에 쥔 것은 펜이었지만, 그 안에는 언어를 넘어선 마음의 교류가 있었다.

■문학과 음악, 경계를 허물다
개막 무대에서는 정태춘의 노래가 울려 퍼졌다. 기타 한 대로 시작된 그 노래는, 어느새 백양누리의 천장을 가득 메운 합창이 되었다. 뒤이어 플루티스트 송솔나무가 무대를 이어받았다. 섬세하고 투명한 음색이 한글 시의 운율과 어우러지며, 음악이 곧 문학이 되는 순간이었다.

이튿날, 배우 차인표는 자신이 걸어온 인생과 글쓰기의 의미를 솔직하게 들려주었다.
"언어는 기술이 아니라, 진심이 닿는 방식입니다" 그의 한마디에 객석은 긴 침묵 끝에 큰 박수로 답했다.

■한글문학의 새 길을 묻다
이번 대회는 단순한 문학인의 축제가 아니었다.
AI 번역 시대, 디지털 언어 혁명 속에서 '한글로 쓰는 문학은 앞으로 어디로 가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진 자리였다.

패널 토론에서는 한국과 일본, 미국, 베트남 등 각국의 한글 작가들이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들며 경험을 나누었다.
디지털 플랫폼에서 한글 문학의 가능성을 실험하는 젊은 세대와, 한 세기 동안 한글 시의 변화를 지켜본 원로 시인의 대화는 세대와 국경을 잇는 감동의 순간이었다.

■한글, 세계를 향한 문학의 언어
이번 대회를 통해 한글은 단지 한 민족의 문자가 아니라, 감정과 철학을 전하는 세계 공용의 예술 언어임이 다시 한 번 증명됐다.

한국디지털문인협회 관계자는 "언어의 경계는 있지만, 마음의 경계는 없다"며 "한글로 쓴 문학이 세계의 다양한 언어와 만나 새로운 감동을 창조하길 바란다"고 했다.

대회 마지막 날, 참가자 전원은 '한글 작가 선언문'을 낭독하며 "한글로 세계와 소통하고, 문학으로 인간의 존엄을 지켜가겠다"는 약속을 남겼다.

제11회 세계한글작가대회는 올해로 30여 년의 역사를 이어왔다.
그 길의 중심에는 '글로 세상을 이해하고, 문학으로 사람을 잇는다'는 단순하지만 가장 어려운 진리가 있다.

10월의 서울을 물들인 이 대회는 한글의 힘을 다시 한 번 증명하며, 우리 시대의 문학이 나아갈 다음 페이지를 조용히 열어젖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