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CTN]정민준기자ㅣ지난 8월 경북 청도에서 발생한 열차 사고가 단순한 인재가 아니라 국가철도공단의 무관심과 한국철도공사(코레일)의 방치가 빚은 구조적 참사였다는 사실이 드러나 중격을 주고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김은혜 의원이 7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사고 현장 인근에는 작업자들이 사용할 수 있는 안전 출입문이 불과 10m 앞에 존재했지만, 국가철도공단과 코레일의 관리 부실과 토지 분쟁으로 인해 사용이 금지돼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사고는 수해 대비 점검에 나선 작업자 2명이 숨지고 5명이 다친 비극이었다. 당시 작업자들은 하행선 선로를 따라 500m 이상 걸었는데, 이는 열차와 같은 방향으로 이동하는 위험한 방식이었다. 코레일 내부 안전수칙에는 ‘작업자는 열차를 마주 보고 걸어야 한다’고 명시돼 있지만, 출입문이 닫혀 있어 반대편 선로로 진입할 수 없었다는 것.

김은혜 의원실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문제의 출입문은 2012년 인근 놀이공원이 리뉴얼 개장하며 국가철도공단 부지 일부를 무단 점유하면서 봉쇄됐다. 공단은 이 사실을 10년 넘게 인지하지 못했고, 2023년 청도군의 공문을 통해서야 무단 점유 사실을 뒤늦게 확인했다.

그제야 공단은 놀이공원 측에 원상복구와 사용료 납부를 요구했으나, 오히려 놀이공원 측은 “출입문 이용 시 사유지를 통과해야 한다”며 코레일에 9천만 원의 사용료를 청구했다.

이후 코레일은 토지 분쟁을 이유로 출입문을 아예 폐쇄했고, 그 결과 노동자들은 안전 통로를 두고 위험한 선로를 따라 걸어야 했다.

김 의원은 “국가철도공단의 무관심과 코레일의 방치 때문에 청년 노동자들이 희생됐다”며 “사유지 분쟁은 이미 수년 전 해결됐어야 할 행정적 문제였고, 두 기관 모두 명백한 직무태만의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출입문 분쟁이 청도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김 의원실 조사 결과 전국적으로 사유지 진출입 거부로 인해 사용이 제한된 철도 출입문이 9곳이나 더 존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언제든 제2의 청도 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구조적 위험이 전국에 상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철도공단은 토지 관리 책임 기관임에도 불구하고 10년 넘게 자산의 무단 점유 사실조차 몰랐고, 코레일은 위험을 인지하고도 행정적 책임 회피로 대응을 미뤘다. 결과적으로 국가기관의 행정 마비가 노동자의 생명을 앗아간 셈이다.

김 의원은 “국가 인프라를 관리하는 기관이 사유지 문제 하나 해결하지 못해 청년이 희생된 것은 명백한 관리 실패”라며 “국토교통부는 공단과 코레일의 안전관리 실태를 전면 재점검하고 사유지 분쟁 출입문 전수조사 및 안전 확보 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민준 기자 jil3679@hanmail.net 정민준 기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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