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TN문학관]김영희 객원기자= 생성형 인공지능(AI)의 급격한 발전이 인문학과 창작 분야에 미치는 영향을 조명하는 학술 행사가 열려 주목을 받았다.

한국디지털문인협회(이사장 이상우, 회장 김종회)와 한림대학교 도헌학술원(원장 송호근)은 13일 오후 서울 강남 오유아트홀에서 '생성형 AI 기술의 현황과 인문학적 글쓰기'를 주제로 제4회 학술심포지엄을 공동 개최했다고 밝혔다.

이번 심포지엄은 김종회 회장의 사회로 진행되었는데 150여 명의 문학인과 연구자들이 참석해 뜨거운 반응과 관심을 보였다.

박섭형 한림대 대학원장은 기조강연에서 Chat GPT의 기술적 원리를 상세히 분석했다.

박 원장은 "GPT는 확률적 계산으로 평균적인 답변을 제공할 뿐 창작자들이 고심 끝에 찾아내는 독창적 표현은 생성하기 어렵다"며 "AI를 인간 고유 활동에 들어온 낯선 침입자이자 기묘한 동행자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박 원장은 특히 한글의 교착어적 특성으로 인한 AI의 한계를 지적하며 "영어 대비 한글 처리 성능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노승욱 한림대 교수는 누구나 글을 쓰는 '호모 스크립투스(Homo Scriptus)' 개념을 제시하며 AI 시대 글쓰기 주체의 정체성 변화를 다뤘다.

그는 "AI의 즉각적 답변에 의존하면 인간의 사고 과정이 생략되어 주도권을 AI에게 넘겨줄 위험이 있다"며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서사적 정체성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 교수는 김초엽 작가의 SF소설 『행성어 서점』을 인용하며 "자동 번역 시대에도 언어 학습의 체험적 의미를 잃지 않아야 한다며 호모 스크립투스 시대에 주체성 잃을 위험을 경계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목광수 서울시립대 철학과 교수는 철학적 관점에서 AI 활용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전문성 없이 AI에 의존하면 성장 기회를 잃는다"며 "이미 전문성을 갖춘 성숙한 전문가가 AI를 조력자로 활용할 때 효과적"이라고 조언했다.

목 교수는 인간다움을 '사고와 감정의 조화', '공감하는 존재'로 정의하며 "AI도 사고할 수 있지만 인간의 사고는 자기 반성과 가치 지향을 포함한다며 성숙한 전문가의 협업 도구로 활용해야"고 강조했다.

종합토론 좌로부터 김원규 교수, 노승욱 교수, 좌장 김종회 회장, 이청호 교수, 목광수 교수/CTN김영희 객원기자

종합토론에서 김원규 교수는 노승욱 교수에게 호모 스크립투스의 개념적 모호함과 AI 타자의 역할에 대해 질문했고, 이창호 교수는 목광수 교수에게 성장기 세대의 AI 노출 영향과 미래 교육 방향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방청석에서는 미래 세대의 AI 노출 문제, 창의력 저하 우려, 문학 심사 기준 등을 질문했다.

이중 김종회 회장은 "일본 아쿠타가와상 수상작이 AI를 5% 활용했음에도 인정받은 사례처럼 작가가 통제하는 범위 내 AI 활용은 창작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참석자들은 "전기가 들어와 있는데 호롱불을 쓰겠다고 우기는 우를 범하지 말자"는 한 발표자의 말에 공감하며, AI를 현명하게 받아들이되 인간의 주체성과 창의성은 포기하지 않아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이번 심포지엄이 단순한 기술 이해를 넘어 새로운 시대의 창작자로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 성찰의 장이 되었다. 더불어 AI와 인간의 창의성이 조화를 이룰 수 있는 방향에 대한 지속적 논의의 필요성을 확인했다.

김영희 객원기자 kyhi683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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