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CTN]홍유선 기자 = 시각장애인학습공동체 이도는 세계문화탐방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된 「걸어, 볼 만한 세상; 대만」편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지난 6월 5일부터 8일까지 3박 4일에 걸쳐 진행된 행사는 총 9명의 중증 시각장애인이 참가했으며 참여자가 큰 만족감을 표시하며 성황리에 마무리했다.

이번 문화탐방은 국내가 아닌 해외에서 진행되었다는 점에서 그동안 시각장애인학습공동체 이도에서 진행되어 온 문화탐방과는 큰 차이가 있었다. 이번 행사 또한 여느 사회복지 시설이나 자원봉사자의 도움 없이 중증 시각장애인 스스로 탐방을 기획하고 직접 진행했다. 여행사의 패키지가 아닌 여행지 선정부터 비행기 및 숙소, 각종 체험 등의 예약, 이동 계획까지, 모두 9명의 중증 시각장애인이 사업의 시작부터 끝까지 온전히 독립적으로 진행했다. 이를 위해 참가자들은 지난 2024년 12월부터 사업을 위해 부지런히 준비해왔다. 시작 단계부터 무수히 많은 회의와 토론을 했으며, 끊임없는 정보 수집과 각자 역할을 나누어 맡았다. 그리고 여행지에서는 서로 의지하고 이끌며, 이동과 식사, 체험 등의 다양한 경험과 문제를 하나하나 독립적으로 해결해 나갔다.

구립고궁박물관 시각장애인 촉각 해설,구립고궁박물관 관람, 펑리수 만들기 체험, 단수이 길거리 아이스크림/사진제공=시각장애인학습공동체 이도

행사에 참여한 한 시각장애인은 "아홉 명의 시각장애인이 흰지팡이를 들고 대만의 버스와 지하철, 길바닥을 누볐다. 펑리수를 직접 만들고, 국립고궁박물관의 시각장애인을 위한 해설을 들었다. 참기 어려운 무더운 길바닥에서 함께 먹었던 아이스크림의 시원함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그리고 대만 현지인들이 즐겨 먹는 다양한 음식은 생각보다 맛있었다. 머나먼 타지에서 아홉 명이 늘 붙어 이동하고 식사하고 체험한 경험은 평생 잊기 어려울 것 같다"라고 말했다. 행사를 기획하고 진행한 한 시각장애인은 "아홉 명 중 네 명이 전맹이었다. 나머지 다섯 명도 겨우 독립 보행이 가능한 정도의 중증 시각장애인이었다. 과연 우리가 말도 통하지 않는 외국에서 제대로 된 여행을 할 수 있겠냐는 걱정이 매우 컸다. 하지만 마지막 날 우리는 즐거웠던 여행에 대한 소회를 나누며 다음 여행은 어디로 갈 것인지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여행은 생각보다 훨씬 즐거웠고 안전했으며, 어디든 갈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라고 말했다.

세계문화탐방이란 사업명에서 드러나듯, 본 행사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로의 여행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동안 서울, 춘천, 부산 등 국내 탐방을 주로 해 왔으나, 드디어 「걸어, 볼 만한 세상; 대만」편을 통해 세계문화탐방을 이룬 것이다. 시각장애인 학습공동체 이도의 박단우 회장은 "요즘 우리 사회는 장애의 관점을 개인의 불능이 아닌 장애의 사회적 모델로 이해하고 있다. 사회적 모델을 보다 효과적으로 체감하는 방법 중 하나는 우리가 아닌 다른 곳을 여행해 보는 것이다. 대만에서 경험한 시각장애인으로서의 여행 경험은 생각보다 괜찮았다. 오히려 버스의 경우 우리나라보다 시각장애인에게 접근성이 좋았다. 이렇게 우리와 다른 문화와 사회를 경험하며 장애가 더 이상 장애가 되지 않기 위해 우리 사회는 무엇이 필요한지 알 수 있다. 물론 시각장애인 개인은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 지도 배우고 있다. 마지막으로 이번 대만편의 성공적 마무리를 계기로 앞으로 시각장애인학습공동체 이도는 세계 문화탐방의 해외편을 더욱 확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홍유선 기자 0314sun@hanmail.net 홍유선 기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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