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CTN]강현수 기자 =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위원장 석현정, 이하 공노총)은 10일(금) 학생 안전을 비롯한 학교 내 각종 업무 신설 시 전문성에 대한 고려 없이 무분별하게 학교 행정실로 업무를 이관하며 행정실 공무원 노동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현실을 지적하고, 정부에 학생 안전 확보를 위한 각 분야 전문가 배치와 구체적인 학교 안전 지침을 마련할 것을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공노총은 성명서에서 "지난 11월 9일 대법원은 2019년 경남 김해 영운초등학교 방화셔터 끼임 사고와 관련해 행정실장에 대해 벌금형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학교 소방 안전관리자로 선임된 학교 행정실장이 사고를 방지해야 할 의무가 있다며 '업무상과실치상'으로 벌금 1,000만 원을 선고한 것이다"라며, "공노총은 우선 영운초등학교 사고와 관련해 피해자 가족에 심심한 위로의 마음을 전하고 피해 학생의 빠른 쾌유를 기원한다. 동시에 다시는 이와 같은 안타까운 사고가 교육 현장 내에서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 마지않는다"라고 밝혔다.

이어, "이번 사고는 '학교'라는 교육 현장에서 발생한 중대 상해사고다. 그러나 학생 안전사고로 인해 책임을 진 자는 '학교의 안전 총괄 감독자'가 아닌 용역업체 시설관리근로자 그리고 방화셔터에 대해 사전 보고조차 받지 못했던 행정실장뿐이었다. 공공기관의 소방안전관리에 관한 규정 제4조에 따르면 공공기관의 장은 소방안전관리에 대해 총괄적인 감독책임을 지는바, 학교의 기관장인 '학교장'이 총괄 감독자가 되지만 총괄자인 학교장은 '무혐의'로 이번 사건에서 기소조차 되지 않았다"라고 지적하며, "이태원 참사, 오송 지하차도 사고 등 안타까운 인명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재난안전법상의 총괄·조정자인 행정안전부 장관을 비롯한 고위공직 기관장은 쏙 빠지고 하위직 노동자에게만 책임이 전가되고 있는 현실을 그대로 반영한, '중대재해 천국 대한민국'의 축소판이라 할 만한 개탄스러운 상황이 아닐 수 없다"라며 답답한 현실을 꼬집었다.

공노총은 "학생 급식 등 식품 안전, 코로나 등 감염병으로부터의 보건 안전 등 각종 위험으로부터 학생들의 '안전'은 위협받고 있는데 안전 전문가를 배치하고 엄격히 관리해도 모자랄 판국에 보여주기식, 땜질식 처방으로 교육에 대한 의사 결정권과 업무지시권조차 없는 학교 행정실로 모든 책임이 전가되고 있다. 최근에는 학생 교육을 넘어 학부모 악성 민원 등 교사 안전 업무까지 행정실로 이관하려는 움직임마저 감지되고 있다. 사건 사고가 터질 때마다 행정실로 책임만 이관한 채 보여주기식으로 운영 중인 각종 학교 안전 대책, 언제까지 두고만 볼 것인가?"라고 반문하며, "방화셔터 사고와 관련해 법원은 학교 방화셔터의 안전관리에 관한 행정지침이 마련되어 있지 않은 상황과 소방안전관리자 교육과정에 방화셔터 조작 내용이 누락되어 있음을 꼬집으며, 행정실장이라는 위치에서 기본적인 강습 교육만 받고 소방안전관리자로 억지 선임될 수밖에 없는 안타까운 학교 현실을 지적한 바 있다. 각 분야 전문가를 배치해도 시원치 않을 판국에 정부는 행정실로 책임만 이관한 채 안전한 학교 환경을 조성하라 하고 있다. 학교 내 각종 업무가 신설될 때마다 전문성에 대한 고려는 전혀 없이 그저 행정실로 이관해 행정실 공무원 노동자에게 책임만 지우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날 발표한 성명서 말미에는 "학교 행정실에 근무하는 지방공무원은 신(神)이 아니다. 정부가 진정으로 안전한 학교 만들기에 나서고 싶다면, 교육 현장에 만연한 무책임한 행정실 업무 이관 행태부터 지금 즉시 시정해야 한다. 공노총은 이번 방화셔터 사고와 관련해 피해자 가족에게 다시 한번 심심한 위로의 말을 전하며 다시는 이와 같은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무분별한 행정실로의 업무 이관 행태를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라며, "정부는 학생 안전 확보를 위해 각 분야 전문가를 배치하고, 구체적인 학교 안전 지침을 마련하라! 공노총은 학생 안전 확보와 정상적인 행정실 운영이 이뤄지는 그날까지 다시는 이같이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