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미국과 캐나다를 여행할 때 나는 RV 캠핑카를 이용했다. 모두 5차례의 여행은 캠핑카의 길이가 10미터(40피트)쯤 되고 화장실과 샤워 시설, 2인용 침대까지 달린 버스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 캠핑카는 식수를 1톤까지 실을 수 있고 냉장고와 오수저장장치도 있었다. 캠핑카의 가장 큰 장점은 짐을 나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캠핑에서는 텐트 자체만으로도 큰 짐이다. 더구나 취사도구, 음식, 기타 캠핑 장비를 차에 싣고 내리는 것은 또 어떠한가? 또 한 저녁 무렵 도착하게 되는 경우, 텐트를 쳐야 하는 캠핑족에게는 큰 고역이 아닐 수 없다. 텐트의 품질이 아무리 좋아졌다고 해도 텐트를 설치하고, 비나 이슬을 맞았을 때 텐트를 건조 시키는 일 등 부수적인 시간과 노력도 필요하다. 이에 반해 캠핑카를 이용할 경우 날씨의 영향을 거의 안 받아 장비 관리가 쉽고, 차량에 설치된 냉장고로 음식 보관이 쉬운 점과 샤워 시설이 있어 씻기도 편하다. 더구나 미국은 대륙이어서 1개월 이상 텐트로 여행하기에는 적당치 않다. 미국은 국립공원이 많고 자연환경이 좋아 야생동물이 많으니 당연히 위험도 존재하니 자동차를 이용한 여행은 정답에 가깝다.

나의 첫 번째 여행로는 당연히 1번 국도를 이용했다. 왜냐면 내가 캐나다 밴쿠버 지역에 살았기 때문이다. 먼저 정착한 친구의 안내로 시작한 여행은 내게 많은 기쁨을 주었다. 물론 시애틀에서 7번 국도를 이용해 뉴욕으로 갈 수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바비큐를 좋아하는 까닭에 텍사스의 유명한 ‘스노우즈(Snow’s BBQ)’를 경험하고 싶어 1번 국도를 선택한 이유 중 하나이다. 이곳을 가기 위해선 샌디에이고에서 10번 도로를 지나 다시 19번으로 바꿔 타고 엘파소를 지나야 한다. 스노우즈는 2008년 텍사스의 바비큐 점 2천여 곳 중 1위로 선정된 경력을 가지고 있다.

본래 텍사스 바비큐란 소고기만을 의미하지만 바비큐(barbecue/barbeque)는 고기 및 채소를 큰 덩어리째로 불을 쬐어(직접 굽는 직화, 간접 열로 굽기 및 훈연 모두 포함) 구워내는 요리법, 또는 그런 방식으로 구워낸 고기와 채소를 이르는 말이다.

미국 남부 지방에서 비롯된 미국식 바비큐는 '은근한 불에서 장시간에 걸쳐' 조리된 요리를 일컫는다. 바로 인접한 멕시코의 영향을 받은 요리법으로, 중남미에서는 바르바쿠아(Barbacua)라고 부르는데, 이것이 영어로 불리면서 오늘날의 바비큐(Barbecue)란 단어가 유래되었다. 이 외에도 남미에는 이런 식의 조리법이 흔한데, 아르헨티나의 아사도(Asado)나 브라질 남부 지역의 슈하스쿠(Churrasco)가 대표적이다. 물론 기본 개념만 같고 사용하는 양념이나 세부적인 조리법엔 차이가 있다. 대부분 열원을 재료에서 떨어뜨리거나 다른 공간에 넣어 열기와 연기로 타지 않게 간접적으로 익히는 방법을 쓴다. 힘줄이나 근막 같은 질긴 결합 조직이 많아 맛이 없는 부위, 지방이 적어 팍팍한 부위인 돼지 어깻살, 뒷다릿살, 소 뱃살(양지) 등과 냄새나는 싸구려 부위를 장시간 조리로 부드럽게 하고 훈연으로 풍미를 돋우어 맛있게 먹기 위한 방법이다. 바비큐 요리법은 대개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직화구이다. 보통 뚜껑을 열어둔 상태로 불붙은 숯 위에 고기를 배치해 올려 굽는 방식이다. 불에 바로 노출되기 때문에 고기에 가해지는 온도가 매우 높으며, 따라서 금방금방 익는다. 이런 특성상 두꺼운 고기 조리는 겉은 타고 속은 익지 않아 어려우며, 구이용으로 얇게 썰어둔 고기를 빠르게 구워내는 데 유리하다. 우드칩 등을 넣어봤자 연기가 다 날아가 버리는 특성상 약간의 숯불 향이 배는 효과 그 이상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고기에서 녹아내린 지방이 불로 떨어지면서 독한 연기를 낼 수 있기에 안 그래도 고기가 타지 않도록 수시로 뒤집어줘야 하는 조리하는 사람에게서는 좀 괴로울 수 있다. 보통 고급스러운 바비큐 메뉴는 간접 열로 만들기 때문에 직화 조리법을 업신여기거나 진정한 바비큐 조리법이 아니라고 여기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직화로 굽는 방법 역시 엄연히 전통 바비큐 조리법 중 하나이며 그저 활용도가 다를 뿐이다.

두 번째는 간접 열로 익히는 바비큐가 있다. 요리에 불이 직접적으로 닿지 않도록 요리와 숯을 잘 배치한 후 뚜껑을 닫아 열을 가둬 마치 오븐처럼 익혀내는 방식이다. 그 특성상 직화만큼 열이 오르지 않기 때문에 큼직한 고기를 장시간에 걸쳐 익히는 데 유리하며, 우드칩이나 청크, 플랭크 등으로 훈연 효과를 줄 수 있다. 직화에 비해 좀 더 고급스러운 요리를 만들 수 있으며 조리 과정도 격하게 힘들지 않지만, 수시로 내부 열을 체크하면서 댐퍼 개폐로 온도를 조정하면 보통 조리 시간이 1시간 이상은 걸린다. 원래 바비큐의 원본인 바르바쿠아의 본래 조리법은 사실상 찜 수육/저수분 수육이나 마찬가지였다. 스케일이 큰 꼬치구이가 원본인 슈하스코나 아사도와 달리 바르바쿠아는 제3세계 각지에 존재하는 "땅을 파 공간을 만들고, 장작을 숯이 될 때까지 불태워 열을 올리고, 재료가 마르지 않고 열이 고루 전달되도록 물통을 매달고, 그 위에 넓은 나뭇잎 등으로 감싼 재료를 익혀 사실상 쪄내는 방식"이 원형이다. 바비큐의 조리 공간을 "pit"라 부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사실상 운 좋게 초강대국이 된 미국이 전통문화와 하여 세계적 이미지를 얻게 된 우리식 ‘삼굿구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의 삼굿구이는 흙구덩이 안에 불을 피워 돌을 달군 후 고구마, 감자, 달걀 따위를 올려놓고, 그 위에 다시 쑥대나 솔가지 따위를 얹고 흙으로 덮은 후 물을 부어 그 수증기로 익혀 먹는 방식. 또는 그렇게 익힌 음식. 강원도의 산간 지역에서 전해 내려오는 방식으로, 삼을 찌던 구덩이에 감자를 구워 먹는 데서 비롯된 요리법이다.

미국 텍사스 바비큐는 그들의 전통에 따라 오랫동안 익힌 매콤하고 훈제된 소고기 가슴살을 가리키는 말이다. 지금은 바비큐 달인들이 다양한 종류의 고기를 훈제하며, 방문하는 지역에 따라 가지각색의 바비큐를 맛볼 수 있지만 맛이나 크기에서 텍사스가 압도적이다. 미국인들 끼리 모여 이야기를 해봐도 바비큐는 당연히 텍사스를 최고로 친다. 그래도 궁금증이 남아 바비큐가 텍사스의 상징이 된 특별한 이유를 자세히 보고 싶다면, 텍사스 바비큐 트레일(Texas BBQ Trail)을 따라 드라이브를 해보면 안다. 오스틴을 중심으로 약 한 시간 드라이브 코스인 이 트레일은, 테일러, 엘긴, 롤링, 락하트 등 텍사스 바비큐의 도시(Capital of Texas Barbecue)를 모두 지나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