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운동가최재형기념사업회 이사장의 '호소'

- "최재형 선생의 묘를 복원해 달라"

가금현 기자입력 : 2022. 04. 09(토)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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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운동가최재형기념사업회 문영숙 이사장의 기념사 모습

[사회/CTN]가금현 기자 = 독립운동가최재형기념사업회 문영숙 이사장은 지난 7일 국립서울현충원 현충관에서 열린 독립운동가 최재형 지사의 순국 102주기 추모식과 제3회 최재형 상 시상식에서 최재형 선생의 묘를 복구해 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보훈처 관계자 등이 참석한 자리에서 이같이 호소했을까에 대한 답은 그의 기념사 전문에 잘 나와 있다.

문영숙 이사장은 "최재형기념사업회 이사장으로 또 순국선열들의 피로 일군 대한민국에서 자유를 누리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최재형 선생의 영전에 부끄러워 머리를 들 수가 없다"며 " 최재형 선생은 조국을 잊은 적이 없건만 조국은 최재형 선생을 두 번이나 버렸다. 한번은 이념의 장벽에 가려 긴 망각으로 버렸고, 한번은 국립묘지에서 삭제되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립서울현충원 애국지사묘역 108위가 최재형 선생임을 확인하는 증거물

그는 "연해주 항일투쟁의 페치카 최, 최재형 선생은 이제 우리가 예우에 맞게 모셔야 한다"며 "최재형 선생은 102년 전인 1920년 바로 오늘 4월 7일에 재판도 없이 일본의 총탄에 돌아가셨고, 대한민국은 사후 42년인 1962년에 대한민국 건국훈장 독립장을 수여 후, 8년 후인 1970년 11월 17일에 바로 이곳 서울국립현충원 애국지사묘역 108위에 묘를 만들어 모셨으며, 이역만리에서 목숨을 바쳐 항일독립운동을 한 분들은 시신을 찾지 못했기 때문에 허묘로 모신 분들이 있고 최재형 선생의 묘도 허묘였으며, 당시 후손으로 등록된 사람은 최 모란 사람이었다"고 했다.

또 "최재형 선생의 후손들은 이러한 사실도 모른 채, 당시 철의 장막이라 일컫던 소련에 살다가 1991년 소련이 해체된 이후에야 대한민국 땅을 밟을 수 있었고, 1995년에 독립운동가 후손초청사업으로 최재형의 막내딸 최 엘리자베타와 손자 최 발렌틴이 한국에 왔고 최재형의 후손으로 등록되었던 최 모는 DNA검사 결과 가짜후손으로 밝혀져, 2004년에야 비로소 최재형의 막내딸 최 엘리자베타가 유족연금 수급자로 등록되었고 2005년 사망하여 손자 최 발렌틴이 이어받은 뒤 2006년 최 발렌틴은 국립서울현충원의 안내를 받아 애국지사묘역 108위 최재형의 묘에 참배를 했고 그 사진을 남겼다"고 밝혔다.

국립서울현충원 애국지사묘역 108위 최재형의 묘에 참배하고 있는 손자 최 발렌틴

그는 이어 "이후 2009년에 최 발렌틴이 현충원에 참배하려 했으나 묘는 멸실되었고 묘가 있던 빈터에 꽃다발을 놓고 망연자실한 채 서 있는 사진을 남겼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국립서울현충원 애국지사묘역 108위 최재형의 묘가 사라진 빈 공간에 꽃다발만 놓고 서 있는 손자 최 발렌틴의 모습

문 이사장은 "국립서울현충원 애국지사묘역 108위는 항일독립운동가 최재형 선생의 묘였다"면서 "후손이 가짜로 판명되어도 그 묘의 주인은 최재형 선생이다. 후손만 바꾸면 되는데 후손에게 연락도 없이 묘를 멸실시켰다는 것은 최재형 선생을 독립운동사에서 삭제시킨 것과 같다"고 주장하고 "행정착오로 가짜후손을 등록했다면 진짜 후손이 나타났을 때 시행착오를 밝히고 제대로 모셔야 하는 것이 정상적인 행정이 아닌가"반문하고 "후손들은 그래도 할아버지의 조국이 할아버지를 모시고 있구나 하면서 참배를 했을 것이고, 다음에 또 참배하기 위해 찾아갔는데 후손에게 연락도 없이 묘는 없어지고 빈터만 보는 손자의 마음이 어땠을까? 당시 최 발렌틴은 언어도 통하지 않아 어디에도 하소연하지 못한 채 그냥 돌아갔을 것"이라고 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진 것은 손자인 최 발렌틴이 2010년 러시아어로 출간한 『최재형』 책에 사진과 함께 이러한 사실을 그대로 실려있다.

최재형 기념사업회는 이러한 사실도 모른 채, 2015년 부부위패비 5번에 겨우 부부의 이름만 올렸던 것이다.

이에 문영숙 이사장은 "최재형기념사업회와 최재형 선생의 후손들은 어마어마한 재산과 생명까지 바친 연해주 항일독립운동의 대부인 최재형 선생을 200여 명이 넘는 부부위패비 한 귀퉁이에 이름만 올린 것이 항상 죄스럽고 안타까웠다"고 말하고 "2019년 최재형기념사업회와 후손들은 최재형 순국 100주년을 맞아 보훈처와 청와대를 찾아가 후손도 모르게 멸실시킨 최재형 선생의 묘를 복원시켜 줄 것을 요청했으나 현행법만 내세워 반드시 유골이나 시신이 있어야 한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고 답답함을 드러냈다.

그는 "과거의 정부가 잘못한 일이 밝혀지면 새 정부가 바로잡아야 하고, 그렇게 해야 만이 순국선열의 예우를 제대로 하는 것이며, 법이 바뀌었다고 잘못된 행정을 그래도 답습한다면 그 또한 과거의 행정착오를 인정하고 옹호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문 이사장이 보훈 행정을 불신하는 이유는 보훈처가 30여년 간이나 가짜후손 행세를 한 최 모씨(현재 작고)에 대해 이름만 있을 뿐 모든 기록이 없다고 하는 점은 묘를 멸실 시키면서 가짜후손의 기록도 삭제, 행정 실수를 감추기 위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문 이사장은 "최재형기념사업회와 후손들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에게 요청한다"며 "키르기스스탄에 있는 최재형 부인의 유골을 봉환해 올 것이니 1970년 11월 17일 조성돼 2006년까지 존재했던 최재형 선생의 묘를 복원해 부부합장묘를 쓸 수 있게 도와 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이어 "최재형기념사업회와 최재형 후손들은 키르기스스탄 대한민국 대사관과 협력해 올해 부인 최 엘레나 페트로브나의 유골을 국내로 봉환하기 위한 준비를 마쳤다"며 "특히 올해는 대한민국과 키르기스스탄 수교 30주년으로 현재 후손들한테도 동의서를 다 받아 놓았고. 부인의 유골과 우수리스크 최재형 선생의 집 마당에서 흙 한 줌을 가져오거나, 최재형 선생의 유품을 애국지사 묘역 108위에 부부합장묘로 복원시킬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

또 "올해 8월 15일은 광복 77주년이며 최재형 선생 탄신 162주년으로 이 뜻 깊은 해에 최재형 부부 합장묘를 애국지사 묘역 108위에 복원해준다면 새 정부는 상징적으로 순국선열을 제대로 모셔서 과거 정부와 차별화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