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CTN] 11월 13일은 청계천 피복공장에서 일하던 전태일 청년이 열악한 노동 현실과 불합리한 근로기준법을 고발하면서 분신한 지 50년이 되는 날입니다.

청계천 평화시장에서 재단사로 일하던 전태일 열사는 지난 1970년 11월 13일 평화시장 앞에서 근로기준법이 노동자의 권리를 제대로 보호하지 못하는 현실을 고발하기로 했다가 경찰의 방해로 시위가 무산되자 자신의 몸에 석유를 뿌리고 불을 붙인 채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라는 구호를 외치고 어머니에게 "내가 못다 이룬 일을 어머니가 대신 이뤄주세요"라는 유언을 남기고 세상을 떠난 날입니다.

전태일 열사가 자신의 몸을 바쳐 우리 모두에게 열악한 어린 노동자들의 문제를 던지고 세상을 뜬 지 50년이 지난 2020년에도 대한민국의 열악한 노동환경은 현재 진행형입니다.

지난 2018년 12월 충남 태안화력발전소 협력업체의 비정규직 노동자인 청년 김용균 씨가 운송설비를 점검하다 벨트에 끼어 숨지면서 '위험의 외주화' 방지를 비롯해 산업 현장의 안전 규제를 대폭 강화한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개정안인 '김용균법'이 탄생했지만, 사고로 숨지는 사람은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우체국 배달원과 택배 운송 직원 등이 과로로 사망이 이어지는 나라, 21세기 대한민국의 민낯입니다.

전태일 열사의 분신 이후, 50년이 지난 대한민국은 국민소득 3만 불, 세계 10위권의 무역 대국으로 성장하며 선진국 반열에 올랐지만, OECD(Organization for Economic Cooperation and Development : 경제협력개발기구) 전체 회원국 가운데 산업재해 사망률 부동의 1위입니다.

우리나라는 지난 23년간 두 차례를 제외하곤 1위를 내준 적이 없습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2018년 1월부터 2019년 9월까지 산업 현장에서 1,692건의 사망사고가 발생했고 지금도 어디선가는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우리의 자식들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이것을 막기 위해 '김용균법'이 만들어졌지만, 법과 정치적으로 말뿐인 대책보다는 노동자들의 사망사고를 막을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 수립과 실행입니다.

대기업을 포함한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등 거대 노조의 이면에 어둡고 음습한 화력발전소 같은 열악하고 위험한 곳에서 매일 목숨을 걸고 일하는 최저임금의 청년들이 있는 대한민국입니다.

우리 사회는 무슨 일이 일어나면 온갖 호들갑을 떨면서 끓어오릅니다.

그러다가 시간이 좀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잊고, 다시 다른 일이 생기면 그런 일이 '다람쥐 쳇바퀴 돌 듯이' 지속됩니다.

대한민국 노동자의 현실은 50년 전이나 지금이나 껍데기만 바뀌었을 뿐 불편한 진실과 본질은 그대로입니다.

같은 직장에서 원청과 하청, 재하청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 속에서 똑같은 일을 하면서도 임금은 천차만별인 나라, 노동자도 계급화하는 나라, 그 계급화가 고착화하는 나라가 바로 우리가 사는 대한민국입니다.

이제는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야 합니다.

누구나 일하는 만큼 대우받고 미래에 대한 희망을 안고 살 수 있는 나라는 유토피아에서나 가능한 일이 아닙니다.

사회적 약자도 함께 손잡고 갈 수 있는 나라를 위해 국민과 정치권, 정부, 지자체, 기업 등이 책임 의식과 꾸준한 의지를 갖고 실천하면 반드시 이룰 수 있습니다.

앞으로 우리나라에서 전태일과 김용균 같은 비극이 더는 없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전태일 열사와 김용균 청년 등 노동 현장에서 숨진 대한민국의 모든 노동자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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