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창고/ctn]한자에 순망치한(脣亡齒寒)이라는 고사성어(古事成語)가 있다.

이는 입술을 잃으면 이가 시리다는 뜻으로, 가까운 사이의 한쪽이 망(亡)하면 다른 한쪽도 그 영향(影響)을 받아 온전(穩全)하기 어려움을 비유(比喩)해 이르는 말로 소중(所重)한 사람은 꼭 지켜야 한다는 말도 된다.

춘추시대(春秋時代) 말엽, 오패(五霸)의 한 사람인 진나라 문공의 아버지 헌공이 괵, 우, 두 나라를 공략(攻略)할 때의 일이다.

괵나라를 치기로 결심(決心)한 헌공은 통과 국인 우나라의 우공에게 길을 빌려주면 많은 재보를 주겠다고 제의(提議)했다.

우공이 이 제의를 수락(受諾)하려 하자 중신 궁지기가 극구(極口) 반대(反對)했다.
"전하, 괵나라와 우나라는 한 몸이나 다름없는 사이오라 괵나라가 망하면 우나라도 망할 것이옵니다.
옛 속담에도 덧방나무와 수레는 서로 의지하고, '입술이 없어지면 이가 시리다'란 말이 있사온데, 이는 곧 괵나라와 우나라를 두고 한 말이라고 생각되옵니다. 그런 가까운 사이인 괵나라를 치려는 진나라에 길을 빌려 준다는 것은 언어도단(言語道斷)이옵니다"라고 극구 반대했으나 우공은 "경은 진나라를 오해하고 있는 것 같소. 진나라와 우나라는 모두 주 황실에서 갈라져 나온 동종의 나라가 아니오? 그러니 해를 줄 리가 있겠소?"라고 길을 빌려 주려하니 궁지기는 "괵나라 역시 동종이옵니다. 하오나 진나라는 동종의 정리를 잃은 지 오래이옵니다. 예컨대 지난날 진나라는 종친인 제나라 환공과 초나라 장공의 겨레붙이까지 죽인 일도 있지 않사옵니까? 전하께서 그런 무도한 진나라를 믿어선 아니 된다"고 했으나 재보에 눈이 먼 우공은 결국 진나라에 길을 내주고 말았다.

결국 그 해 12월, 괵나라를 멸하고 돌아가던 진나라 군사는 궁지기의 예언대로 단숨에 우나라를 공략하고 우공을 포로로 잡아갔다.

이 내용(內容)이 전하고자하는 것은 몇 가지가 있으나 가장 중요(重要)한 것은 앞을 내다보는 안목(眼目)의 중요성과 나에게 소중(所重)한 한 사람을 잃게 되면 또 한사람을 잃을 수 있다는 뜻이 담겨 있다.

눈에 보이는 안이(安易)한 생각은 결국(結局) 후(後)에 발등을 찍고 싶은 후회(後悔)의 길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