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고민희 경장 = 천안동남서 교통관리계] 움츠려있던 산수유가 요 며칠 꽃망울을 터트리기 시작했다. 완연한 봄 날씨에 점심시간이라도 햇볕을 쐴 겸 점심식사 후 경찰서 주변을 한 바퀴 둘러보았다.

갓 피우기 시작한 어린 꽃잎을 반기는 벌들도 보이고, 한층 가벼워진 옷차림으로 한 손에 커피를 든 채 산책을 하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올라간 기온만큼 내 마음을 들뜨게 하는 '봄'이 왔다.

잠깐의 봄을 만끽하고, 점심시간이 끝났음을 알리는 민원 전화 벨소리가 울림과 동시에 오후 업무를 시작해 본다. 그리고 30분정도 지났을까. 모니터를 응시하는 눈꺼풀이 무거워지기 시작한다. 손가락은 타자를 치고 있는데도 내 눈꺼풀은 반응하지 않았다.

그런데 문득 이 나른한 오후에 운전을 하는 운전자들은 어떨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 자세로 장시간 운전을 하는 사람들은 아무리 핸들을 작동하고 브레이크를 밟는다 해도 무거워지는 눈꺼풀을 막을 수 없을 것이다. 예전부터 '졸음'에는 장사가 없다고 하지 않았는가.

필자의 어머니도 졸음운전으로 큰 사고를 당할 뻔했다. 운전 중 깜박 조는 사이 본인도 모르게 도로를 이탈해 시골 길 나무를 들이받는 교통사고를 낸 적이 있다.

피곤함이 몰려와 졸음을 이기려고 버티다가 벌어진 일이었다고 하셨다. 이처럼 졸음운전은 통제할 수 없는 무의식 상태에서 운전을 하는 것과 같아서 자칫하면 교통사망사고로 까지 직결될 수 있는 위험천만한 순간이라고 볼 수 있다.

운전 중 내 의지로 졸음을 이기기는 쉽지 않다. 이럴 때에는 나른함의 분위기를 전환할 수 있는 외부 자극이 필요하다. 가던 길을 잠시 멈추고 쉬어가는 것이 제일 좋은 방법이나, 여의치 않다면 창문을 열어 시원한 봄 공기로 피부 감각을 자극하고, 평소 즐겨듣던 음악을 틀어 청각에 자극을 준다면 무거워진 눈꺼풀을 가볍게 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한다.

옆 좌석에 동승자가 있다면 동승자가 먼저 센스를 발휘해 보자. 운전자의 나른함을 눈치 챈다면 어깨를 살짝 두드려 주거나 재미있는 대화를 시도해 보는 것을 어떨까.

예년보다 빠르게 기온이 상승하는 만큼 춘곤증이 몰려오는 시기도 앞당겨 졌다. 겨우내 움츠렸던 우리 몸이 따뜻해진 날씨에 적응하기 위한 생리적 피로감인 이 춘곤증이 운전 중에만은 제발 나타나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