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보령노인복지관에서 제7회 은빛 축제를 했다. 그날은 절기상으로 대설이었다. 길을 나서는데 눈이 펑펑 쏟아져서 어르신들이 많이 오실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것은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

아침에는 ‘해피데이’라는 어르신 연극동아리의 ‘신 맹진사댁 경사났네’ 공연이 있었다. 강당에는 의자가 모자랄 정도로 어르신들이 가득 앉아 계셨다.
점심을 먹고는 어르신들이 그동안 갈고 닦으신 종합발표회가 있었다.

우리 문예창작반은 다섯 분이 시낭송을 했다. 시낭송 중 세 분은 자작시를 낭송하시고, 두 분은 유명 시인의 작품을 낭송했다. 그리고 그동안 수업한 것을 모아서 오침안정법으로 책을 묶어 전시했다. 그리고 어르신들이 지으신 시를 가지고 시화를 만들어 전시했다.

자작시에 대해서 다른 어르신들이 ‘공감한다’ 는 말씀을 하셨다. 그래서 복사를 해 드리기도 했다. 그래서 ‘시는 어려운 것이 아니라, 이렇게 공감하시면 되는 거예요.’했다. 강산을 일곱 번을 넘고 몇 년을 더 넘기기도 한 세월을 보내신 분들이 그저 내게 고맙다 하신다.

세 달의 여름방학 동안에 A4 종이에 일기 모양을 만들어 110여장을 드렸는데 한 장도 빼놓지 않고 일기를 다 써가지고 오신 것이다. 물론 다 채우지 못한 분도 있다. 하지만 그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일기를 쓰시면서 행복을 느끼고 계시다는 것이 나로서는 감사했다. 지금도 꾸준히 쓰고 계시다.

<오른발, 왼발> 이 짧은 동화는 미국의 작가 토미 드 파올라의 작품이다. 이 작품은 읽을수록 많은 감동을 주고 있다. 아이들도 이 동화를 좋아한다.

[주인공 보비는 할아버지에게 걸음마를 배웠다. 그리고 보비는 할아버지에게 어떻게 걸음마를 배웠는지 물어보았다. 그러자 뒤에서 보비의 손을 붙잡고 ‘오른발, 왼발. 따라해 보거라.’라고 말씀하신다.

보비의 다섯 번째 생일을 즐겁게 보내고 며칠 뒤 할아버지가 병원에 입원을 하셨다. 보비가 할아버지가 보고 싶으셨지만, 병원에 갈수가 없었다. 그러다 할아버지가 퇴원을 하셨는데 걸음도 못 걸으시고, 말씀도 하지 못하신다. 보비는 처음에는 무서웠지만 할아버지와 즐거웠던 놀이를 하며 지낸다. 할아버지는 차츰 회복이 되신다.

정원으로 나와 할아버지께서 옛날이야기를 마치자 할아버지가 물으신다. ‘나에게 어떻게 걷는 법을 가르쳤니.’ 그러자 보비의 대답은 ‘할아버지가 내 어깨를 이렇게 짚고요, 오른발, 왼발. 따라해 보세요.’라고 대답한다.]

할아버지는 보비에게 보이의 뒤에서 손을 잡고 걸음마를 가르쳤다. 걷지도 못하시는 할아버지가 걸음마를 배울 때는 아이의 어깨에 손을 얹고 걸음을 배웠다.

토미 드 파올라의 투박한 듯한 그림이지만 잔잔하게 할아버지와 보비의 사랑의 관계를 잔잔하게 이어주었다.

복지관에 어르신들처럼 활발하게 활동하시는 분도 많지만, 전혀 그 즐거운 일을 누리지 못하는 분도 많다.

100세 시대를 외치고 있다. 행복한 노후가 기다리지 않는다는 것은 어찌보면 그다지 행복한 미래는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아이에게 세상으로 나아가는 걸음을 가르쳤다면 아이는 이제 그 든든한 어깨를 내밀어야 하는 시대도 오고 있다.

세대와 세대를 이어주는 공감 다리는 무엇일까. 머리 속이 복잡해지는 것은 사실이다. 첫째가 질병이라는 재앙이 닥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행복이다. 그리고 노년을 즐겁게 보낼 미래의 투자가 있다면 두렵지 않을 것이다.

어렵고 그 모진 세월을 다 살아오신 어르신들이 이제는 다른 세월의 어깨에 손을 얹고 행복하시기만을 바라는 마음이다.

임종복 기자 imjbpr@naver.com 임종복 기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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