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을 못하는 사람이기에 버스를 아주 많이 타는 사람이다. 그래서 자주 받는 질문이 “이동이 많은데 힘들고 불편하지 않느냐. 더구나 한여름과 한 겨울에는 덥고 추워서 어떻게 다니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딱하다는 듯이 나를 바라보는 눈길도 많다.

그런데 속도를 즐기지 못하고, 자전거도 타지 못하는 타고난 성격이 그러한 것을 어찌하겠는가. 하여 수능을 막 치룬 아들은 운전면허증 취득을 시키고 있는 중이다.

그러면 나는 “버스를 타고 다니면 내 머리 속에서 이런저런 상상도 하고, 계절의 변화를 늘 느끼고, 좋은 점이 많다.”라고 답을 한다.

버스를 타면 편하기는 하다. 물론 짐이 있을 때는 힘들고 자리를 차지하지 못했을 때는 불편하다. 자리에 못 앉는 경우는 장날과 어르신들이 병원에 많이 가시는 시간만 그럴 뿐이다. 하지만 그런 날은 차 안에서 들리는 이야기들이 재미있고 웃음 번지는 일들이 많다. 때로는 안타깝고 속상한 이야기를 듣기도 한다.

어느 날 아침인가 장거리 이동 중인데 고3또래보다 나이가 한 두 살 더 많은 학생이 어느 학생을 부르는 것이다.

그러자 그 학생은 “네,”하고는 옆자리에 약간 떨어져 앉는 것이다. 그러더니 “너 대학 갈거니?” “아니요, 안 가고요. 어느 00에 필기시험이 돼서 면접 보러 갈 건데요.” “그러냐? 아, 나는 앞으로 뭐 먹고 사냐. 자격증도 하나도 없는데. 너 자격증 몇 개냐?” 잠시 대답이 없던 아이가 “두 개요.” 한다.

모든 대답이 다 끝나자 질문을 하던 학생은 햇살에 의지하며 창가에 기대 잠이 들고 말았다. 잠든 그 얼굴을 잠시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앞으로 살 걱정에 고민이 무척 깊었는가 보다.

같이 버스에서 내리면서 쓸쓸했다. 깊어진 가을, 이제 곧 겨울이 닥치는데 그의 마음은 얼마나 추울까? 그러다가 문득 내 인생의 깊은 가을의 골짜기는 언제일까? 나는 내 인생을 결산해야 할 날에 춥지 않을 준비를 했는가 하는 생각에 머무르자 묘한 아픔으로 다가와 우울했다.

버스를 이용하다 보면 참 여유로운 기사님을 만나기도 한다. 그러면 시골길을 다 빠져나갈 때까지 기사님이 어르신들에게 말을 걸면서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어르신들이 짐이 무거워 어려워하시면 자리에서 일어나서 얼른 짐을 내려 드리기도 한다. 때로 손을 잡고 내려드리는 분도 있다.

손님이 실수를 하면 너그러이 웃으며 주의사항을 농담처럼 말을 해 어르신들이 기사님에 대한 칭찬이 쏟아지기도 한다.

때로는 짜증이 날 정도로 불친절한 기사님을 만나기도 한다. 그러면 속으로 ‘얼마나 힘들면 저럴까, 나는 혼자이지만 기사님은 참으로 많은 사람을 대하니 힘들겠지.’ 하면서 달래보지만 횡포 같다는 생각도 든다. 나도 민망할 정도로 기사님께 타박을 당했을 때는 운전을 배우고 싶은 생각도 많이 든다.

내가 ‘왜 이런 타박을 받아야하나’ 하는 생각에 왈칵 내리고 싶고, 소리도 치고 싶지만 약속된 시간이 있어 조용히 가는 수밖에 없다. 버스에 내릴 때까지 두고두고 짜증이 나지만 참는다.

손님이 기사님이나 버스 안의 사람들에게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경우도 많다. 그런 경우는 피차간에 말이 없어지고 만다.

노부부가 서로 의지해 버스에 오르기도 한다. 그러면 자리에 다 앉을 때까지 기사님들이 기다려 준다. 그러면 어르신들은 연신 고맙다는 말을 아끼지 않는다.

작은 공간인 버스 안에서 벌어지는 일이 우리네 인생사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계절의 넉넉함을 오늘도 마음껏 누리며 버스를 탔다.

임종복 기자 imjbpr@naver.com 임종복 기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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