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 당신의 쉴 곳이 없네. 내속엔 헛된 바램들로 당신의 편한 곳 없네. 내 속엔 내가 어쩔 수 없는 어둠 당신의 쉴 자리를 뺏고 내 속엔 내가 이길 수 없는 슬픔 무성한 가시나무숲 같네.

바람만 불면 그 메마른 가지 서로 부대끼며 울어대고 쉴 곳을 찾아 지쳐 날아온 어린 새들도 가시에 찔려 날아가고 바람만 불면 외롭고 또 괴로워 슬픈 노래를 부르던 날이 많았는데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서 당신의 쉴 곳 없네.

바람만 불면 그 메마른 가지 서로 부대끼며 울어대고 쉴 곳을 찾아 지쳐 날아온 어린 새들도 가시에 찔려 날아가고 바람만 불면 외롭고 또 괴로워 슬픈 노래를 부르던 날이 많았는데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서 당신의 쉴 곳 없네. 가시나무 - 하덕규 작사, 조성모 노래】

유행가 가사에 불과하다 할지 모르지만 그렇게 생각하기에는 내 마음을 하나의 여과 없이 표현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의 마음은 때때로 상대방을 아프게 찌르는 가시가 되고 있다. 마음의 여유로움과 유머가 없는 사람은 이렇게 가시가 되고 만다. 때로는 자신의 잣대와 자존심이 너무 강해서 상대방을 용납하지 못해 찌르는 가시도 있다.

성경의 사사기에 이런 우화가 있다. 아비멜렉이 70여명의 형제를 끔찍하게 살육한다. 그때 유일하게 살아남은 요담이 세겜 사람들의 행위가 악하고 어리석었음을 탓하며 든 우화이다.

『나무들이 감람나무를 찾아가 말했습니다. 우리들의 왕이 되어달라고. 하지만 감람나무는 ‘나의 기름으로 사람을 기쁘게 하는데 그 일을 버리고 어찌 우쭐대겠느냐’ 답을 합니다. 그러자 다음은 무화과나무를 찾아갑니다.

역시나 ‘단것과 나의 아름다운 열매가 있는데 그 일을 하지 않고 어찌 우쭐 대겠느냐’ 합니다. 다음은 포도나무를 찾아갑니다. 포도나무 역시 ‘하나님과 사람을 기쁘게 하는데 어찌 이 일을 버리고 우쭐 대겠느냐’ 합니다. 마지막으로 가시나무를 찾아가자 ‘내 그늘에 피하라. 그러면 내가 백향목 나무를 불사르리라’ 하고 말합니다.』

아비멜렉의 행위는 하나님을 향한 쿠데타였다. 왕권을 향한 야욕에 때문에 무력으로 왕권을 탈취하였다. 또한 그의 외가인 세겜 사람들 역시 동일한 야망을 품었다. ‘기왕이면 우리의 혈육이 왕이 되는 게 좋지!’ 하며 물론 하나님의 허락이 없이 자기들의 욕심으로 행한 범죄였다.

사랑과 권력은 핏줄이라도 나눌 수 없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사람의 가장 기본적인 욕망이다. 그리고 권좌를 향한 사람들의 도전은 고대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이기심으로 범벅이 되고 있다.

욕심 또한 치유 될 수 없는 상처로 남기기도 한다. 특히나 누군가를 이용해 먹으려는 사람의 마음은 너무나도 아프게 만든다.

얼마 전 마친 ‘각시탈’ 드라마에서 고문 도구 중에서 한 사람 간신히 들어갈 수 있는 상자에 사방으로 굵은 못이 박혀 있었다. 보는 순간 아찔했다. 과연 내가 저런 상황이라면 조국이든 사람이든 배신하지 않고 견딜 수 있을까를 생각했다. 속으로 저절로 고개가 흔들어졌다.

견디어낸 수많은 사람들을 생각하니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그들의 죽음과 절개가 있어서 지금의 내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일제강점기가 아닌 것에 휴 하는 숨을 내쉬었다. 그러면서 내 원초적인 본능에 충실한 내게 실망하기도 했다. 한 순간이라도 ‘견디어야지’하는 생각은 하지 않았으니 말이다.

나라를 잃거나 핍박의 시대가 아니어도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는 서로가 이런 상자 고문도구가 되고 있다. 내게로 찾아 온 사람을 당연하다는 듯이 내 마음의 가시가 찔러버리고 만다.

가시가 되고 싶지 않다. 그리고 가시나무와 가까이 있고 싶지도 않다. 어느 상황이든 쉴 곳이 되는 그런 곳에 있고 싶을 뿐이다. 편안하기에 좋아하는 사람들과 그렇게 눈을 마주보며 삶의 이야기를 하고 싶다.
포근한 오후를 꿈꾸는 것이 내 얄팍한 욕심일까.

임종복 기자 imjbpr@naver.com 임종복 기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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