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독서교실을 하면서 일본 작가의 ‘살아 있어’라는 짧은 그림 동화로 아이들과 수업을 했다. 전 학년에 걸쳐 이 책을 읽어 주었다.

이 동화의 내용은 숨 쉬는 것, 소리 내는 것, 헤엄치는 것, 뛰어오르는 것, 나는 것, 달리는 것, 움직이는 것, 자라는 것, 꽃이 피는 것, 열매가 열리는 것, 시드는 것, 눈물이 나는 것, 먹는 것, 웃는 것, 아픈 것 이라고 말하고 있다. 일상적으로 살아가면서 알고 있는 내용들이다. 그런데 한 번도 이렇게 정리해본 기억이 나로서는 없다.

그리고 ‘산다는 것은’ 하고 물음을 주고 글을 쓰게 했다. 고학년으로 갈수록 지극히 현실적인 대답을 했다. 저학년은 책의 범위를 거의 벗어나지를 않았다. 책의 범위를 벗어나지 않았다는 것은 이 동화의 내용에 대해 동의를 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1학년 2학년 아이들 중에서 다음과 글을 썼다. 무척 어른스러워 ‘이 녀석들이’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러면서 나는 되묻지 않았다.
‘
할 일이 많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쬐끄만 녀석이, 지가 뭔 할 일이 그렇게 많다’고. 문득 생각하니 ‘맞다’ 하고 맞장구를 쳤다.
‘
살아있다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내가 죽으면 몇 명 몇 십 명이 슬프게 울 수 있다. 하지만 내가 살아 있다면 다른 사람들과 만나기도 하고 가족, 친구 등과 추억을 차곡차곡 쌓아가기 때문이다.’

그만 혀를 내두르고 말았다. 물론 아이의 글에 대해서 호들갑스러운 칭찬을 하지 않는다. 호들갑스러운 칭찬이 글쓰기에 더 이상의 발전이 없는 경우를 여러 번 보았기 때문이다.

‘산다는 것은 힘든 것이다.’ 그리고 밑에 그림과 함께 달아놓은 내용은 학교, 집, 학원을 표현했다.

다음의 글도 나를 거의 초토화 시킨 내용이었다.

‘산다는 것은 눈물이 나올 정도로 기쁜 것. 산다는 것은 마구마구 살고 자기 뜻대로 살면 안 되는 것. 산다는 것은 낭비하며 살면 안 되는 것.’

휴대폰에 이 아이들의 글을 찍어 저장하면서 ‘아이고야 어쩌자고.’ 하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 이미 누구의 글인지는 모른다.

이제 겨우 여덟 살, 아홉 살들이 무슨 인생의 쓴맛 단맛을 다 안다고 이런 소리를 하는가 싶다. 번뜩이는 아이들의 생각에 저절로 미소가 번지기도 한다. 그러면서 무지개 시가 왜 이리 마음에 맴도는지 모르겠다.

무지개 - W. 워어즈워어드
하늘의 무지개를 바라보면 / 내 마음 뛰노나니 / 나 어려서 그러하였고 / 어른 된 지금도 그러하거늘 / 나 늙어서도 그러할지어다 / 아니면 이제라 도 나의 목숨 거둬 가소서 //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 / 원하노니 내 생 애의 하루가 / 천생의 경건한 마음으로 이어질런지……

때가 이미 많이 묻은 나는 ‘교육에 찌들었는가.’ ‘바르게 살아야 한다.’고 강요했는가 하는 생각도 했다. 하긴 아이 같은 어른이 많은 세월 속에 이 아이들이 삶의 아버지가 되고 있다.

오늘 따라 아이 같은 어른 때문에 씁쓸하다. 그래서일까? 이 아이들의 대답이 더 어른스러워진다. 그러면서 자꾸만 가지고 싶은 욕심 덩어리가 있다. 끈덕지게 따라붙는 마음의 울화를 ‘무지개’ 시로 달래보려 한다.

임종복 기자 imjbpr@naver.com 임종복 기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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