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상이몽의 뜻은 한 자리에서 같이 자면서도 서로 다른 꿈을 꾼다는 뜻으로, 겉으로는 같이 행동하면서 속으로는 각기 딴생각을 하는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그렇지만 때로 이것이 사람으로 하여금 즐거운 착각에 빠지도록 만들기도 한다.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않는다.’는 우리의 속담과도 어울린다.

일본의 작가 키무라 유이치의 ‘폭풍우 치는 밤에’라는 동화가 있다.
스크래치 기법으로 그린 그림은 사뭇 긴장감을 더해 주고 있다. 생각하고 천둥번개 치는 장면만 환하고 나머지는 깜깜하다. 무언가 일인가 벌어질 것 같아 조마조마하다.

이 기법으로 표현한 것이 딱 맞다는 감탄을 자아내게 만들었다.
어느 비바람이 거센 밤, 염소는 비바람을 피해 간신히 오두막으로 찾아 든다. 폭풍우가 그치기를 가만히 기다리는데 오두막 문이 열리며 누군가가 들어온다.

염소는 단단한 발자국 소리에 염소라 생각하고 말을 건넨다. 하지만 발목을 삔 늑대였다. 염소가 먼저 말을 건넨다. 그리고 서로가 이 오두막에 혼자 있었다면 무서웠을거라며 안심한다.

염소는 늑대가 발목을 내밀자 놀라지만 상대의 무릎일 거라 생각을 한다. 그리고 서로 코감기가 걸려서 늑대는 염소의 냄새를 염소는 늑대의 냄새를 맡지 못한다. 그래서 아는 것이라고는 서로의 목소리뿐이다.

염소와 늑대는 많은 이야기를 하면서 의심을 하기도 한다. 서로에 대해 알 수 있는 아슬아슬한 대화들이 많이 오고 간다. 언제 염소가 잡아먹힐지 모르는 상황이다. 그들은 서로 닮았을지 모른다는 생각도 한다.

순간 번개 치면서 오두막 안이 환한 상황이 되었지만 서로 얼굴을 보지 못한다. 그리고 다시 천둥치자 무서워서 서로에게 가까이 가기도 한다. 그렇지만 아직도 서로를 모른다.

폭풍우 그치고 으스름한 어둠을 헤치고 서로 반대편으로 헤어진다. 그냥 이렇게 마쳤다면 동화가 재미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염소와 늑대는 헤어지면서 다음 날 ‘폭풍우 치는 밤에’라는 암호를 정해 오두막 집 앞에서 만나기로 하고 헤어지는 장면이다. 작가는 결과를 주지 않았다.

읽어가는 내내 염소가 죽을거라는 생각을 하며 읽었다. 그런데 작가는 결코 그렇게 하지 않았다. 너무도 긴 여운을 남겨 놓은 것이다. 어쩌면 염소에게 살아날 수 있는(?) 기회를 한 번 더 준 것이다.

염소가 죽을거라는 추측을 한 내가 한심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작품을 대하거나 사람을 대할 때 지독한 선입견을 가지고 있다는 내 사고방식 때문이었다.

왜 이런 상황에서는 꼭 약자가 죽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라는 것에 이르자 작가의 기막힌 반전에 감탄을 했다.

살아가면서 우리에게는 많은 기회와 위기들이 찾아온다. 그것을 내 것으로 바꾸는 현명하지 못한 선택들이 있다.

때로 내가 염소가 되기도 하고, 늑대가 되기도 한다. 본능에 충실한 염소와 늑대의 모습이 동화 속만의 이야기는 아니기 때문이다.

아직 우리 아이들과 오고갈 기막힌 이야기 시간은 가지지 못했다. 여름방학 동안 이 이야기들을 할 것이다. 지금부터 설레고 기대가 되는 이유는 뭘까?

때로 번득이는 아이들의 대답에 감탄이 쏟아지기 때문이다.
그것은 인생의 쓴맛 단맛도, 위기도 아직은 다 모르는 그리고 알기에는 아직도 많은 세월이 기다리고 있는 순수한 아이들의 기막힌 대답을 기대하니 절로 미소가 번진다.

임종복 기자 imjbpr@naver.com 임종복 기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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