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고의 시름을 씻어나 보고자 / 한자리에서 연거푸 술을 마신다.
이 좋은 밤 얘기는 길어만 가고 / 달이 밝아 잠을 이루기 어렵구나.
취하여 고요한 산에 누우니 / 천지가 곧 이불이고 베개로다.
우인회숙 (友人會宿) - 이백(이태백)

중국 당나라 시대, 술과 달의 시인 이백은 우리에게 이태백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유명한 시인이다. 그는 62세 때 채석강에서 뱃놀이하며 수면에 비친 달을 손으로 건지려다 물에 빠져 죽은 시인이다. 현실적으로 생각하면 술에 취해 블랙아웃이 돼서 죽은 사람으로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대학생 시절, 술을 하지 못하는 나는 주사가 있는 사람이라면 그 사람이 보는 앞에서 잔을 들고 자리를 옮겼다. 그래서 살짝 미움을 받기도 했다. 그 후로도 술은 마시지 않지만 지금까지 수없이 많은 술자리에 있었다.

전혀 술을 하지 못하는 사람이 술자리에서 같이 있게 된 이유는 이런저런 일들과 이야기들이 재미있었기 때문이다.

오랜 시간 보내면서 나 스스로 위의 제목처럼 술을 마시는 사람에 대해서 분류를(?)하게 되었다. 이백은 더 이상 말할 필요 없이 대단한 인물임은 분명하다. 만약 그가 그냥 술에 취해 빠져 죽었다면 역사에 남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수많은 시를 남긴 위대한 시인이기에 그의 술 취한 행동조차도 역사에 남았다. 그래서 그는 酒仙(주선)이다.

현실에 살면서 주선은 솔직히 아직 보지 못했다. 다만 굉장한 주량의 사람은 보고 들었다. 엄청난 술을 마신 다음 날 여전히 자신의 일을 최선을 다하는 사람을 보았다. 그래서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다.

酒黨(주당)은 그저 술을 즐기는 사람이다. 무언가를 남기기보다는 좋은 사람과 만나서 좋은 이야기로 좋은 분위기를 즐기는 것이다. 이런 술자리는 많이 겪었다. 그러면 ‘술 한 잔 하지 못하면서 이 자리가 힘들겠다’ 는 말을 자주 듣는다. 그러면 ‘밤 새워서 술자리에 있을 만큼 내공이 충분히 쌓여 있다’라고 말을 한다. 주당의 무리에 때로 나처럼 이야기를 듣고 맞장구 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지 않을까. 한 마디 더 보태면 ‘취하지 않았으니 술값 계산은 정확하다’라 말한다.

다음은 酒邪(주사)당이다. 주사라는 말은 있어도 주사당이라는 말은 없다. 이 당은 어디에서고 결코 만나고 싶지 않다. 그리고 이 파는 블랙아웃이 있는 사람이다. 정말 보기 싫다. 어쩌면 술에 대한 예의가 없는 사람들이다.

이백의 ‘우인회숙’의 시를 읽으면서 왠지 모를 쓸쓸함과 화기애애한 자리임이 눈앞에 그려졌다. 시름을 잊고자 달빛 아래 앉아서 좋은 얘기 나누며 취하고 산에 누우니 천지를 이불과 베개로 삼았다.

시인의 큰마음이 보인다. 냉정한 눈으로 보면 하잘 것 없는 모습이지만, 그 광경을 이렇게 멋진 시로 지어서 남겼다.

짓궂은 나는 지인에게 이 시를 메일로 보내면서 ‘이렇게 취하여 사랑하는 여인을 품에 안음은 어떤 마음일까요’ 했다. 물론 아직 답은 없다. 이백에게 여인은 술이었고 달이었기 때문이다. 천지가 그의 사랑하는 여인이었다.

나처럼 술을 전혀 하지 않는 허당일지라도 그 자리에 있으면 즐겁기 때문이다. 주선에 버금가는 또는 즐거운 주당이라면 멋진 사람들이지 않겠나. 앞으로라도 많이 만나고 싶다.

임종복 기자 imjbpr@naver.com 임종복 기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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