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소설과 영화

임종복 기자입력 : 2011. 10. 10(월) 18:10

가가

아동문학가 김진경

'도가니'의 사전적 의미는 '쇠' 유리 들을 녹이는 데 쓰는 그릇. 여러 사람의 마음이 몹시 끓어오르는 상태(열광의 도가니)를 말하고 있다.

첫 번째 의미는 제대로 된 연장을 만드는데 꼭 필요한 요소이다. 두 번째 의미는 우리가 늘 사용하는 의미이다.

작년 6월 보령도서관 도서관친구들 모임에서 공지영의 도가니를 읽었다. 그때 읽을 때만 해도 이렇게까지 도가니가 열광의 도가니가 될 줄 몰랐다. 다만 우리 회원들은 책 속의 인물들에 대해서 화내고 무서워했던 기억이 새롭다. 어쩌면 이럴 수 있느냐며 한탄하기도 했다.

소설과 영화의 공통점이 있다면 그것은 허구를 의미하는 픽션이다. 가끔은 영화나 소설을 보게 되면 똑같은 상황이 아니어도 저런 비슷한 일은 우리 주변에 널려있다는 생각을 했다.

소설의 모티브가 된 신문의 한 귀퉁이 기사를 보고 쓴 작가의 풍부한 상상력은 우리로 하여금 충분히 분노하게 만들어주었다. 사람의 감정 표현은 작가의 능력이니까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도가니가 도가니가 되면서 우리 회원들이 한 말은 ‘영상이 사람에게 더 빨리 다가가는가 보다. 하긴 글을 읽으려면 오랜 시간이 걸리니까.했다.

소설과 영화의 차이점은 소설은 글을 읽어가면서 구체적인 상상을 할 수 있다. 영상은 빠르게 지나가는 화면을 보며 소설만큼 상상하기는 솔직히 쉬운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소설과 영화는 두고 생각해야만 말하고자 하는 의미를 뒤늦게 깨닫게 되는 경우도 있다. 이것 또한 공통점이라 생각한다.

주부들이라면 한 번쯤은 냄비를 태웠을 것이다. 끓을 물이 없을 때 냄비를 태우는 것이다. 냄비를 태우기 전 얼른 불을 끄면 그나마 음식은 버려도 냄비는 건지는(?) 경우가 있다. 비록 태우더라도 냄비를 버리는 일이 없기를 바라는 것이다.

도가니가 살그머니 가라앉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서 한정된 냄비였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그런데 어쩌랴 때때로 사회적인 이슈로 들끓었다가 살그머니 사라지는 것이 도가니인 것을. 인권이니 이웃이니 하면서. 구체적인 해결책도 알지 못한 채 잊혀짐이 우리의 정서인가 보다.

이 도가니는 잊혀지지 않기를 바라지만 그 ‘잊혀짐’이 다음 순서라면 받아들여야 하는 것일까? 그러면 남겨진 아픔은 어찌해야 하는 것일까?

그런데 자꾸 미안하다는 생각이 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많은 도가니들이 우리의 기억 속에 왔다가 사라졌다. 그래서 아예 기억하지 못하는 도가니들이 많다.

남을 위해 희생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이 아니기에 더 미안한가 보다. 그래서 자신의 소신 있는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 오늘은 무척 부러운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