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지랄총량의 종결

아동문학가 김진경

임종복 기자입력 : 2011. 08. 09(화) 09:39

가가

요즘 내 귀에 익숙한 단어인 ‘종결’이라는 단어를 찾아보았다. ‘일을 끝막음, 또는 끝을 냄’이라는 뜻이었다.
두 주간 동안 아이들과 독서교실을 했다.

프랑스에서 어린이들에게 인권을 가르치기 위해 기획된 ‘싫어요’ 주제로 4권의 작은 책을 가지고 장소를 달리해서 두 주간을 생각해 보았다. 그 중 도미니끄 드 쌩 마르의 ‘폭력은 싫어요’를 가지고 아이들에게 물어보았다.

‘평화롭게 사는 것을 방해하는 것은 또 무엇이 있을까’라고 물어보았다. 그러자 남자 아이가 말하기를 부부싸움이라고 말했다. 생각도 못한 대답이었다. 당연히 난 마음속으로 공감하면서 ‘왜?’라는 질문을 던졌다.

아이들의 대답은 두 가지로 공통이었다. 무섭고 불안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다시 ‘왜?’라는 질문을 했다. ‘이혼할까 봐’ 라는 대답이었다.
“음, 얘들아. 부부가 싸운다는 것은 아직은 건강하다는 증거야. 너희들에게 피해가 없는 한, 엄마 아빠가 말다툼을 하면 우리 엄마 아빠가 아직 서로를 사랑하는구나 하고 생각해. 알았지? 혹여 이후로 싸우시면 아직도 서로 사랑 하세요 하고 물어 봐 알았지?”

궁색한 나의 말에 끄덕이는 아이도 있었다. 물론 도무지 이해가 안된다는 표정과 더불어서 고개를 숙이는 아이도 있었다. 그러다 한 아이가 ‘그렇게 다투다가 (주먹으로 치는 것을 손짓으로 보였다)’을 내게 보였다. 그 말에 아무런 답을 할 수가 없었다. 아이는 나름 해결했으리라 믿고 싶다. 가정에서도 이러한데 사회적으로 벌어지는 싸움에서 소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무섭고 불안하다.

그리고 이 책들의 내용은 ‘성폭력 싫어요’ ‘폭력 싫어요’ ‘차별 싫어요’ ‘학대 싫어요’이다. 그리고 어려운 일이 있으면 어른들에게 말하라 가르치는 책의 내용이지만 난 내심 못 믿는 마음이 가득했다. 하지만 아이들은 그래야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난 왜 믿지 못하는 것일까.

아주 극소수의 일이 다수가 된 세상이 되었기 때문이다. 우리의 따뜻한 이웃이 훨씬 더 많다. 그런데 그 따뜻한 이웃의 이야기보다 사람을 힘들게 하는 이야기가 훨씬 더 빨리, 멀리, 진실처럼 퍼지는지 모르겠다.

위의 모든 일에 ‘안 돼요’라고 당당하게 말하라 가르치지만 이렇게 말한다고 들어주는 어른이 몇이나 될까 생각하니 답답하기는 했다. 소시민들을 불안하게 만드는 일들이 얼마나 많이 있는가 말이다.

사회적으로 국가적으로 세계적으로 이 땅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부부는 누구인가. 이혼할까 봐 라는 불안한 마음을 나도 가지고 싶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