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문학보령예지회 이정자

"어머 안녕하세요"
"어이구, 여긴 웬일이세요?"

지인을 이곳 박물관에서 상면을 하여서인지 반가움이 더했다.
한국을 방문한 일본인 내외를 모시고 보령 곳곳을 다니고 있던 차에 마침 박물관을 찾은 것이었다.
언제나 그렇듯 일본인의 모습은 참 밝았다.
지난 봄에 있었던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위로의 인사를 건네려다가 그만 두었다. 원체 밝은 얼굴이었다.

지인의 자제가 동행을 하며 통역을 하고 있는 모습이 여간 이쁘질 않다.
이 곳 저 곳을 다니며 호기심이 가득할 때마다 풀어주곤 하였는데, 2층에 있는 광부들의 가족생활상을 보여주는 코너에서 멈추게 되었다.
방 귀퉁이에 사기요강을 놓은 모습이 있어서였는데 꽤 관심을 보였다.
"고레와 토이레데스"
"하이? 하이?"
시원스레 대답을 하면서도 의아해 하는 빛이 역력하였는데, 당신의 나라엔 더 크다며 가슴 넓이만큼 손을 벌리기까지 하니 그 모습에 오히려 우리가 갸웃거렸다.
아무래도 이상하다 싶어 다시 물어보니 "아 - 하...."하며 놀라는 것이었다. 화로로 알아들었던 것이다.
"우리의 화로도 그만큼은 하지요" 하며
서로들 웃었는데 소통의 중요함을 본 순간이었다.
그러면서도 그들이 보기엔 아무리 보아도 무늬까지 있는 반짝이는 사기요강이 다른 용품으로 보였던지 계속 반신반의하였다.
조상님의 지혜에 한 번 놀라고, 용도에서 또 한 번 놀라워하는 거였다.
아무래도 그들이 쓰던 시빙(尿甁)의 모습과는 많은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러한 외국인이 이 분들 뿐이랴마는 자신도 식품이긴 하지만 우리 조상님의 지혜에 무척이나 놀라운 때가 있었으니 어릴 땐 예사로 보아 왔던 고추장에서였다.
시어머니가 팔을 걷어 부치며 고추장, 된장을 만드는 과정을 처음으로 함께 하면서어떻게 발효라는 긴 과정을 거쳐서 유쾌하지만은 않은 그 냄새가 결국은 유산균을 탄생시키는지, 또 선조들은 이를 어떻게 유용하게 쓰게까지 되었는지 머리가 띵하도록 감탄했었다.
어머니 역시도 경험해 온 경륜을 차치하고라도 이 미묘한 맛을 내기 위해서 어떻게 척척 계량 아닌 계량을 하면서 해내시는지 유구무언이기만 했었던 기억이 새롭다.
하물며 도예품같은 이 물품의 용도를 들어 본 외국인이야 더 말할 나위가 있을까.

한나라 때 한 고조 유방이 회의를 하던 중에 급하긴 하고 시간도 절약할 겸 한 문관에게 관모(官帽)를 벗게 하여 볼일을 보게 된 것이 연유(?)라지만, 이 이쁘기도 한 예술품을 야호(夜壺)정도로 쓰다니 아무래도 믿어지질 않는 모양이다.

지혜롭게도 가마꾼의 눈길을 피하기 위해 시집가는 가마에도 챙겼던 야호.
계제에 한지로 만들고 나무로도 만들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어느 것에도 자연을 의지 삼지 않은 것이 없구나, 이것이 바로 인간의 본모습이구나 하는 것을 새삼 느끼게도 되었다.

드디어 밖으로 나오게 되니 꼭대기에 있는 해가 쨍쨍 내리쬐고 있었다.
"우리로부터 받은 인상이 이만큼이나 할 겁니다~" 하면서...
그 사이를 비집고 "아리가또우~" 소리가 들려온다.

돌아와서는 달구어진 몸에 옥수수 수염차 한 잔을 가득히 따라 들이키니
캬~~
우리 조상님의 지혜를 맛으로 표현하라고 하면 바로 이 맛이다.


- 야호(夜壺) : 요강의 다른 말

임종복 기자 imjbpr@naver.com 임종복 기자 입니다.

• CTN 신문사 블로그
• CTN 네이버 블로그
• CTN 방송
• CTN 페이스북
• CTN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