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CTN]고현준 기자= 가을이 깊어지면 사람들의 발길은 어김없이 설악산이나 오색약수, 남이섬으로 향한다.
하지만 강원도의 진짜 가을은 조금 더 조용하고, 조금 더 느리게 다가온다.
관광지보다 사람 냄새가 나는 마을과, 자연과 문화가 함께 숨 쉬는 길 위에서 강원도의 새로운 매력을 만날 수 있다.

■ 화천 파로호, 물 위를 걷는 가을길
강원도 화천군의 파로호 산소길은 ‘물 위를 걷는 길’로 불린다.
호수 위에 떠 있는 '폰툰다리(Pontoon Bridge)'를 걸을 때면 발 아래로 잔잔한 물결이 반짝이고, 주변의 단풍이 호수를 감싸 안는다.
이곳은 인공적인 시설보다 자연 그대로의 형태를 유지하고 있어 도심의 복잡함을 잊고 오롯이 자연의 리듬에 몸을 맡길 수 있다.
또한 주변에는 파로호전망대, 화천생활문화센터, 평화의 댐 전망길 등이 있어 ‘호수 위 트레킹 + 문화체험 + 로컬식사’로 이어지는 복합 여행코스로 추천할 만하다.

■ 양양 미천골 자연휴양림, 숲속의 가을이 머무는 곳
양양의 미천골 자연휴양림은 조용히 가을을 맞이하고 싶은 여행자에게 제격이다.
깊은 숲속을 따라 흐르는 맑은 계곡과 붉게 물든 단풍나무들이 어우러져 ‘숲속 영화 세트장’ 같은 분위기를 연출한다.
이곳에서는 단순한 산책을 넘어 ‘가을 숲속 명상’, ‘별빛 음악회’, ‘숲속 차 한 잔’ 같은 감성 프로그램이 함께 운영된다면 단풍 구경 이상의 감동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밤이 되면 숙박동 주변에서 쏟아지는 별빛이 숲과 어우러져 도시에서는 느낄 수 없는 고요한 위로를 선사한다.

■ 삼척 나릿골 감성마을, 바다와 핑크빛 식물의 조화
삼척의 나릿골 감성마을은 최근 여행자들 사이에서 ‘가을 감성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이 마을의 중심에는 댑싸리 공원이 있다.
가을이면 바람에 흔들리는 분홍빛 댑싸리 군락이 바다와 맞닿아 마치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경을 만들어 낸다.
이곳에서는 마을 주민들이 직접 운영하는 작은 카페와 수공예 체험도 함께 즐길 수 있어 ‘사진 찍는 명소’를 넘어 지역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밤에는 댑싸리 공원 일대가 조명으로 밝혀지며, 조용한 야간 산책 코스로 변신한다.

■ 숲과 예술이 만나는 가을, 스토리 있는 여행의 시작
강원도의 가을여행은 이제 ‘단풍 보러 가는 여행’에서 벗어나 ‘이야기를 담은 감성 여행’으로 변화하고 있다.
소리 따라 걷는 오디오 트레킹: 지역의 설화, 숲속 새소리, 계곡물 소리를 담은 오디오 앱으로 걷는 동안 자연의 소리를 그대로 체험할 수 있다.
가을 숲속 북콘서트·차(茶) 클래스: 미천골이나 평창 숲길 등에서 문학, 음악, 차 문화를 결합한 프로그램으로 운영 가능.
호수 자전거 투어: 파로호 일대에서 단풍철에 맞춘 한정 코스 운영으로 ‘느린 호수 여행’의 상징으로 만들 수 있다.

■ 지역이 살아나는 여행, 강원도의 가을이 특별한 이유
강원도의 숨은 가을 여행지는 아직 붐비지 않는다.
그 덕분에 자연의 리듬이 온전히 살아 있고, 지역의 문화와 사람, 그리고 계절의 이야기가 함께한다.
지금 강원도의 가을을 여행한다는 것은 화려함보다 진짜 자연, 진짜 사람을 만나는 일이다.
올가을, 강원도의 길 위에서 조용히 물드는 감성을 느껴보자.

고현준 기자 xoghks069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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