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가 시청 테니스팀 해체 방침을 사실상 철회했다. 한 달 전만 해도 “재정이 어렵다”며 창단 15년 된 팀을 싹둑 잘라내겠다고 호기롭게 나섰던 시가, 체육인들의 반발과 시민 서명운동에 직면하자 슬그머니 물러난 것이다. 이쯤 되면 시정이 아니라 눈치 보기에 가까운 처신이다.

문제의 본질은 재정이 아니다. 시장이 공론화 과정도 거치지 않고, 체육인과 시민 의견도 묻지 않은 채 독단적으로 결정을 내린 데 있다. 한 손에는 ‘예산 절감’ 깃발을 들고, 다른 한 손에는 ‘유도팀 창단’ 청사진을 들이민 모습은 마치 시민과 체육계를 행정 실험실의 피실험자로 삼은 듯하다. 여론이 들끓자 “체육인 의견을 반영하겠다”는 말로 뒷수습에 나섰지만, 신뢰의 금은 이미 깊게 패였다.

더구나 시가 제시한 대안이라는 것도 가관이다. 남녀 각 두 명씩 붙여 ‘미니 테니스팀’을 꾸리자는 발상은 마치 동네 친목동호회를 시청 직장운동경기부로 둔갑시키는 격이다. 아니면 아예 팀을 해체하고 절감된 예산으로 전천후 테니스장을 짓자는 방안도 내놨다. 체육인과 시민이 원하는 것은 생활체육 인프라 확충과 엘리트 체육의 균형 발전이지, ‘둘 중 하나 골라잡기’식 선택지가 아니다.

결국 이번 사태는 세종시 행정의 민낯을 드러냈다. 시민과 체육인을 소통의 파트너가 아닌 통보의 대상으로만 여긴 결과, 정책은 갈팡질팡했고 행정 신뢰는 땅에 떨어졌다. 시청 테니스팀 논란은 단순한 팀 존폐 문제가 아니라 세종시 행정이 얼마나 시민 여론에 둔감하고, 얼마나 졸속으로 움직이는지를 상징하는 사건이다.

결국 이번 사태는 시가 공론화 과정 없이 독단적으로 결정을 내렸다가 반발에 직면해 방향을 바꾼 전형적인 ‘오락가락 행정’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시민과 체육계를 통보 대상쯤으로 취급한 졸속 행정이 여론의 역풍을 자초했다는 것이다.

최민호 시장은 이제라도 깨달아야 한다. 체육 행정이 ‘해체 쇼’와 ‘철회 쇼’를 오가며 시민을 들었다 놨다 하는 장기판이 아니라는 점을 말이다. 여론의 역풍에 떠밀려 방향을 틀었다고 해서 책임이 면해지지 않는다. 오히려 이번 사태를 계기로, 공론화 없는 독단 행정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분명히 각인시켜야 한다.

세종시청 테니스팀은 더 이상 ‘재정 타령’의 희생양도, ‘정책 실험’의 장난감도 아니다. 시민들은 보여주기 행정이 아닌 책임 있는 체육 행정을 요구하고 있다. 시가 또다시 눈치만 보며 갈피를 못 잡는다면, 이번에는 여론의 철퇴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정민준 기자 jil3679@hanmail.net 정민준 기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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