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CTN]홍유선 기자 = 시각장애인 학습공동체 이도(李祹)는 지난 21일 시각장애인 세계문화탐방 기획 ‘걸어, 볼! 만한 세상’ 서울 편을 성공리에 마쳤다. 행사에는 모두 11명의 시각장애인이 참여했다.

이 중 8명은 독립보행이 원활하지 않은 중증 시각장애인이었다. 화창한 날씨 속에 진행된 이날 행사는 북촌 한옥 마을 내 ‘어둠 속의 대화’라는 시각장애인 체험 시설을 시작으로 창덕궁 후원 문화해설 관광, 그리고 청계천을 따라 걸으며 공식 일정을 마쳤다.

본 행사의 특징은 시각장애인 스스로 기획하고 진행한 행사로서, 보통의 시각장애인 문화탐방 행사에서 필수로 여겨지는 비장애인의 도움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여행의 시작부터 마무리까지 시각장애인 참여자가 서로 의지하고 격려하며 여행을 성공적으로 이끌어갔다. 행사에 참여한 한 회원은 “우리가 스스로 여행을 짜고 맘껏 다닐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다. 하지만 오늘 서울 문화탐방을 통해 우리도 얼마든지 우리가 원하는 곳을 갈 수 있고, 충분히 느낄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라고 말했다.

창덕궁 후원 문화해설 관광/제공=시각장애인 학습공동체 이도

누구의 도움 없이 시각장애인만이 참여하다 보니 원활한 진행과 안전, 문화탐방의 질을 높이는 어려움이 있었다. 이를 위해 서울 내 장애인 관광을 위해 제공된 여러 프로그램을 이용하였다. 하나는 서울다누림관광센터가 제공하는 장애인 전용 버스 대여 서비스였다. 이를 통해 이동성과 안전의 문제를 해결하였다. 그리고 종로구청에서 제공하는 창덕궁 후원 문화해설을 활용했다.
여기서 특징은 문화해설팀원이 모두 저시력 시각장애인으로 구성되었다는 점이다. 청각과 촉각 등의 감각을 활용한 문화해설은 시각장애인에 보다 친화적인 해설을 제공하였다.

이날 행사를 함께 한 시각장애인 학습공동체 박단우 회장은 “중증 시각장애인에게 여행은 꿈과 같은 일이다. 이런 까닭에 요즘같이 해외여행이 일상이 된 세상에선 중증 시각장애인이 느끼는 여행의 소외감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우리의 목표는 시각장애인의 문화탐방 영역을 전 세계로 확장하는 것이다. 오늘의 서울 문화탐방은 이를 위한 첫걸음이었으며, 매우 성공적이었다.”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행사가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기까지 애써 준 사업 담당 팀원들에게 특별히 노고에 대한 감사를 표했다.

시각장애인 학습공동체 이도는 충청남도 시각장애인 학습공동체 셀디온의 새로운 명칭이며, 이도(李祹)는 세종대왕의 이름이다. 세종대왕이 한글을 반포할 즈음엔 시력이 매우 좋지 않아 지금의 중증 시각장애인과 다름이 없었다고 한다. 이에 세종대왕의 학업에 대한 열정과 시각장애인에 특별했던 어진 마음을 좇기 위해 이도라는 명칭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