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국립대전현충원 김용애 주무관] 얼마 전 아침 출근길에 모르는 번호로 걸려 온 전화를 받았다. "00지역에 살고 있는 000입니다"라는 말을 듣고 나서야 누구인지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

현충원에 안장된 조카의 묘소에 참배를 할려고 출발했는데 묘소 위치를 잘 모르니 안내를 해달라는 것이다. 나무그늘에 서 있어도 땀이 날만큼 연일 폭염이 계속되는 날씨에 그것도 한낮 땡볕에 묘역에 나가야 하는 상황이지만 반나절이나 넘는 시간을 승용차를 타고 오시는 분의 부탁을 거절할 수는 없었다.

그 분이 현충원에 도착하시자 함께 고인의 묘소에 찾아가 참배드리면서 지난 날의 아픈 가족사와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다보니 등에서는 땀이 줄줄 흘렀다.

이렇게 더운 날 그 분이 나에게 간곡히 안내를 부탁했던 이유는 몇 년 전 일행과 함께 현충원에 왔을 때 시간도 부족하고 묘소 위치를 잘 몰라서 참배를 못하고 그냥 갔던 일이 있었는데 계속 마음에 걸려 오늘은 꼭 참배를 드리고 싶어서 미안한 마음을 무릅쓰고 나에게 안내를 부탁하셨다고 한다. 돌아가시는 길에 몇 번이고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음료수 한 병을 나에게 주셨다. 일명 김영란법을 굳이 거론하지 않더라도 음료수를 받게 되면 공직자로서 내가 한 행위의 순수성은 퇴색되는 것이다.

나의 작은 관심으로 인해 유공자분들의 얼굴에 밝은 웃음꽃이 피는 것만으로도 음료수 한 병과는 비교할 수 없는 기쁨과 진정한 보람을 느꼈다.

7월 20일 국회에서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의결함에 따라 국가보훈처의 지위가 장관급으로 격상되었고 국가유공자에 대한 예우 지원 등 보훈 기능을 강화하는 새로운 동력을 확보했다.

국가보훈처에서는 나라를 위해 헌신하신 분들에게 예우를 다하며 그분들의 숭고한 정신을 확산하여 국민통합에 기여할 수 있도록 보훈가족이 중심이 되는 따뜻한 보훈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대내·외적으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따뜻한 보훈정책은 보훈가족의 가려운 곳을 제대로 찾아 해결해주어야 하며 그 출발은 아주 작은 곳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7월의 국립대전현충원은 푸르름 가득한 나무들 사이로 먼저 떠나가신 임들을 애타게 그리워하듯 다홍색, 분홍색, 흰색, 보라색 등등 각양각색의 배롱나무가 흐드러지게 피어났다. 나라를 위해 희생하고 공헌하신 분들의 뜨거운 나라사랑 정신이 국민들 마음 속에 살아 숨쉬게 하고 공헌과 희생에 합당한 예우를 하기 위해서 청렴한 보훈이 늘 함께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