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박기동 순경 = 서산경찰서 태안지구대] 연인간의 사랑이라는 명목으로 상대방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안겨주는 데이트 폭력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데이트 폭력이란 연인 사이에서 일어나는 육체적, 언어적, 정신적, 성적 폭력이다. 이러한 데이트 폭력은 성폭행, 성희롱, 협박, 물리적 폭력, 언어폭력, 정신적 폭력, 사회적 매장, 스토킹 등의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 데이트 폭력은 모든 인종, 연령, 경제 수준, 사회 계층을 막론하고 발생한다.

올해 2월 경찰청이 발표한 지난 5년간 데이트폭력 현황에 따르면 상해, 폭행, 살인, 강간·강제추행 등이 연간 7000여 건씩 발생했다. 낮은 신고율을 고려한다면 그 피해는 더욱 심각하다. 그동안 부부사이 폭력은 ‘가정폭력’으로 규정해 피해자 보호를 중심으로 엄정히 대처해 왔지만 데이트 폭력은 남녀 사이의 개인적 문제로 여기고 피해가 발생한 이후에야 사법처리 하는 등 피해 예방, 피해자 보호를 위한 체계적 대응이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다. 또한 단순 폭력 범죄로 분류해 당사자 간 합의가 되면 처벌을 면하는 등 그 처벌 수위가 낮아 데이트 폭력의 재범률도 상당히 높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처럼 데이트 폭력은 연인 간 남녀 사이의 사랑싸움이라고 생각해 당사자 간의 문제로 치부하여 개인적으로 해결하길 원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데이트 폭력이 사소한 행위부터 살인 등 강력 범죄로 발전한 가능성이 높아 더 이상 방치하여서는 안 되며 초기에 바로잡아야 한다.

이에 경찰에서는 지난 2월 3일부터 3월 2일까지 한 달간 '데이트 폭력 집중 신고 기간'을 운영하여 전국에서 1279건을 접수받아 이 가운데 가해자 868명을 입건했으며, 61명을 구속하였다. 또한 데이트 폭력 재발에 대한 대안으로 '클레어법' 국내 도입을 추진 중이다. 2009년 영국에서 ‘클레어 우드’라는 여성이 폭력전과가 있던 연인에게 데이트 폭력을 지속적으로 당하다가 결국 살해된 것을 계기로 연인의 폭력전과를 공개·열람할 수 있도록 한 법이다.

또한 경찰은 데이트폭력 업무지침 관련 메뉴얼을 수립하고 전국 경찰서에 전파해 시행하고 있다. 데이트폭력 사건을 사법적으로 처리하는 데 그치지 않고, 피의자·피해자에 대한 사후모니터링을 A·B·C·D 등급별로 구분해 관리하고 있다.
아울러 스마트워치를 통한 실시간 모니터링, 여성1366 및 MOU 체결한 모텔 등을 이용해 임시숙소 지원, 직장·주거지 순찰강화를 통해 피해자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하고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리고 이를 예방하기 위해 피해자는 데이트폭력을 당했을 경우 우선 부모나 선생님 등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을 찾아가 상담을 받고, 피해 입은 날짜와 시간을 자세히 기록해야 한다. 협박을 당했다면 녹음·문자 메시지 내용을 꼭 저장하고, 신체적인 상처를 입었다면 사진촬영을 해 사후수사와 재판에 필요한 증거를 보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적극적인 112신고를 통해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

연인 사이에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어떠한 행동이라도 다 용서받을 거라는 것은 착각이다. 연인 이라는 것은 상대방을 존중할 줄 아는 자질을 키우고, 상대의 역할을 이해하며, 사랑의 본질과 기쁨을 알게 됨으로써 남녀가 서로 어울려 지내는 예절을 배우는 기회라고 생각 한다. 연인사이에 갈등이 생긴다고 하더라도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존중해주고 배려해준다면 이러한 데이트폭력은 근절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