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문진근 순경 = 서산경찰서 태안지구대] 선수 A와 B가 자동차를 타고 서로 정면으로 충돌하는 상황을 생각하기로 하자. 만일 양쪽이 계속 달린다면 모두 죽게 된다. 만일 한 쪽이 겁이 나서 옆으로 피한다면 그 행위자는 겁쟁이가 되어 체면을 잃게 된다. 양쪽 모두 옆으로 피한다면 생명은 잃지 않지만 승리자도 없기 때문에 차선의 결과이다.

1950~70년대 미국과 소련 사이의 극심한 군비경쟁을 꼬집는 용어로 사용되면서 오늘날에는 정치학 뿐 아니라 사회 전반에 널리 활용되고 있는 치킨게임(Chinken Game) 이론이다. 자신의 이익만을 고려한 선택이 자신과 상대방, 나아가 사회 전체에 나쁜 결과를 초래할 때 인용되곤 한다.

이는 우리가 늘상 경험하는 교통환경에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우리 교통문화와 준법의식은 많은 노력으로 성숙해지긴 했지만 아직까지 부족한 부분이 많은 게 현실이다. 이처럼 자기 자신의 이익만을 중요시 하는 행동은 도로 위의 나 뿐만 아니라 모두에게 손해를 가져올 뿐이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작년 한 해 교통사고로 4292명이 숨지고 33만1720명이 다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91년도 1만3429명을 정점으로 전 세계에 교통사고 왕국이란 오명을 남겼다.

양보와 배려하는 운전습관은 안전운전의 지름길이다. 또한 도로 위에서 일시적인 감정을 통제하지 못하고 난폭운전이나 보복운전 시 중대한 범죄행위로 형사처벌 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일부 운전자들은 '운전을 잘한다'라는 의미를 '잘 달린다', '빨리 달린다' 라는 의미로 인식하곤 한다. 그런 이유로 다른 운전자들에게 추월당하거나 진로를 방해하는 다른 차량을 용납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는데, '운전을 잘한다'의 진정한 의미는 ’안전하게 운전하다‘는 것이다.

내가 소중하다는 것은 상대방 또한 소중하고 존중받아야 하는 인격임을 반증하는 것이다. 나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는 도로위의 운전습관은 또 다른 양보와 배려를 낳게 될 것이고, 나아가 우리 사회 전체의 선진 교통문화로 확대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