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문진근 순경 = 서산경찰서 태안지구대] 보험금을 노리고 남편이 아내를, 아내가 남편을 죽이는 사건을 심심찮게 접하곤 한다. 국내·외 경제여건 악화로 경제적인 압박을 받는 사람들이 막다른 길에서 계획적인 살인을 저지르는 것이다.

금융감독원의 보험사기 적발통계에 따르면 살인·상해에 의한 보험사기 규모는 지난해 상반기 23억9천200만원으로 2014년 상반기 14억4천100만원과 비교해 2년 사이 66% 급증했다. 그러나 올해부터는 경찰이 변사자의 기본적인 보험정보를 확인해 보험금을 노린 살인사건인지를 판단할 수 있게 됐다.

지난 12일 생명보험협회와 경찰청에 따르면 양측은 지난해 말 전산망을 연결해 일선 경찰서에서 변사자의 보험정보를 조회할 수 있게 했다. 변사사건이 보험금을 노린 살인사건인지를 빨리 가늠해보기 위해서다.

기존에는 변사사건이 발생한 지 7∼10일이 지나서야 경찰이 사망자의 보험정보를 확인할 수 있었다. 법원에서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아 생명보험협회에 관련 정보를 요구해야 했기 때문이다.

경찰이 이번 조회할 수 있게 된 정보는 개인정보보호법이나 신용정보보호법이 적용되지 않는다. 망자의 정보를 넘겨주는 것은 이 법에 저촉이 되지 않는다는 금융당국의 유권해석 때문이다.

이러한 관련당국의 노력과 함께 증가하는 보험범죄의 척결을 위해서는 법과 제도의 보완이 요구된다. 현재 보험사기는 형법상 사기죄로 처벌되고 있으나 대부분 경미한 수준에 그치고 있으며, 보험업법에는 보험사기행위를 금지하는 선언적인 조항만 있을 뿐 보험범죄의 정의조차 마련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보험사기는 선량한 보험계약자의 보험료 부담을 가중시키고 결국에는 국민경제를 왜곡시키는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한다. 생명보험자산이 600조를 돌파한 지금, 보험범죄 근절을 통해 보다 건전하고 선진화된 보험문화가 정착되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