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문진근 순경 = 서산경찰서 태안지구대] 근대 형사법의 두 가지 기본이념은 첫째 '범죄자는 반드시 처벌해야 한다'와 둘째 '무죄추정의 원칙'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두 가지는 형사법의 운용에 적절한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하지만 과거 수사기관에 의한 인권침해가 많았던 우리나라는 피의자나 피고인의 권리보장에만 관심이 높았고 그에 따라 형사법이 발달하였다.

그간 범죄피해자는 형사사법 체계에서 완전히 잊혀진 존재였다. 형사절차에서 피해자는 철저히 소외됐고, 피해자의 아픔과 상처를 돌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러나 경제성장과 함께 국민수준의 향상으로 나와 내 가족, 이웃이 언젠가는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형사재판의 관심이 피해자 중심으로 이동했고, 피해자에 대한 측은지심(惻隱之心)이 '피해자전담경찰관' 제도의 시작으로 이어졌다.

지난 10일 피해자전담경찰관 제도가 시행된 지 2년을 맞이했다. 피해자전담경찰관은 전국의 경찰서에 배치되어 범죄피해자에 대한 보호와 지원을 담당하고 있다. 피해자에게 형사절차상의 권리를 고지하고, 각종 편의를 제공 등 형사절차 참여 지원은 물론, 재발 및 보복피해가 우려되는 피해자의 신변보호를 수행했다.

또한 신변보호 대상 확대와 임시대피처가 필요한 피해자에게는 임시숙소지원 및 긴급 부대비 지원을 확대하고 유관기관과의 유기적인 협조를 통한 심리치료와 지원을 통해 다각적이고 효율적으로 피해자의 회복에 힘쓰고 있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피해자전담경찰관은 현재 전국에서 306명(본청 9명, 지방청 45명, 경찰서 252명)이 활동하고 있다. 출범 이후 범죄피해자 상담 1만7천893건, 신변보호 4천227명, 경제적 지원·관계기관 연계 3천855건(79억원 상당) 등 성과를 냈다.

누구나 안전하고 무탈한 삶을 꿈꾸지만, 그 누구도 위험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범죄와 자연재해, 불의의 사고는 위험사회라 불리는 현대사회의 특징이다. 다만, 획일화된 위험과 달리 그 위험이 가져오는 불행의 모습은 사회안전망에 따라 달라진다.

범죄피해자에 대한 사회적인 안전망 구축과 국민적인 관심, 제도 개선으로 범죄피해자가 두 번 눈물짓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피해자 보호와 지원은 우리 공동체를 위한 일이기 때문이다.